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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날아도 고용 부진의 늪은 더 깊어져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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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7.05 20:40

  • 수정 2026.07.05 21:51

  • 댓글 1

청년층 최대 타격…AI가 일자리 빠르게 대체 중

반도체 호황에도 고용탄성치 8년 만 최저 전망

15~ 29세 이하 취업자, 1∼5월 내내 마이너스

작가·통번역 -20.6%··회계·경리 사무 -11.5%

미증유의 반도체 메가 사이클도 고용시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경제 성장으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고용탄성치가 올해 0(제로)을 소폭 넘는 수준에 그치며 8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반도체 산업의 고용 창출능력이 저조한데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현상이 겹치면서 고용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날 계기를 못찾고 있다. 특히 AI는 작가, 통번역가 등의 전문직역 일자리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묘방이 없는터라 답답하기만 하다.

 

16일 서울 구로구청에서 열린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6.6.16. 연합뉴스

고용탄성치 0.24, 거의 늘지 않는 일자리

지난 5월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 전망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고용 탄성치는 0.24가 될 것으로 5일 추정됐다.

당시 KDI는 올해 취업자가 17만 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취업자 수(2876만 9000명) 대비 0.6% 증가하는 것이다. 이 취업자 증가율을 KDI의 경제 성장률 전망(2.5%)으로 나누면 고용 탄성치가 된다.

한국은행 전망으로도 수치는 비슷하다. 역시 지난 5월 말 공개한 한은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2.6%, 취업자 수 증가 폭 예상치는 18만 명이었다. 예상치대로라면 취업자 증가율은 역시 0.6%로, 고용 탄성치도 0.24로 추정된다.

KDI나 한은의 전망을 바탕으로 계산한 고용 탄성치가 현실화한다면 2018년(0.13) 이후 최저 수준이 된다.

당시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등 근로조건 개선 정책을 폈는데, 고용의 질을 끌어올리려던 정책이 되려 고용의 양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성장과 비교해 고용 증가가 더뎠다.

이후 고용 탄성치는 경제 성장률, 취업자 증가세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

2022년 1.03을 기록했던 고용 탄성치는 2024년 0.27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0.64로 반등했다. 그러나 한 해 만에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DI와 한은의 예상대로라면 취업자 수 증가율(0.6%)은 작년(0.7%)보다도 오히려 축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성장률은 작년 1.1%에서 두 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취업자 증가율은 더 떨어져 고용 탄성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달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취업 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용 없는 성장, 뉴노멀로 정착되나?

이미 올해 고용 없는 성장의 모습은 확연하다.

1분기 경제 성장률(3.8%) 대비 취업자 증가율(0.6%)은 0.16까지 쪼그라들었다. 1분기 기준으론 2021년(-0.52) 이후 5년 만에 최저다.

연령대별로 보면 고용 없는 성장은 청년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15∼29세 취업자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내내 ‘마이너스’였다.

전체 연령대에서 5개월 내내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이 연령대가 유일하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숙해지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고용 탄성치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주력 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이동하는 탓이다.

올해 고용 탄성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한국 경제 성장은 반도체 초호황에 올라탄 수출이 이끌고 있다. 상반기 수출은 역대 최대인 4967억달러를 기록했고, 전체 수출의 38.7%를 반도체가 차지했다.

그러나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용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기에 반도체 외 다른 산업의 성장은 더뎌 고용 창출 여력이 커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조적으로는 인공지능(AI) 확산 등의 영향도 있다.

AI가 산업계에 확산해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며 일자리가 줄고 있어서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시간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보다 AI를 활용하는 모양새다.

고용을 하더라도 현재로선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대인 관계, 조직 관리 등을 담당할 중장년·경력직만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점도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생성형 AI 도구인 챗 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1만 1000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20만 9000개 증가했다.

고용이 경제의 후행 지표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1분기 이후엔 고용 상황은 소폭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반도체 쏠림·AI 확산이라는 문제가 바로 나아지긴 어려워 고용 탄성치가 크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3년 6월 23일 촬영된 자료사진. 컴퓨터 마더보드에 AI(인공지능)라는 글자가 놓여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AI습격 앞에 일자리 급속도로 소멸 중

고용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마당에 AI까지 고용을 압박 중이다.

5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된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올해 5월 고용보험에 가입한 30세 미만은 약 223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 5000명(2.8%) 정도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고용보험 전체 가입자가 26만 8000명(1.7%) 정도 많아지고, 특히 60대 이상이 약 20만 7000명(7.5%) 늘어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비됐다.

가입자가 감소한 연령대는 30세 미만과 40대뿐이었다. 40대의 경우 5000명(0.1%) 줄어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

30세 미만의 고용보험 가입이 줄어든 것은 전반적으로는 취업이 늦어지는 경향과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의 영향을 받거나 이와 밀접한 업종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연령대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정보통신업에서 1년 전보다 9.3% 줄었고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서 4.1% 감소했다.

정보통신업에는 출판업,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우편 및 통신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정보서비스업이 포함된다.

출판이나 영상물 제작, 프로그래밍 등에서는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연구개발, 법무, 회계, 광고, 시장 조사, 경영 컨설팅, 건축 설계, 엔지니어링, 수의업, 디자인 및 기타 전문·과학·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활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업종에서도 AI가 유용하게 활용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이 분야 취업자 작년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5월에는 8만 9000명(5.9%) 줄어 21가지 산업 대분류 중 ‘농업, 임업 및 어업’과 ‘가구 내 고용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소비 생산활동’을 뺀 19가지 중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5월 산업별 취업자 현황, 자료 :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 재가공

작가나 통·번역가 등의 전문직역은 이대로 사라지나?

AI 붐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 수혜 업종인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30세 미만은 작년 5월보다 약 4000명(4.6%)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임직원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청년층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20대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변화에서는 숙련도가 낮은 젊은 층의 업무가 AI에 의해 대체되고 있을 가능성이 감지된다.

올해 5월 법률 사무원은 7175명으로 1년 전보다 468명(6.1%) 줄었다. 작년 5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처음엔 감소율이 0.9%에 불과했지만, 점차 확대하는 양상이다.

법률 전문가는 1707명으로 1년 전보다 27명(1.6%) 줄었다.

작가·통번역가는 20.6%, 디자이너는 7.6%, 회계·경리 사무원은 11.5% 감소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10.1% 줄었고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서 두루 감소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20대 피보험자 수를 분석한 것이라서 전체 고용 시장의 변화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AI가 이들의 수행하던 업무의 일부를 대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변화다.

사업체의 인력 동향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작년 하반기 전국 사업체에 종사하는 컴퓨터 하드웨어·통신공학 기술자는 3만 3350명으로 1년 전보다 3313명(9.0%) 적었다. 구인 인원은 523명(32.4%) 줄었다.

컴퓨터시스템 전문가 현원은 3114명(16.1%) 줄어든 1만 6246명이었고 구인 인원은 186명(27.5%) 감소했다.

디자이너는 9776명(6.5%) 줄어든 14만 1177명이 사업체에 활동하고 있었는데 구인 인원은 7905명으로 1년 전보다 1493명(15.9%) 적어졌다. 작가·통번역가 구인은 32.7% 줄었다.

 

2025년 하반기 기준 직종별 현원 및 구인인원, 자료 :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 재가공

한편 정부는 AI의 영향으로 특정 부분의 고용이 위축되고 있는지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전환(AX)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전환이 고용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을 막도록 직무 전환이 필요한 이들에게 역량 강화 기회를 제공하거나 이직·전직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는 너무 더딘데 비해 일자리가 소멸하는 속도는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 해소는 어떤 정부가 와도 어려울 성 싶다. 일자리 감소를 전제한 경제, 사회시스템 설계를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를 펼치기에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 척박하다.

 

AI에 의한 일자리 변동 (PG),[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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