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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의 대형 '오보', 진실은 이렇다

[조성식의 통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수사·기소 분리 대란'의 숨은 진실

22.05.06 05:51l최종 업데이트 22.05.06 05:54l


산티아고 노인은 먼 바다에 나가 이틀간 고생한 끝에 길이 5.5m, 무게 700㎏에 달하는 거대한 청새치를 낚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배 옆면에 청새치를 매달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의 습격을 받는다. 노인은 사투를 벌이지만 청새치의 살점은 한없이 뜯겨나갔다. 결국 항구에 돌아왔을 때 청새치는 뼈와 대가리만 남은 상태였다.
3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된 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개정안이 형체만 남은 청새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원안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패자이고, 국민의힘이 승자라는 건 아니다. '노인'을 패배자라고 여기지 않듯이.

'검찰개혁 완성판'이라는 수사‧기소 분리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흡한 점과 허점이 많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이 이를 '검수완박법 통과'라며 마치 검찰 수사권이 박탈당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대형 오보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박탈'이라는 용어 자체가 맞지 않는 데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 것도 아니고 일부 축소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큰사진보기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2022.4.30
▲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2022.4.30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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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 통과'는 대형 오보

미래의 일이지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립된다 해도 '검수완박'은 아니다. 이른바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과 경찰 및 공수처 공무원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은 검찰에 남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안은 국회의장 중재안의 결함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검찰이 행사하는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설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관련 조항은 일정한 기간에만 효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일몰법(日沒法)이다. 그런데 시한이 명시되지 않았다. 즉 중수청 설치가 늦어지더라도 일정 시점에 이르면 직접수사권을 자동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이 없다. 바꿔 말하면, 중수청이 설치되지 않으면 최소한 부패‧경제 분야의 수사권은 검찰이 계속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부패 및 경제 범죄는 검찰 특수수사의 핵심 영역으로 범위도 넓다. 부패 범죄에는 뇌물 알선수재 정치자금 등이, 경제 범죄에는 사기 횡령 배임 금융증권 마약 등이 포함된다. 이를 두고 한 법학자는 "이른바 돈 되는 수사는 다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먼저 중재안을 받아들이고도 천연덕스럽게 합의를 깬 국민의힘의 태도에 비춰 중수청 설치의 첫 단계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개특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중수청 설치는 물 건너갈 수 있다. 특위 구성과 입법 및 시행이 단계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다.

논란거리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로 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통령령'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논쟁이 재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등'을 '중'으로 바꾸었으나 본회의에 상정된 최종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확정된 형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보완수사권 유지와 별건수사 금지 두 가지다. 보완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권과 더불어 2대 쟁점이었다. 수사‧기소 분리 반대론의 주된 논거이기도 했다.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라는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개정안 취지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것이다. "수사에 미흡한 점이 많고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검찰 항변을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현행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 다항과 부딪친다는 문제가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동일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권 남용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별건수사 금지 조항은 이렇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한다.' 

그런데 '부당하게'와 같은 추상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강요할 수 없다'라는 표현도 모호하다. 실제로는 강요에 의한 진술임에도 자발적인 것처럼 꾸미고 약점을 잡힌 피의자도 그에 동조하면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5.1
▲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5.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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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당하지 못한 검찰

검찰청법 개정안 골자는 네 가지다. ▲검찰 주요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으로 제한하고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직접수사 부서 직제 및 인원을 국회에 분기별로 보고하고 ▲2022년 12월 말까지 선거 범죄 수사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중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 자체 운용에 따른 한계가 있는 데다 소속이 바뀌지 않는 한 수사 검사 입김이 기소 검사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업무를 나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부 산하기관이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선출권력의 결정에 그렇게까지 반기를 드는 것은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반대는 할 수 있지만,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결사항전 태세는 공무원의 도리가 아닌 듯싶다. 권한 줄인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국가기관이 검찰 말고 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자칫 권력기관 이미지만 부각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이 어떻게 볼지도 생각해야 한다. 최대 쟁점인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게 된 만큼 반대 논리가 궁색하다. 이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중재안을 덥석 받으면서 최대 '전과'로 내세웠던 점이기도 하다. 보완수사 대상을 '동일한 범죄'로 제한한 것에 반발하는데, 새로운 혐의를 발견한 경우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청하면 된다.

현행 형소법은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고 감독할 권한을 잔뜩 보장해놓았다. 먼저 영장 청구나 공소제기와 관련해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197조 2항). 위법이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수사권 남용이 의심스러우면 사건기록을 건네받아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197조 3항). 경찰 자체 수사 종결에 따른 불송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245조 8항).

검찰 요구에 경찰은 따라야 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는 경찰관에 대해 검사는 임용권자에게 징계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발상의 대전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수사는 원래 경찰이 하는 것이다. 검찰의 주된 업무는 기소와 공소유지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 나라도 수사는 대부분 경찰이 한다.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사실일지 몰라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조항도 그런 점에서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닌 듯싶다.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한몫한 일부 법조인과 법학자들부터 검사 우위의 형사사법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법적으로 보완하면서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본업에 충실하면 국민에게 이롭다. 언론사 데스크 기능과 비슷하다. 데스크가 직접 기사까지 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견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데스크는 기자의 기사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업무에 전념하는 게 맞다. 문제가 있으면 기자에게 다시 취재해서 쓰라고 하면 된다. 기자는 기사를 내기 위해 데스크의 보완 지시를 따르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경찰도 영장을 받아내거나 기소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검사의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구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큰사진보기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3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3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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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직접수사는 축소되지만 수사권 자체는 시퍼렇게 살아 있다.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기관의 지위를 누린다. 검찰 수사권을 상징하는 형소법 제196조(검사의 수사)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이 건재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경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인 영장청구권(체포‧구속‧압수‧수색)을 전혀 손대지 못한 점도 그렇다. 민주당 원안은 검사가 오로지 경찰의 신청을 통해서만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게 했으나 이 또한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향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전관특혜의 젖줄'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실질적인 수사기관으로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판사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일본 제도를 참고하되 경찰권 비대화를 견제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 다 국민에게 이로운 일이다.

성과가 없지는 않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개정안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선진형 형사사법체계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대여론이 만만찮은 환경에서 이 정도로나마 바꾼 것은 성취로 볼 만하다.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대선에서 패한 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랴부랴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함으로써 '문재인‧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오해(?)를 자초한 데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 성과와 한계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국민에게 이로운 개혁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큰사진보기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후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후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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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총에서 추인까지 한 사안을 하루아침에 뒤집음으로써 정당정치의 대의를 부정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공화당이나 전두환 시대의 민정당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심 잘 방어했다고 여기면서 정략적으로 피켓을 드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눈길도 있다.

두 당 모두 지지층 결집이라는 성과를 얻었는지 몰라도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대의에 비춰보면 정치적 득실 계산은 사소한 일인지 모른다. 본질도 아니고.

<노인과 바다> 후반부에 나오는 노인과 소년의 대화다.

"난 놈들(상어떼)한테 졌단다."
"그놈한테는 지지 않았어요. 잡아온 물고기한테는 말이에요."
"그래 그건 그렇지. 내가 진 건 그 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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