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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색깔론에 ‘불쑥’ 공약…역량 리스크 여전한 윤석열

등록 :2022-01-11 04:59수정 :2022-01-11 07:09

 
 
‘59초 공약’ 등 새 형식 눈에 띄지만
시대착오적 ‘멸공 인증’ 논란에
주요공약 설명 제대로 못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산업화·교역일번지 인천지역 공약 발표를 마치고 시민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산업화·교역일번지 인천지역 공약 발표를 마치고 시민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5일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쇄신을 단행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실험적 방식으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대착오적 색깔론 등 퇴행적 행보로 비판을 사고 있다. 주요공약을 내놓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수구적 정치 초보인 후보 본인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윤석열, 새로운 형식으로 공약 내놓고 있지만…


윤 후보는 10일 탈세로 이용되는 법인 차량의 번호판 색깔을 달리해 탈세를 막겠다는 네번째 ‘59초 공약’을 내놨다.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빠른 속도로 공약의 핵심을 소개하고 윤 후보가 마지막 부분에 개운해하고 구독과 알림설정을 요청한다. 이 대표와 원 본부장은 “선 조치, 후 보고”를 외치며 선대본부의 기동성을 강조한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금까지 지하철 정기권의 적용 범위 확대, 전기차 충전요금 5년간 동결, 장애인 저상버스 확대, 법인 차량 번호판의 구별 등 네 차례 59초 공약이 공개됐는데,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을 약속한 영상 조회 수는 18만 회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택시기사 보호 칸막이 설치 △반려동물 쉼터 확대 △기존 주유소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등 생활밀착형 공약도 내놓고 있다.

철지난 ‘멸공 논란’ 가세…공약 내놓고 설명도 못해

그러나 주말이었던 지난 8일 윤 후보는 뜬금없이 집에서 3.6㎞나 떨어진 이마트를 방문해 멸치와 약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논란’에 가세했다. 윤 후보의 화술을 학습시켜 인터넷에서 그를 대신해 답을 하는 ‘에이아이(AI) 윤석열’은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윤석열은 이마○, 위키윤(AI 윤석열)은 쓱에서 주로 장을 본다.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습니다. 달파멸콩“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지칭하는 ‘달파’까지 거론하며 멸공 논란을 공식화한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마트에서 멸치와 약콩을 구입하는 사진과 함께 “멸공! 자유!”라는 글을 올렸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멸치에 콩자반으로 식사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멸공 챌린지’에 가담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자주 먹는다며 가볍게 위트 있게 다뤘는데, 윤 후보의 모든 행보를 깊게 관찰하는 분들이 이어가는 멸공 챌린지는 과한 것”이라고 감쌌다.

윤 후보의 ‘멸공 인증’에는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누가 어떤 아이디어로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의도로 한 건지는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좀 뭐하다”면서도 “사실 썩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이날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다. 아침에 콩국 같은 것을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약콩을) 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산 멸치는 육수용이 아니라 ‘조림용’이어서 누리꾼들은 ‘윤 후보의 해명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윤 후보의 ‘멸공’ 인증이 지난달 28일 “중국인도 한국을 싫어한다”며 혐중 정서를 조장한 발언의 연장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윤석열(국민의힘) 후보를 포함한 한국 보수 정치인들이 한국전쟁을 상기시키는 억만장자(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온라인 반공 캠페인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윤 후보가 에스엔에스를 통한 단문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제대로 숙지하고 내부 논의 절차를 거친 결과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일곱글자로 끝내버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는 이튿날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전환한다는 공약에서 왜 폐지로 바꿨나’, ‘젠더 갈라치기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방침 외에 더 설명할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이날 “(여가부 폐지를) 발표하는 당시에는 몰랐다. (후보의) 결단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여가부 폐지 공약이 내부 논의 없이 확정됐다는 점도 드러났다. 논란에 대한 해명은 윤 후보 대신 이 대표가 했다. 그는 “민주당의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이 확실하게 정해지면 공개토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청년문화예술인 간담회에서도 질문을 받자 마이크를 이 대표에게 넘겨 구설에 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윤 후보가) 가만히 있으면 이긴다”고 말한 바 있다. 윤 후보가 ‘이준석 아바타’라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도 이 대표가 중시하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겨냥한 정책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의 아바타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국정철학을 갖고, 자신의 공약을 국민에게 밝히고, 스스로 이재명과 토론하는 그런 자주적인 모습을 보일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쇄신했어도 후보 리스크는 계속”…‘이대남 몰입’ 우려도

정치 평론가들은 윤 후보 본인의 리스크를 지적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정책 담당인 ‘원희룡 본부장’ 패싱 등은 선거기구 개편에도 문제가 해결된 게 없다고 보여주는 것”이라며 “후보 리스크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윤 후보의 리스크 가운데 하나는 간헐적으로 극우 성향을 드러내는 것인데 여전히 ‘멸공 논란’ 등으로 일련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정치초보인 윤 후보의 핵심이 바뀐 게 없다”고 짚었다. 당내에서도 정치 초보인 윤 후보의 역량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년에게 어필하는 공약을 내놓는다는데 이대남만 겨냥한 뒤 설명은 이 대표가 하고 있다”며 “명쾌한 답변도 없고 오히려 공격당할 여지만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후보가 주요 공약만큼은 숙지를 좀 했으면 한다. 실질적으로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영환 전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준석과 김종인은 아예 후보를 제끼고 개혁의 주연이 되어 간다”며 “후보가 선수이기에 후보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개혁은 없다. 경기에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선대본부 관계자는 “후보가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된 제도개선 방향이 발표되면 전세대가 좋아하는 공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김해정 기자 beep@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6787.html?_fr=mt1#csidx29542854b33e7c889fd4bf4da7472f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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