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위 비판’ 이준석 비판 혹은 다루지 않은 언론
문-윤 19일만의 지각회동에 문 대통령·민주당 비판한 조선
같은 날 이석기 사면복권 광고 실은 한겨레, 자유한국당 문 대통령 비판 광고 실은 조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로 규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사흘 동안 7개의 글을 잇달아 올리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한겨레·경향·서울신문·세계일보 28일 아침신문은 이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중앙·조선·동아·한국·국민일보는 이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 

▲ 2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1면 머릿기사 ‘장애인 이동권 요구마저 혐오 덧씌운 이준석 정치’에서 이 대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기사는 “새 정부 출범 뒤 사회적 의제 조율에 나서야 할 정당 대표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혐오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연일 ‘볼모’ ‘인질’ 등의 표현을 쓰며 이동권 시위를 비난하는 것을 두고 전형적인 혐오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이기적이라고 몰아가 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정 집단을 겨냥해, 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명백한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한 것을 인용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를 정파적으로 이용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장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적었다. 기사는 해당 발언이 “장애인단체들이 정치적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라며 “장애인단체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남녀 갈라치기로 ‘여성 혐오’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이 대표가 이번에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놓고 ‘선량한 시민’ 대 ‘이기적인 장애인단체’로 갈라치기에 나섰다”고도 비판했다. ‘이준석 ’장애인 시위에 경찰 개입‘, 여당 대표 자격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이 대표는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대놓고 갈라치기를 시도하는 모양이다”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4면 기사 ‘대선 끝나자 전장연 뒤통수친 이준석’에서는 “(이 대표는) 정작 지난해 같은 장애인단체를 만나서는 ‘당대표로서 주안점은 이동권이다’ ‘(저상버스 도입 법안에 반대하는) 기재부를 혼내는 방법은 대선에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하버드대 유학 시절 휠체어 타던 선배 얘기까지 꺼내며 집권여당이 되면 노력하겠다는 말을 해놓고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시민을 볼모로 한 아집’이라며 말 뒤집기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2면 기사 ‘장애인까지 갈라친 이준석…SNS선 #전장연 후원 봇물’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촉구를 위한 장애인들의 노력은 곧 여당 대표가 될 30대 정치인의 몇 마디로 폄훼됐고, 갈라치기 여론전의 볼모가 됐다”며 비판했다. 아울러 “장애인이동권 보장 정책은 약자를 위해 베푸는 관점이 아닌 당연한 권리 보호로 바라봐야 한다”는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의 지적도 인용했다. 

▲ 경향신문 2면 갈무리.
▲ 경향신문 2면 갈무리.

사설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온 장애인의 권리 찾기 투쟁을 불법과 부조리로 깎아내리는 공당 대표의 저열한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조적 차별은 외면한 채, 전장연과 장애인을 ‘지하철 출입문에 휄체어를 끼워넣어 발차를 막는’ 단체·인물로 프레이밍히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혐오타깃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이 대표에게 공동체를 분열로 몰아넣는 혐오 선동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만평에서도 이 대표의 갈라치기 행태를 비판했다.

▲ 경향신문 3면 만평 갈무리.
▲ 경향신문 3면 만평 갈무리.

서울신문은 5면 기사 ‘사흘간 8번이나 장애인 시위 때린 이준석’에서 “이 대표가 장애인 단체의 시위 방식을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당대표를 대신해 사과하겠다고 밝혔다며 김 의원은 통화에서 “제가 저지른 발언은 아니지만 정치권을 대신해 집회 장소에 나가 사과를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서울신문 5면 기사 갈무리.
▲ 서울신문 5면 기사 갈무리.

세계일보는 비교적 장애인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 의견을 같은 비중으로 제시했다. 11면 기사 ‘장애인 시위 저격 이준석發 찬반논쟁 격화’에서 장애인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 의견에 더해 이 대표의 SNS발언, “장애인 이동권이 아직까지 보장되지 않은 데엔 정치인에게도 책임이 있는데, 마치 남의 얘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의 말을 인용했다. 

문-윤 지각회동, 조선 "문 대통령 무리한 고집부려…민주당은 훼방 수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늘(28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만난다. 대선 이후 19일 만의 회동이다. 인사권 행사와 집무실 이전 문제로 갈등하던 두 사람은 역대 대통령-당선자 중 가장 늦게 만나게됐다. 앞서 문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지난 16일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예정된 시간을 4시간 앞두고 무산됐다. 

한겨레를 제외한 8개의 아침신문은 모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회동을 1면 기사로 다뤘다. 한겨레는 2면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다. 9개의 아침신문 모두 사설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논했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 각각에 책임을 묻는 경중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책임을 모두 묻는 신문이 가장 많았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신구권력 모두 실책이 있었다. 윤 당선인 측에서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은 오만한 행태였다”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청와대가 감사위원 인사를 강행하려 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린 대선 결과를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신구 권력 갈등을 촉발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는 순리대로 풀면 된다”며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자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안보 문제와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해 취임 뒤 준비기구를 꾸려 차분히 진행하는 쪽으로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 문제 역시 현직인 경우는 남은 임기를 보장하고, 신규 인사는 당선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게 맞다”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사진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사진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윤 당선인은 떠나는 문 대통령을 최대한 예우해야 한다”며 “두 사람의 회동을 전후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양측 인사들의 감정적 발언은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 국민 전체를 보지 않고 자신들의 강경 지지층만 쳐다보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두 사람의 회동은 구체적 성과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이 현안에 대해 두루 인수인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현 정부가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윤 당선인은 자기 임기 중에 책임 있게 추진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예비비를 얻어내는 것보다 외교 안보 방역 등 현안에 대해 충분히 듣고 조언을 구하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책임 강조에 더 비중을 둔 곳은 중앙·조선일보였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특히 분명한 성과를 강조하며 “어렵게 실현된 자리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내야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면목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눈앞의 경색 정국을 풀려면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전향적인 자세가 요청된다”며 “0.7%포인트 차이라해도 국민은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40여 일 후에 물러날 현직 대통령은 상황을 인정하고 권력 이양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도 책임이 크다”며 “총리 입명과 정부 조직 개편 등 핵심 공약과 인사권 행사는 172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신구권력 갈등 원인으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행동을 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설은 “문 대통령은 자신도 공약했던 집무실 이전을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해야 할 감사위원과 공공기관장 등을 자신이 임명하겠다고 고집부렸다”며 “애초부터 문 대통령의 무리한 욕심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을 향해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대장동 특검은 시간만 끌며 막더니 윤 당선인을 겨냥한 특검 법안을 제출하며 칼을 겨눴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법안을 문 대통령 임기 중 처리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이 인수위에 제출하는 업무 보고 자료를 자기들에게도 보내라고 했다”며 “정권 인수 비협조를 넘어 훼방 놓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로 더 이상 갈등을 키우지 말고 집무실 이전 문제 등에서 윤석열 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도리다. 윤 당선인도 점령군식 태도나 밀어붙이기 보다는 상대를 예우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광고 실은 조선, 이석기 사면복권 광고 실은 한겨레

조선일보는 34면에 자유민주당의 ‘전임 대통령은 장기투옥, 후임 대통령의 청와대 개방은 훼방, 문재인 대통령의 몽니!’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광고는 “문 대통령은 업보를 얼마나 받으시렵니까? 박정희 부국강병 대통령의 2세인 전임 여성 대통령은 4년 9개월이나 잔인하게 가둬놓았고, 후임 대통령에겐 자신은 못 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훼방놓는 몽니 심술의 본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34면 광고 갈무리.
▲ 조선일보 34면 광고 갈무리.

해당 광고에는 ‘궁궐식 청와대는 국민 품으로 돌리고 대통령 집무실을 소통 구조로 재구성·이전하는 약속은 모든 국민의 환영을 받았다’, ‘집무실 이전은 안보와 무관하다. 새 대통령을 방해하려고 문 대통령과 북한이 원팀으로 움직이냐’, ‘반대 전문 여당 정치인들의 거짓 선동을 국민은 이젠 용서치 않다. 주한미군이 있는 이상 북한의 서울 폭격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실렸다.

한겨레는 1면에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의 이석기 전 의원 사면복권 광고를 실었다. 이석기 전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비판 여론이 높던 2013년 여름 내란 음모 등 혐의로 체포되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당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RO’라는 혁명조직의 비밀 회합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RO’는 실체가 없었고 내란 음모는 무죄였다. 

대법원에서는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확정했는데, 이때 대법관 3인은 내란 선동 역시도 무죄라고 봤다. 이들 3인의 대법관은 ‘양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 보장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양보하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1면 광고 갈무리.
▲ 한겨레 1면 광고 갈무리.

26일에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주변에서 ‘이석기 전 국회의원 사면촉구 수도권 대회’가 열렸다. 대회에는 청년, 학생, 시민, 진보당 및 시민단체 회원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광고는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책임자는 사면복권하면서, 국정농단으로 8년이 넘게 독방에 갇힌 피해자는 가석방으로 끝났다”며 “이석기 전 의원 사면복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현 정부 임기 내, 이석기 전 의원 사면복권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