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베이징 올림픽 개막 앞두고 ‘중국 저널리즘의 거대한 후퇴’ 보고서 발표

▲중국 국기. ⓒGettyimages.
▲중국 국기. ⓒGettyimages.

2월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국경없는기자회(RSF)가 1월31일 8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중국 저널리즘의 거대한 후퇴’를 발표했다. 중국은 2021년 180개 국가 가운데 언론자유지수 177위를 기록한 세계 최악의 언론탄압 국가다. 중국은 현재 최소 128명 이상의 언론인이 억류되어있는 ‘세계 최대 언론인 납치국’이기도 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중국 공산당은 언론인 통제를 강화했다. 자연재해‧미투운동‧코로나19까지 검열을 피할 수 있는 주제는 거의 없다”면서 “통제를 거부하는 언론인은 국민통합을 해친다는 이유로 기소된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검열이 필요한 모든 정보를 국가 기밀로 소급해 기자들의 취재‧보도 행위를 스파이 혐의로 취급, 국가기밀보호법 위반으로 범죄화할 수 있다. 이 혐의로 구금된 언론인은 최소 8명이다. ‘교란 행동으로 공공질서를 약화시키는 자’ 역시 최대 징역 5년형이 가능하며, 이 혐의로 최소 9명이 구금되어 있다.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상을 받은 장잔은 2020년 12월 우한의 코로나19 초기 상황을 SNS에 알렸다는 이유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 4월 전직 중국 관영 언론 종사자인 언론인 첸지엔은 다수의 공산당 간부가 연루된 부패 사실을 폭로한 혐의로 인민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 7월 풍자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장 예페이는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유명한 언론인이자 언론 자유 옹호자인 친 용민은 ‘전복’ 혐의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3월엔 역사적 사건의 공식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모든 논쟁을 금지하는 조항을 형법에 넣었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지난해 7월23일 ‘허난성을 강타한 폭우와 관련해 보도 초점을 재난 후 회복으로 전환한다’, ‘사전 허가 없이 시신이 보이는 사진을 게재하거나 지나치게 슬픈 어조를 취해선 안 된다’는 보도지침을 언론에 보냈다. 2019년 BBC의 중국 외신기자 스티븐 맥도넬은 천안문 사태 30주년 기념 홍콩 철야 행사 사진을 위챗에 올렸다가 경고 없이 계정 비활성화를 당했다. 중국에선 가상 사설망(VPN)에 의존하지 않고 구글 검색이나 왓츠앱 등의 사용도 불가능하다. 

▲국경없는기자회 '중국 저널리즘의 거대한 후퇴’ 보고서 표지.
▲국경없는기자회 '중국 저널리즘의 거대한 후퇴’ 보고서 표지.

CCTV,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중국의 3대 언론은 중국 공산당에게 완전히 장악되어 있다. 언론인은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수 없으며, 기자증 발급‧갱신을 위해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에 대한 충성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시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스터디 시, 그레이트 네이션’에서만 치를 수 있어 강제로 설치해야 하는데, 알리바바가 중국 공산당을 위해 개발한 해당 앱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언론자유지수 18위였던 홍콩은 2021년 80위로 추락했다.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 빈과일보는 지난해 6월17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옥 압수수색과 편집국장 등 고위 간부 5명 체포를 겪은 뒤 일주일 만에 폐간을 결정해야 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전 세계 언론 자유에 슬픈 날”이라 성명을 내자,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빈과일보는 정치적 혼란을 일으키는데 최전방에 섰다. 언론의 자유는 국익‧공안과 일치해야 하고 홍콩에서는 헌법에 맞서는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산하 통일전선공작부는 해외의 언론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2018년 4월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유럽의 미디어 주식 구입에 약 33억 달러(약 4조원)를 썼다. 이는 ‘중국식 저널리즘’의 확산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비판을 약화시키는데 탁월한 방법이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은 “중국에선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범죄가 됐고, 중국은 세계 최대의 언론인 감옥이 됐다. 정교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은 중국 내 10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을 세상과 괴리시킨다. 검열관들은 사적 메시지를 조사해 체제에 위협이 되는 내용을 찾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중국이 광란의 역주행을 계속한다면 이러한 언론탄압 모델을 세계로 이식하는 데 성공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언론 자유 문제를 부각하는 데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당시에는 러시아에 억류된 7명의 언론인 얼굴을 담은 이미지를 전 세계에 배포하고 “언론인을 위협하는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푸틴이 1999년 총리가 된 이후 러시아에서 보도와 관련해 최소 34명의 언론인이 사망했다”며 푸틴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