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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눈치’가 없어야 해요”···‘회색분자’를 자처하는 칼럼니스트

김주영 변호사가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용필 기자

“오히려 ‘보편적 평등대우 강제법안’이라 명명하는 것이 적절할 듯싶다.”

김주영 변호사(61)가 2020년 당시 발의됐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쓴 칼럼의 한 대목이다. “기준이 합리적이어도 결과가 동일하지 않다면 차별로 보고 처벌까지 강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합리적 구별이나 분별’도 ‘차별’로 매도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 1일 만난 김 변호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차별금지 자체에 반대한 건 아니다. 저 역시 개혁은 때론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과감할수록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그러나 좋은 소리만 듣진 못했다고 했다. “차별 금지를 찬성하는 쪽에선 부작용을 지적한 게 불편했고, 차별 금지를 반대하는 쪽은 차별 금지 자체는 필요하다는 얘기가 좀 못마땅한 것 같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최근 책 <억울한 민심, 둔감한 법정>을 냈다. 그가 최근 6년간 언론매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칼럼이나 기고를 쓰기 시작한 건 대학 시절부터였다. 즉 그는 변호사이기 이전에 30년 이상 경력의 칼럼니스트이다.

“대학 시절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제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게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기대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독자 기고 등 계속 투고를 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의 칼럼은 종종 양쪽에서 욕을 먹기도 했다. ‘회색 지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당시의 ‘큰 목소리’에 딴지를 걸곤 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법의 공백으로 36주가 넘은 태아를 낙태하는 것도 처벌할 수가 없다”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생명권 침해’와 ‘임신중지’를 가를 시간적·요건적 기준을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사건 등에서 등장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권력 격차가 존재하는 경우 피해자의 진술과 관점을 중시할 필요는 있지만, 피해자의 말을 가해자의 말보다 무조건 우선하거나 입증 책임을 가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지우는 ‘피해자 절대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썼다.

최근 사법개혁·검찰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모두 까기’에 나선다. “입증 책임을 소송 당사자에 지우고 판사 본인은 변론주의(판사는 당사자가 주장·입증한 것만 판단한다는 민사소송 원칙) 뒤에 숨다 보니 법이 진실을 드러내지 못한다”며 “이게 신뢰를 잃는 이유 중 하나”라고 사법부를 질타한다. 동시에 “‘법 왜곡죄’는 판사들을 더욱더 형식적 규정 뒤에 숨게 만드는 민생과 동떨어진 개혁”이라며 정부·여당 역시 비판한다.

“필요한 건 검찰‘개혁’이지 ‘해체’가 아니다”라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의 사안에서도 권력이나 진영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전 눈치가 없었던 것 같아요. 본질에만 충실하면 사람들이 좋아해 줄 줄 알았죠. 시간이 상당히 흐른 뒤에야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웃음) 하지만 인생의 방향을 되돌리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눈치를 안 봅니다.”

그의 삶 역시 ‘눈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국내 최대의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도 갔고 현지 대학 로스쿨 석사 학위도 받았다.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특수학교인 ‘밀알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을 상대로 ‘공사방해중지가처분’을 받아내면서 인생의 경로를 바꿨다. “돈 많고 힘 있는 대기업 등의 편에만 서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법은 약자의 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대형 로펌을 나왔어요.”

그 뒤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하고, 기업 분식회계, 사모펀드 불법 운용 사건 등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수행하며 자본시장 내 일반 투자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는 겉돌았다. 기업에 맞서지만 기업을 ‘악마화’하진 않았던 ‘회색분자’였기 때문이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헷갈린다는 분들도 계셔요. 굳이 말하자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진보’가 되고, 기존의 유산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엔 ‘보수’가 되는 것 같아요. ‘언제나 진보’ 또는 ‘언제나 보수’는 사실 진영논리로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적’이고 싶지 ‘진보 진영’에 속하고 싶진 않아요.”

그는 자신이 눈치를 안 보기 때문에 “큰일은 못한다”고 했다.

“세력을 형성하거나 세력에 속하지 못하거든요. 대개 비주류가 돼요. 그래도 저 같은 ‘미운 오리’도 세상엔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두가 ‘저쪽’만 보면 숨겨진 위험을 간과할 수 있어요. 누군가는 ‘이쪽’도 봐야죠. 그게 제가 젊은 시절 꿈꾸던 ‘지식인의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오피니언·인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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