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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자격증도 없는 고교 실습생, 배 밑바닥 작업 내몰렸다...결국 숨져

현장실습 특성화고 3학년 A군, 실습협약서에도 없는 작업 내몰렸다 사망

항구에 정박중인 요트들(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현장 실습을 나갔던 특성화고 3학년생이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요트 바닥에 붙은 조개를 따던 18세 고교생은 무거운 납 벨트와 함께 깊은 바다로 추락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6일 오전 10시경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해상에 정박 중인 해양레저업체 소유 7t급 요트 바닥에 붙어있는 조개 제거작업을 하던 고교 3학년 실습생 A군이 바다에 빠졌다. A군은 사고 발생 직후 구조돼 응급 처치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해경은 A군이 산소통 등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채 수중 작업을 하다 헐거워진 장비를 정비를 위해 올라와 산소통을 벗은 채 납 벨트만 차고 있다 바다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군은 지난 9월 27일부터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불과 열흘 만에 사고를 당한 셈이다.

A군이 잠수작업과 같은 위험한 업무를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전남교육청과 여수해경 관계자 등에 따르면 A군의 현장실습계획서, 현장실습협약서 상에는 잠수가 필요한 배 밑바닥 작업은 실습 대상이 아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학생은 해양레저관광과 학생으로 선내에서 이뤄지는 관광객 서비스, 요트운행 등을 실습하기 위해 현장에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수해경 역시 “실습협약서에 잠수작업은 없다”고 밝혔다. A군은 실습과 무관한 요트 관리, 그중에서도 잠수를 동반한 위험한 작업에 내몰렸다가 숨을 거둔 것이다.

A군은 잠수 관련 자격증도 없었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관련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최서현 특성화고노조 위원장은 “스킨스쿠버, 잠수기능사 자격증도 없는 학생이 요트 선저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잠수 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가 100여개”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A군 자격증 확보 여부를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자격증이 있었다고 해도 애초 A군은 잠수 작업을 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18세 미만 청소년은 잠수작업 등이 필요한 직종에 취업할 수 없다. 청년진보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잠수작업’은 18세 미만인 자가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용금지직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만약 사망 학생의 연령이 이에 해당한다면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안전보건공단 등의 ‘잠수작업시 안전규정’에 따르면 잠수작업시 매뉴얼을 구비하고 작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잠수팀은 규정에 맞는 인원으로 구성해야 하며 잠수감독관을 둬야 한다. 잠수감독관은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자리를 이탈할 수 없다. 해경은 학교와 해당 업체가 맺은 현장실습협약서 등을 확보해 규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성화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실습생에게 현장지도교사 없이 위험 작업인 잠수작업을 한 점, 특히 잠수기능사 자격증도 없는 현장실습생이 잠수작업을 한 점, 처음 상업을 배우던 학과가 자동차학과와 미용과를 거쳐 해양레져관광과로 변경되기까지 무리한 학과 개편이 있었던 점 등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관계자들이 7일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여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제공 :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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