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출입기자단, ‘판사 사찰’ 문건 사진 보도·대법원 선고 예고 기사 등 징계 논의
오마이뉴스·한겨레·이데일리·경향신문, 징계는 면했지만 ‘법원 풀러 1회 봉사’ 결정

 

법조 출입기자단이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사진을 보도했던 오마이뉴스와 대법원 선고 예고 기사를 쓴 한겨레 등 출입 매체에 대해 ‘1회 법원 풀’을 시키고 ‘재발 시 가중처벌’하기로 결정했다.

대검찰청 기자단 간사(기자)는 지난 27일 기자단 단톡방에 올린 공지를 통해 법조기자단 소속 매체인 오마이뉴스와 한겨레, 이데일리, 경향신문에 대해 징계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번에 한 해 징계를 면제하는 걸로 했다”고 밝혔다.

간사는 “오마이뉴스 2건, 한겨레 2건, 이데일리, 경향 등 총 6건에 관해 논의가 진행됐다”며 “기자단 규정이 모든 언론사의 약속인 만큼 징계는 면하되 올해 말까지 위 언론사의 규정 위반이 재발할 경우 가중처벌하기로 했고, 기자단을 위해 법원 풀러(공판 워딩을 취재해 공유하는 일)로 1회 봉사하시는 걸로 갈음했다”고 전했다.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이들 매체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기간 중 기자단이 설정한 ‘보도유예(엠바고)’ 기한이나 비보도 약속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출입기자단 내 징계 대상에 올랐다.

앞서 대검 기자단은 1차로 징계 수위를 정하면서 오마이뉴스엔 1년 간 출입 정지, 한겨레엔 3개월 출입 정지, 경향신문은 기자단 내 간식 돌리기 등을 결정해 법조기자단 소속 매체 팀장(1진)이 모인 대법원 기자단에 올렸다.

대검 기자단은 2020년 11월 오마이뉴스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의 실물 사진을 기사화했다는 이유로 ‘1년 출입정지’를 1차 결정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측 변호인이 기자단에 해당 문건을 건네며 실물 그대로 보도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기자단이 이를 받아들였으나 오마이뉴스가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검 기자단은 또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4월 대검 기자실 내 김건희씨 구속 촉구 기습시위 현장이 시민기자(시위 주최측인 대학생진보연합) 명의로 보도된 것도 징계 대상에 올렸다. 

▲오마이뉴스는 26일 오후 “[전문]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갈무리
▲오마이뉴스는 26일 오후 “[전문]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갈무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작성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대검찰청 기자실 내 기습시위 기사. 현재는 비공개됐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작성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대검찰청 기자실 내 기습시위 기사. 현재는 비공개됐다.

한겨레의 경우 대법원의 주요 노동사건 선고 예고기사를 법조기자단 승인 없이 썼다가 징계 대상이 됐다. 한겨레는 지난해 12월15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낸 임금청구 소송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예고 기사를 썼는데, 기자단이 정한 엠바고를 파기했다는 이유다.

또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노동 전문지 매일노동뉴스가 대법원 선고 당일 취재해 쓴 판결 기사를 뒤따라 보도했는데, 해당 기사가 기자단에서 ‘즉시 처리’로 구분한 기사가 아니라는 이유로도 징계 대상에 올랐다. 대법원은 지난 3일 TJB대전방송 비정규직 MD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며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를 진 사업주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법조 비출입사인 매일노동뉴스는 기자단 규정을 적용 받지 않아 선고 내용을 직접 취재해 보도했는데, 기자단 내에서는 이 사안이 즉시 보도를 허용한 기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도가 제한된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대법원 선고 기사 갈무리
▲매일노동뉴스 대법원 선고 기사 갈무리

법조기자단은 대법원 판결 가운데 기자단이 예외적으로 ‘즉시 처리(판결 즉시 기사화)’ 설정하지 않는 경우 모두 14일 간 엠바고를 지키도록 내부 규칙을 정하고 있다. 속보 경쟁을 완화한다는 명분이다.

대법원 기자단은 최종 심의 결과 징계 유보를 결정했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2년 이상 기자단의 정상운영이 불가능했던 점과 기자단 구성이 많이 바뀐 점 등을 감안해 이번에 한 해 징계를 면제”한 것.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의 한 법조 담당 기자는 이 소식을 들은 뒤 “대법원 판결문은 확정된 판결인 만큼 선고 즉시 언론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몇몇 언론사들이 모여 사건을 선별해 기사화 가능 여부를 정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