미국은 6월 8-9일 도쿄 일본 외무성에서 미일 확장억제대화(EDD: Extended Deterrence Dialogue)를 연데 이어 11일 서울 국방부에서 제6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 회의를 개최했다. EDD에서 양국은 핵을 포함한 미국의 일본 방어 공약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핵무기 증강을 논의한 후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다졌다. NCG에서 한미 역시 조선 비핵화의 공동 목표와 핵을 포함한 미국의 전 범주 능력을 통한 대한국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항상 하는 얘기로 특별할 것은 없다.

 

6월 1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일본과는 확장억제대화를, 한국과는 핵협의그룹 회의를 연이어 개최한 것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묻는 말에 “엄숙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답했다. 대변인은 먼저 “일본이 핵우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핵보유를 추구하는 위험한 발언까지 내놨다”고 비판한데 이어 “한국은 신중하게 행동하여 지역 안정에 더 많은 기여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것 역시 항상 하는 말로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주목할 점은 중국이 일본과 한국을 같은 강도로 묶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는 어법을 썼다. 물론 이것에 감지덕지 할 것은 없다. 중국 언사의 차이는 의도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은 일본을 재무장, 핵무장을 향해 가는 위험한 행위자로 묘사한다. 그래서 일본에는 “반성하라”는 식의 명령형 어법이다. 한국에는 “바란다”는 권고형 어법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망을 접은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핵 네트워크에 더 깊이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살아 있다.

지난 1월 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한 양국은 지역 평화를 수호하고 세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의 교집합을 갖고 있다. 마땅히 확고하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应当坚定站在历史正确一边,作出正确战略选择)”고 말했다. 이어 그는 “80여 년 전 중한 양국이 커다란 민족적 희생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의에 맞선 승리를 거뒀다”고 연결했다. “역사의 올바른 편” 발언에 이재명 대통령은 나중에 기자들에게 ‘공자님 말씀’처럼 들었다면서 고깝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렇게 들을 일은 아니다. 중국이 한국에 가지는 기대다.

이란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여러 교훈 중에 미국 ‘몰빵’ 외교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현재 미국이 동맹을 수탈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란은 미국 제재망 밖의 대체 통로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이란의 인내는 한계에 봉착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이 이란전에 패했다 해서 미국 패권이 즉각 붕괴한다고 보면 안 된다. 다만 미국 일변도 외교로는 우리 국익을 온전히 거양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얼른 완전히 복원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셋이 있다. 먼저 지난 10년 동안 한중간의 ‘얼음관계’가 형성된 이유를 반추해야 한다. 사드 배치가 결정적인 한방이었지 않은가. 그렇다면 첫째 이에 대한 시정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배치한 부대와 장비를 뜯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에 대해 확인 해 준 ‘사드 3불’이라는 해법이 있었다. 추가적인 사드 배치는 없다, 한미간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축을 추진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은 맺지 않는다. 이미 공개적으로 한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를 재확인하면 된다.

 

둘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다. 이를 통해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요 압박이다. 예컨대 대만해협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출동하면 미중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은 출동하는 미군의 발진기지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의 타격대상이다. 그러니 한국이 이 문제에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친화정책이다. 당초 미국의 저의는 주한미군 만의 유연성이 아니라 한미연합군의 유연성이었다. 지금 미국은 당초의 생각으로까지 다시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을 위한 총알받이가 되는 판국에 이를 반대하지 않고 뭘 하겠다는 얘기인가. 이 대통령은 이미 우리 기자들에게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생각을 중국 앞에서 다시 분명히 하면 될 일이다.

셋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2025년 8월 초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은 변화가 필요한데, 미국은 다영역특임단(MDTF)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MDTF(Multi-Domain Task Force)는 대중국 특수 전투부대다. MDTF 배치는 단순히 “미군 신형부대가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영토와 한미연합 지휘체계가 중국 견제 작전에 편입된다는 점이다. 한편 브런슨은 금년 4월 미 의회에서 한국을 미국 군사자산의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한 거대한병참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역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드보다 훨씬 더 큰 구조적 문제다. 막아야 한다.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한중관계의 완전복원이 문제가 아니다. 이러다가 나라가 온통 미군기지가 될 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그 연결 사안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6월 1-3일간 미 국무부의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 일행이 한국을 다녀갔다. 공식 명분은 ‘한미 정상회담 안보 분야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협의 개시’다. 미국은 핵잠과 농축·재처리와 같은 우리 관심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한국을 그들의 군사기지화 하기 위해 온갖 압박을 다 가할 것이다. 버텨야 한다. 그것이 진짜 대한민국의 길이고 그것이 한중관계 완전복원의 길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 주석의 “역사의 올바른 편”이고 중국 대변인의 “신중한 행동”이다.

숭미인들의 의식 속에는 두 가지 케케묵은 병적인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는 ‘염병할’ 자기비하다. 한국은 미국 아니면 중국의 속국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정론적 패배주의다. 우리는 두 나라 사이에서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아갈 능력이 안 된다. 다른 하나는 어차피 그럴 바엔 미국의 식민지가 더 낫다는 인식론이다. 지금껏 익숙하게 길들여진 주인님의 품속이 아무래도 낫지 않겠냐는 노예근성이다. 식민지라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다를 것이 없다는 자존의식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기껏 묻는 것이라곤 어느 양반집 머슴살이가 나을 것인가다.

숭미의 반대말은 반미가 아니다. 반숭미다. 다시 숭미의 반대말은 숭중이 아니다. 자주다. 우리는 더 친절한 나리를 찾는 머슴이 아니다. 만적은 노비의 운명을 거부하며 “왕후장상이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숭미인들은 거꾸로 묻는다. “노비가 어찌 주인 없이 살 수 있겠는가.” 숭미 의식은 어느 주인의 종살이가 더 편한지 따지는 예속의식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만적이라거나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주권독립국이요, 그런 나라의 주인이다. 이런 당연한 얘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