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광복절 경축사 ‘담대한 계획’ 실효성 지적, ‘과거사’ 외면 비판도
취임 100일 앞둔 윤석열 대통령, 낮은 국정 지지율 원인 지목된 ‘측근인사’ 개선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하면 경제, 민생 분야 지원에 나선다는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담대한 계획’의 경제 분야를 구체화한 것으로, 정치·군사 분야 로드맵은 추후 밝힌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전환에 나서면 △대규모 식량 공급프로그램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의료 인프라 현대화 지원 △국제 투자·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룬 8개 신문 중, 기사 제목에서 비판적 시각이 드러난 곳은 경향신문(현실화 먼 ‘대북 담대한 구상’ 제시), 한겨레(북에 대화 제안 없이…“비핵화 땐 경제 지원”) 등이다.

▲7월16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7월16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은 “여전히 북한의 ‘선 비핵화’에 기초하고 있는 이 구상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기사(‘선 비핵화’ 원칙만 되풀이…대북 군사·정치 구상 안 밝혀)는 “윤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이 취해야 할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무엇인지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실제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고 마련한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전임 정부의 한 관료 출신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을 북쪽에 정식 제안하고도 이를 논의할 정상회담은커녕 당국회담조차 제안하지 않았다”며 “남북 공동발전위원회 설립 역시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 대화 제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의 수용 여부에 대해선 동아일보도 회의적 시각을 전했다. “대통령실은 핵무기 동결과 신고, 사찰 허용, 핵 프로그램 폐기 순으로 가는 단계적 비핵화를 설명하면서 경제 협력과의 동시 진행을 거듭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평가다. ‘북한 체제 부정’으로 간주할 수 있는 주장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고, 북측 호응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평가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성과 없이 끝난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았다.

▲7월16일자 세계일보 사진 기사
▲7월16일자 세계일보 사진 기사

반면 조선일보의 경우 ‘北과 정치·군사도 협력 로드맵 준비’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담대한 구상’을 언급하고 대통령실이 대북 제재 부분적 면제 추진 계획까지 거론한 것은 사실상 단절된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봤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지난 30년간 여러 차례 비핵화 방안이 시도됐고 몇 차례 합의도 도출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며 “북한의 호응을 고대한다”고 밝힌 입장을 함께 전했다.

‘건국절 논란’ 해소 시도…한·일관계 ‘과거사’ 피해가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 관련해 ‘미래지향적 관점’을 강조했다. 일본을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할 이웃으로 칭하면서,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이 부정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尹 “日은 힘 합칠 이웃”…과거사 뺐다)에서 “이날 경축사는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론이나 친일파 청산 등 과거사 문제를 부각하기보다는 ‘자유’의 가치를 연결 고리로 일본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야당도 윤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했다.

국민일보 기사(“日, 힘 합쳐 가야 할 이웃” 손내민 尹…‘日 책임론’은 없었다)는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대통령실은 ‘투 트랙’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도 “일본 측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강제징용 가해 일본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료들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7월16일자 국민일보 기사
▲7월16일자 국민일보 기사

윤 대통령은 한편 3·1독립선언,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 매헌 윤봉길 의사의 독립정신을 함께 언급하면서 과거 보수 정당 집권기 ‘건국절 논란’을 해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동시에 한계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서울신문은 “매해 광복절마다 1919년 4월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보는 진보 진영과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는 보수 진영 간 역사 갈등이 반복돼 온 가운데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상하이 임시정부의 ‘적통’을 사실상 인정하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며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하이 임시정부 역사를 이번 경축사에서 끌어안았다”는 분석을 했다.

경향신문도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대한민국을 ‘자유’라는 가치로 묶어내며 기존 건국절 논란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짚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며 “(대한민국 건국은)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이라고 한 대목을 지적했다. “자유를 강조하면서, 좌익 계열의 독립운동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반지하 없앤다’는 서울시, 대책으로 ‘재건축’ 내놨지만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이 실효성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15일 노후 공공임대주택 258개 단지 약 11만8000호를 용적률을 올려 재건축해 20년간 23만 채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이주를 원하는 반지하 가구에게 월세를 보조하는 ‘특정 바우처’를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반지하주택 위치와 침수 위험성, 취약계층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동아일보(서울시 “공공임대 23만채로 반지하 퇴출”…20년 걸려 실효성 논란)는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서울형 소규모 정비사업을 적용해도 재개발에는 약 4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발표한 23만 채를 모두 공급하려면 20년가량 걸린다. ‘당장 내년 폭우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또 이미 2020∼2021년 국토부와 서울시가 반지하 거주자의 이주를 위해 시행했던 ‘주거상향 지원사업’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7월16일자 동아일보 기사
▲7월16일자 동아일보 기사

한겨레(노후 공공임대 10만호도 안되는데 반지하 20만호 대체하겠단 서울시)는 “당장 올해 말까지 연한이 지나는 서울시 소유의 공공임대주택은 1만8천호에 그쳐 실제 반지하 거주자에게 공급되는 물량은 향후 5년 내에 5만호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연한이 지나는 공공임대주택의 20%가량은 서울시가 조정하기 어려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급 물량”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서울시 ‘20년 내 반지하 없앤다’ 집착부터 버려야)을 통해 “더 비싼 임차료를 감당 못 해 지상층 이주를 원하지 않는 반지하 주민들도 있을 것이다. 반지하를 떠난 이들이 고시원이나 쪽방 등으로 이동하는 상황도 우려된다”며 “정교한 대책 없이 반지하 폐지를 추진하면 오히려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정성만 흔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축하 못 받는’ 윤 대통령 100일, 인적쇄신 요구 높아

취임 100일을 맞는 윤 대통령에 대한 언론 평가는 박하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6일 주요 신문의 기명 칼럼, 사설 등은 민심과 괴리된 윤 대통령의 인식을 비판하면서 인사 쇄신을 당부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尹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은 “집무실 이전, 기자들과의 즉석 문답, 구태의연한 서민풍 교류나 접촉 등에서 윤 대통령은 때로 ‘불통’으로 비칠 정도로 한번 시작한 것은 잘 후퇴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정·관계에 자리하고 있는 검찰 출신과 학교 동문들은 윤 대통령을 위해 비켜서야 한다. 윤 대통령이 측근 정치, 주변 정치에 갇혀있지 않고 더 넓은 정치판으로 나갈 수 있도록 그의 측근들이 살신성인할 때”라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김환기 칼럼(민심난독증 안 고치면 답 없다)은 “윤 대통령은 민심난독증이 중증”이라고 비판했다. 김환기 논설실장은 “균형과 다양성을 배려하지 않은 인사는 최대 패착이었다”며 “문제는 발탁된 인사들이 윤 대통령 지인이 많은 데다 능력 부족을 드러내고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는 점”이라 지적했다.

▲7월16일자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칼럼(왼쪽부터 시계방향)
▲7월16일자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칼럼(왼쪽부터 시계방향)

100일 기자회견에서 전면적인 쇄신안이 나와야 한다는 당부도 모인다. 세계일보 사설(민심은 전면쇄신 요구하는데 홍보라인만 보강한다니)은 “통합·균형 인선에 방점을 찍고, ‘서·오·남’(서울대 출신·50대·남성)에서 탈피해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위기는 외부 충격이 아닌 내부 요인에서 비롯됐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내각과 대통령실을 과감히 개편하고,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국정운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윤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대대적 국정·인적 쇄신 담아야)은 “지금 윤 대통령이 맞닥뜨린 위기는 국정과 인사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다. 소폭의 개편이나 조정으로는 국정 쇄신은커녕 최소한의 반전조차 어렵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 회견을 계기로 정부를 재출범시킨다는 각오로 국정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협치와 소통을 기조로, 대통령실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교육·복지 장관과 검찰총장 등 공석 중인 고위직 인선에서 탕평 인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