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대통령은 처음이어서”라는 윤 대통령, 그런 핑계가 통하는 자리인가?

  •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 발행 2022-06-20 07:12:01
  •  
  • 내가 살다 살다 대통령 입에서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거여서”라는 핑계를 듣는 날이 올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어이도 없어지고, 어처구니도 없어지고, 집 창고에 잘 보관해두었던 맷돌 손잡이도 없어지고, 하여간 없어지는 게 한 묶음이더라.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때 비선 논란이 일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관해 해명하면서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라고 답했다는 게 핑계의 요지였다. 그런데 단임제 국가에서 대통령을 두 번 하는 사람도 있냐? 도대체 뭔 소리냐?

    나는 설마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단임제 국가라는 사실을 모르고 이런 말을 했을 정도로 무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 말은 “정치 초보여서” 정도로 해석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렇게 후하게 해석을 해줘도 저 말은 대통령으로서 함량 미달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왕초보 운전에 아이도 타고 있어요” 같은 스티커 한 장 유리창에 붙인다고 봐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윤석열 후보 시절부터 이 칼럼을 통해 숱하게 지적했던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그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 대통령은 ‘평생 검사’로만 살아온 초보 정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과 뇌의 발달

    뇌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떨쳤던 UC버클리 대학교 매리언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 1926~2017) 교수의 살아생전 연구를 한 가지 살펴보자. 이 연구는 다양한 경험이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규명한 명연구로 꼽힌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쥐를 A와 B 두 집단으로 나눈 뒤 각각 다른 환경을 제공했다. A집단 쥐들은 동료와 함께 생활했으며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제공받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반면 B집단 쥐들은 혼자 생활했으며 이런 다양한 경험 소재를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두 집단 쥐의 뇌를 연구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다양한 경험을 한 쥐들의 뇌 피질이 그렇지 못한 쥐의 그것에 비해 훨씬 발달한 것이다. 피질이 발달할수록 뇌는 학습이나 기억, 감각 등을 더 잘 동원해 보다 고차원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 경험을 많이 한 A집단 쥐의 RNA 대 DNA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뇌세포가 훨씬 더 잘 성장한다.

    이뿐이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A집단 쥐의 시냅스는 경험이 부족한 B집단 쥐에 비해 50%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냅스는 뇌 신경세포들의 소통창구 같은 것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뇌의 소통이 훨씬 활발하게 이뤄져 더 다양한 화학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경험이 뇌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유아기나 아동기뿐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일생동안 호기심을 유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 우리는 늙어서도 뇌를 잃지 않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다.

    ‘평생 검사’로 산 뇌의 위험성

    내가 후보시절부터 윤석열의 위험성을 누차 강조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사시 9수에 평생 검사로 산 사람의 뇌는 그야말로 경험이 협소하기 짝이 없다. 만나는 사람도 동료 검사 아니면 피의자다. 여기에 검사의 권력까지 주어지면 뇌는 절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6.17. ⓒ뉴시스

    “검사 출신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검사가 바로 대통령으로 직행하는 그 과정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뇌는 그 어떤 사람의 뇌보다 창의적이어야 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능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한 뇌의 자극으로 발달한다. 윤 대통령에게는 이 단계가 생략돼 있다.

    생각해보라. 영부인의 비선 논란이 일었는데 대통령이 “우리는 처음이어서 잘 몰라요”라고 답을 한다. 이게 지금 대통령이 할 말인가? 이야기를 적시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 꽝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은 최소한 할 말 안할 말을 가려서 하려는 노력이라도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결정적으로 이게 안 된다.

    단지 그가 무식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윤 대통령이 무식한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뇌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해 경직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나라가 좌우되는데, 누가 적어준 연설문이 아니면 금세 말에 펑크가 난다.

    “초보면 초보답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좀 닥치고 있어라”라고 말하고 싶은데, 상대가 일 하라고 뽑아놓은 대통령이라 그러라고도 못 하겠다. 앞으로 5년 동안 정치적 경험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지도자의 경색된 뇌가 이 나라를 이끌 것이다. 나라가 얼마나 삐걱댈지 안 봐도 비디오인데, 이게 내 나라여서 걱정이 앞을 가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