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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주 52시간제 무력화·연공제 해체' 선언

이정식 "韓 노동시간 OECD 최장" 인정하면서도 "연장 근로 요청 와"

 
 

 

 

정부가 주 52시간제 무력화와 연공제 해체를 위한 노동 체계 개편에 나설 것임을 사실상 선언했다. 노동계는 이에 맞서 총궐기 투쟁을 예고했다.

23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작 개혁 추진방향'을 대국민 브리핑하며 노동 체계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노동부의 '우선 추진과제'로 선언했다.

주 120시간 '부릴' 자유 마련하겠다?

이 장관은 우선 주 52시간제를 두고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여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편 필요성을 시사했다. 

해당 사례로 이 장관은 "정보통신(IT)‧소프트웨어(SW) 분야 등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별‧업종별 경영여건이 복잡‧다양해지는 만큼,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계)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그 대안으로 작년 4월 유연근로제가 보완됐으나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현장에서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 연장 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실정"이라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경영계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노동 시간 연장 필요성을 노동부 장관이 시사했다. 아울러 주 120시간 '부릴' 자유를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관을 반영한 언사로 해석된다. 

특히 이 장관은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1500시간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 근로시간 단축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동시간을 더 줄여야 하는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노동관에 맞춰 사실상 노동시간 연장 필요성이 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편 셈이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이 장관은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은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방식을 노사 합의에 따라 변경 가능하도록 개정하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적정 정산기간 확대 등을 추진하며 △스타트업과 전문직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연공제 폐지에 나서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장관은 "작년 기준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이 55.5%이고 1000인 이상인 경우 70.3%"라며 "연공성이 매우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제도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나라의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로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2.27배)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시스템은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 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노동자 역시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면서 현재 일한 만큼의 보상을 현시점에서 정당하게 받기를 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이 장관은 초고령사회로 한국이 진입함에 따라 연공제를 폐지해야 "장년 근로자가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며 연공제 폐지가 불가피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청년과 여성, 고령자 등 모든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과 확산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미국 오넷(O*net)과 같이 풍부한 임금정보를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넷은 미국의 800여 개 직업의 임금 정보와 수행하는 직무, 그 자리에 필요로 하는 능력 등을 제공하는 노동 관련 포털이다.

이 장관은 아울러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임금제도 실태 분석을 하는 한편 △해외 임금체계 개편 흐름을 토대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를 선정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또 임금피크제와 고령 노동자 계속 고용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발굴에도 나설 것이라고 이 장관은 덧붙였다.

노동자 출신 장관 "노조 '불법행위' 엄정 대응" 

이 장관은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은 법‧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의식과 관행의 개선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다"며 "신뢰의 토대인 공정한 룰이 원칙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 불문 엄정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이번 정부 개편안에 대한 노동계 반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노동계는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관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예정됐다. 

다만 해당 집회는 경찰이 이미 불허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조치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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