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된 뒤,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5.28. ⓒ민중의소리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은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끝내 부결됐다. 국민의힘에서 일부 의원들이 ‘소신 투표’를 선언해 이탈표 규모에 이목이 쏠렸으나, ‘채상병 특검법 부결’ 당론을 거스른 의원은 거의 없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진행했다. 재적의원 295명(구속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 제외) 중 29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특검법은 부결, 폐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투표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이자, 쟁점 법안 표결이 진행되는 이날 본회의에 여야는 ‘의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최대한 많은 의원이 참석해 각 당의 입장에 힘을 실어달라는 것이다.
한 명을 제외한 각 당 소속 모든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한 상황을 고려하면, 여당 내 이탈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본회의가 열리기 수일 전부터 소속 의원의 이탈표를 막기 위한 ‘표 단속’을 집중적으로 벌여왔다.
앞서 지난 2일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투표권을 행사해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을 포함해 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은 재표결 때 ‘소신 투표’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론과 달리 ‘특검법 찬성’에 투표하겠다는 뜻을 사전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날 본회의가 임박한 시점,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이탈표가 10표 안팎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당론을 벗어난 선택을 한 국민의힘 의원은 거의 없었다. 이들은 똘똘 뭉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방어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취재진에게 “의원들이 당론으로 정했던 사안에 대해 어긋남 없이 단일대오로 함께 해줬다”며 안도했다.
재표결 직전 정부 측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에서는 유상범·임이자 의원이 본회의장 단상에 나와 특검법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특히 박 장관은 “특검법의 헌법 위반 소지”를 주장하며 “정치 편항적인 검사가 특검으로 임명될 경우 수사, 재판 절차가 정치적 여론 재판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발언했다.
특검법 부결 결과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표결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간절한 의지를 국민의힘 의원들이 꺾어버렸는데, 참으로 옳지 않은 처신”이라며 “정부·여당이 왜 이렇게 극렬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하는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정의당·새로운미래·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6개 야당은 국회 본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제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의 민주당은 여당의 발목잡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도 “22대 국회에서 특검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본회의 시작 전 국민의힘 의원총회장을 찾아 특검법 찬성을 호소하고, 본회의 투표 과정을 방청한 해병대 예비역들 역시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부결 투표 결과가 나오자 “당신들은 자식이 있나”, “너희가 국회의원이냐”, “자식이 죽었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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