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못한 대통령’ 논란…취재진·참모진 거리 가까워져
주말 쇼핑 등 탈권위 의도에 돌발행동·시민불편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청와대 입성을 거부하고 우여곡절 끝에 열어젖힌 ‘용산 시대’도 벌써 100일이다. 탈제왕적 소통 행보를 약속하며 시작된 ‘용산 시대’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됐을까.
‘용산 시대’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실이 주요하게 꼽은 또 다른 변화는 ‘실천을 통한 시민 소통 행보’다. 용산 시대 초반, 윤 대통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통령실 인근 식당을 찾아 시민들과 어울리는 ‘깜짝’ 만남 행보를 보여줬다. 퇴근길 대형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처럼 평범한 일상 속의 대통령, 탈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오히려 시민 불편을 가중했다는 비판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참모진도 몰랐던 주말 백화점 구두 쇼핑이나 빵집 방문은 ‘과잉 경호’ ‘교통 혼잡 초래’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지면서 반발에 부닥쳤다. 대통령의 권한과 경호 범위, 방식 등이 나라마다 다른 상황에서 ‘탈권위’만을 부각하기 위해 돌발적 현장 행보를 이어가면서, 예상치 못한 시민 불편을 불러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 상황 또한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수도권 집중 호우 상황에서 ‘자택 지시’를 내렸던 윤 대통령은 ‘출근하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달 말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이사하기 전까진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오갈 때마다 일부 교통 통제가 여전히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호 시스템과 서울의 복잡한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한다면 윤 대통령이 ‘돌발적 소통 행보’ 보다는 진정성 있는 소통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광복절을 준비하는 대통령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올해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용산 대통령실 건물 바로 앞에 펼쳐진 잔디마당에서 열린다. 정부 공식 기념식이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을 “시민 광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약속 가운데 하나였다. 잔디마당은 지난 5월25일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를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들에게 처음 개방한 뒤, 6월12일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등 영화계 관계자 초청 만찬, 19일 인근 지역주민과 어린이, 소상공인들을 초청한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대통령입니다’ 행사 등이 열렸다. 과거 정부에서도 청와대 녹지원을 개방해 이런 행사들은 심심치 않게 진행해왔다.
오히려 용산 시대를 열면서 집무실 앞 집회의 자유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최근 대통령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분석’(이하 시위 분석문건)이란 보고서를 작성해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보단 집회의 파급효과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한 일이나, 법원이 집회 허용 판단을 줄이어 내놓는데도 집회 관련 소송비용을 8000만원으로 책정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면 윤 대통령에게 과연 용산을 ‘시민 광장’으로 바꿀 의지가 있는지 물음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3월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청와대를 나와 용산 시대를 열었다고 소통의 질과 방법이 나아졌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자주 식사하고 소통하면서 장기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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