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독립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 99주기를 앞두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부터 8월 한달동안 '일본은 간토 학살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 사과하라'는 주장을 내걸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간토 학살 문제의 해결없이, 야만의 일제 식민지배는 청산되지 않는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6 주한 일본대사관앞.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99주기를 한달 앞두고 시민모임 독립은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8월 말까지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본은 간토 학살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 사과하라'는 주장을 내걸고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8월 한달간 진행되는 1인시위는 일본 극우세력에게 보내는 준엄한 경고이자 관계회복에 급급한 정부의 저자세 외교,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기는 대일 외교의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99년전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고 다시는 이런 야만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과 한국이 함께 기억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모임 독립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에게 기억은 증오와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선린과 호혜, 평화를 향한 관문으로서 기억은 존재한다. 우리에게 기억 행동은 아시아 평화의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천인공노할 집단학살이 벌어진지 100년이 다 되도록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한국 정부도 국권회복 이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조선인 학살 문제를 제기한 바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12일에는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48개 시민사회단체가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국회에서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은 마땅히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권을 수복한 이래 이 문제를 정식으로 일본 정부에 제기하지 않은 한국 정부와 국회는 대학살의 진상조사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스스로도 진상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고 1인시위를 시작하는 것은 내년 2023년 간토지역 조선인 대학살 100주기가 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을 일본 정부와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조선인과 중국인 등을 대량학살한 주체가 일본의 군대와 경찰, 민간조직인 자경단이었기 때문에, 인류에 대한 범죄이기도 한 이 대학살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일본 정부와 국민이 져야 한다는 것.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지금까지 정식으로 이 문제를 일본정부에 제기하지 않고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지도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대학살의 진상조사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스스로도 진상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극우세력의 비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본내에서 지난 2003년 이래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해 온 일본변호사연합회를 비롯한 일본 시민단체와 일본내 조선인 시민단체에는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학실천시민행동 이요상 대표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처음으로 규명한 재일 역사학자 강덕상 선생을 인용해 "간토 학살의 뿌리는 1894년 동학농민군 학살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일제의 만행은 초기 의병 진압과 1919년 3.1운동 탄압, 1920년 경신참변으로 이어지다 마침내 간토대지진 후 조선인 학살이라는 광란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많은 동학군이 참변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미루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피해자 가운데 동학군의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동학실천시민행동은 진실규명과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를 이끌어내기 위한 역사적 행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응교 시민모임 독립 이사(숙명여대 교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은 죽지 않고 꽃처럼 꽃처럼 영원히 기억하고 피어납니다./ 꽃을 사랑하는 내 일본인 친구들이여/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거짓이 아닌 진실을 꽃을 피워요./ 다시는 거짓말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학살하는 끔찍한 비극이 없도록 100년 비극을 함께 기억해요.'라는 자작시를 우리 말과 일본어로 발표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관동(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년 추모문화제 추진위원회' 최유진 위원장은 "일본내에는 가해자인 일본인들이 만든 추모비가 15개 정도 있는데, 피해자인 조선(한국)사람이 만든 건 1985년 치바현 관음사에 만들어 세운 '보화종루' 하나밖에 없다"며 내년 5월말까지 보수, 수리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장원택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이 첫번째 1인시위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원택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이 첫번째 1인시위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장원택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이 첫번째 1인시위자로 나섰다.

한편,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간토(관동) 일대에 진도 7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9월 3일까지 화재가 계속되어 가옥 45만채가 파괴되고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0만 5천여명에 달했던 최악의 자연재해였다.

대지진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발생했다. 당시 일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인과 경찰, 민간 자경단을 앞세워 조선인들이 방화와 부녀자 강간은 물론 우물에 독약을 풀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유포해 전대미문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자행했던 것.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학살 진상 파악을 위해 도쿄로 특파원을 파견하여 1923년 12월 5일 조선인 희생자 수를 6,661명으로 추산, 발표했으며, 그해 12월 26일자 기사에서는 일본에 체류중이던 독일인 브르크하르트 박사의 기사를 인용해 전체 조선인 희생자가 2만여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애플TV를 통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새롭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간토 학살 99주기를 맞아 8월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나선다

9월 1일은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 99주기가 되는 날이다.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도쿄를 중심으로 간토 일대에 진도 7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9월 3일까지 화재가 계속되었다. 도쿄와 그 주변 가옥 45만 채가 파괴됐고,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0만 5천여 명에 달했던 자연 재해였다.
  
하지만 더욱 참혹한 재앙은 지진 이후에 발생했다. "조선인이 방화하고 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풀고 있다", "조선인이 부녀자를 강간하고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조직적으로 유포되었다. 이것이 빌미였다. 계엄령 아래서 군인과 경찰, 민간 자경단은  무차별 조선인 학살을 자행했다. 전대미문의 제노사이드 범죄였다. 당시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조선인 희생자 수를 6,661명으로 추산했다.

재일 역사학자 강덕상 선생은 간토 학살의 뿌리를 1894년 동학농민군 학살에서 찾았다. 간토 학살은 돌출 사건이 아니었다. 일본에게 동학농민군 학살의 경험과 기억은 의병 진압을 거쳐 1919년 3·1운동 진압, 1920년 경신 학살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대지진 후 간토 거주 조선인 사냥이라는 광란이 벌어진 것이다. 폭력으로 내면화된 조선인 혐오와 차별은 지금도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사적 비극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회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1945년 해방 이후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일본에게 어떠한 문제 제기도 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는 2014년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여야의원 103명 명의로 발의되었다가 회기만료로 폐기되었을 뿐이다.

사건의 진상규명과 추모 노력은 재일조선인과 양심적 일본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는 간토 조선인학살은 일본 정부 책임이라며 고이즈미 당시 총리에게 사죄와 진상규명을 권고했다. 일본의 소수 양심적인 의원들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외면 속에서 꾸준히 진행된 이런 노력들은 지금 우리의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다. 

최근 일련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 애플 티브이가 만들어 세계의 주목을 받은 드라마 [파친코]가 이 세계사적 학살을 조명했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추진위는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일본 시민단체들도 100주기 추도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 8월 일본대사관 앞에서 간토 학살을 기억하는 행동에 돌입한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한 맺힌 죽음들을 추도하자는 것이다. 99년 전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고 다시는 이런 야만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과 한국이 함께 기억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지체된 정의를 거부한다. 진실이 드러날 때 정의로운 해결이 가능하며, 한국과 일본의 화해와 상생도 이루어진다. 간토 학살 문제의 해결 없이, 야만의 일제 식민지배는 청산되지 않는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를 향한 방향타이다. 우리의 기억 행동은 일본 극우세력에게 보내는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 한-일 청구권협정 주역이었던 김종필 전 총리는 협정 체결 50년이 된 2015년, "일본은 우리나라를 낮추어 본다.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라고 토로했다. 일본 극우세력은 한반도 강점과 전쟁 범죄를 부정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꿈꾼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오래된 미래'가 바로 99년 전 간토 학살의 참상이었다.

군국주의 부활은 혐오가 폭력을 낳고, 폭력이 다시 혐오를 내면화하는, 자기 파멸의 악순환 굴레로 귀결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는 실망스럽다. 관계 회복에 급급한 저자세 외교는 일본 내 극우세력의 입지만 강화할 뿐이다.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며,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는 대일 외교의 전환을 촉구한다. 

내년은 간토 학살 100주기다. 우리에게 기억은 증오와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선린과 호혜, 평화를 향한 관문으로서 기억은 존재한다. 우리에게 기억 행동은 아시아 평화의 초석을 놓는 일이다.  우리가 8월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나서는 이유다. 

 

우리의 요구

1. 일본은 간토 학살의 진상을 공개하라
1. 일본은 간토 학살을 공식 사과하라
1. 국회는 간토 학살 진상규명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1. 윤석열 정부는 간토 학살 진상규명에 즉각 착수하라

2022년 8월 1일 

시민모임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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