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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에너지 정책 정상화’는 원전 확대를 가리킨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4/30 09:25
  • 수정일
    2022/04/30 09:2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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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원전 확대 ‘전면’에…재생에너지는 각종 조건 달아 ‘검토’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2020년 6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월성원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추가건설 반대 환경운동연합 1,000인 선언 및 핵폐기물 시한폭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대통력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에너지 정책에 대해, ‘기승전 원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수위는 탄소중립 이행 방안을 언급했으나, 원자력 발전 확대를 주장하기 위한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figcaption>
인수위는 지난 28일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본 방향으로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화’를 내걸었다.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낮추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방점은 ‘조화’가 아니라 ‘원전’에 찍혔다. 원전 확대가 전면에 등장했다. 인수위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원전의 계속 운전과 이용률 조정 등을 통해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이지언 활동가는 “원전을 확대한다는 후보 시절 공약을 반복했다”며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업계라는 소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 임성희 기후에너지팀장도 “인수위의 에너지 정상화 방향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탄소중립은 원전 확대 명분에 불과

인수위는 탄소중립 목표 이행 수단으로 원전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인수위는 “국제적으로 약속한 탄소중립 목표는 존중한다”며 “실행 방안은 원전 활용 등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LNG 발전을 감축하면, 다른 발전원으로 전력을 대체해야 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있는데, 인수위는 원전을 확대한다고 한 것이다. 원전 발전 비중을 상향한다는 계획에는 어떤 전제 조건도 붙지 않는 반면, 재생에너지는 ‘주민수용성·경제성·산업생태계 등을 고려해’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해 온도차를 보인다.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여러 제약이 있으니 원전 비중을 확대해 NDC 목표를 이행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탄소중립은 원전 확대를 주장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임 팀장은 “기후위기 정책 얘기는 원전 확대를 주장하기 위해 한 것이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다만 “신한울 3·4호기 발전량은 전체의 3%가 채 안 되고 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원전 발전량을 단기에 늘릴 수 없어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생에너지 속도조절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활동가는 “인수위가 주민수용성을 얘기했는데, 어느 정부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용성은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수용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원전 확대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전체 발전량의 30%까지 보급하겠다고 했는데, 20% 중반대로 하향하는 방안이 얘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신한울 3·4호기 완공 시점이 불확실해 2030년 원전 비중이 몇%나 되는지는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정부가 계획했던 2030년 원전 비중보다는 의미 있는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 무력화하고 원전 업계 달래기 나서나

인수위는 원전 산업 생태계를 강조했다. 방안으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더불어, 원전 기자재 수요 예보제를 언급했다. 수요 예보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전 건설이나 수명 연장 절차에 앞서 사실상 원전 기자재 발주·제작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조치로 해석한다.

이 활동가는 “원전 수명 연장 인허가 확정 전에 기자재 발주·제작을 진행하는 이른바 ‘알박기’가 업계 관행으로 횡행하고 있었다”며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자재를 인허가 전에 미리 발주·제작했으니 경제성 때문에라도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 예보제는 원전 건설 인허가 확정 전에 기자재 발주·제작 신호를 주면서 원전 업계를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원전 산업을 진흥한다면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거나 안정성 평가를 부실하게 하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수위의 에너지 정책에는 원전이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깔려있다. 인수위는 “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고 알려진 원전이 향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크게 완화하는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경제성을 고려하겠다고 한 대목도 상대적으로 원전 발전 단가가 저렴하다는 인식을 나타낸다.

전문가들은 원전 경제성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폐기물 처리와 발전소 해체, 발전에 필요한 원재료인 핵연료 등 외부비용이 발전 단가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활동가는 “한국전력의 기후환경요금에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과 석탄발전 감축운전에 든 비용은 반영돼 있지만, 원전의 외부비용은 빠져있다”며 “마치 재생에너지와 석탄발전만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가동할 때 연료비가 들지 않지만,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연료 등 추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임 기후에너지팀장은 “원전 발전 단가에 외부비용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며 “한국처럼 원전 발전 단가를 싸게 책정한 나라는 없다”고 전했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2020년 6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월성원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추가건설 반대 환경운동연합 1,000인 선언 및 핵폐기물 시한폭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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