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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사태, 한국 정부 부분 패소…“배상액 3천억, 중재 불복”

10년 이어온 론스타 먹튀 사태, 한국 정부 부분 패소…배상액 3,600억 규모 법무부 “중재 불복, 취소 신청 검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에서 약2,900억원 가량을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정부는 국제중재기구 판단에 불복해 판정 취소 신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의 중재판정 선고문이 나왔다. 2012년 중재절차가 개시된 후 약 10년 만이다.
 
론스타 ⓒ민중의소리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의 오랜 분쟁 끝에 나온 결론이다. 사모펀드 론스타는 지난 2003년 IMF 외환 위기 이후 부실화된 외환은행을 2조1천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 자격이 없던 외국 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도가 변경됐다. 그 덕에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 할 수 있었고, ‘헐값 매각’, ‘외국 자본 특혜’ 논란이 일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시 재정경제부(현재 기재부) 관리였고, 이창용 한국은행장 역시 당시 핵심 실무진 중 한명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당시 핵심 관료로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나 한 총리는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론스타 법률 대행을 맡았던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했다. 당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타진하던 때다. 한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당시 정책 결정라인에 있었던 추 부총리와 의혹이 제기된 한덕수 국무총리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론스타 특혜 논란은 ‘먹튀’로 이어졌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불과 3년 만에 매각을 추진했고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이를 약 5조9,376억원의 가격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 대비 4조원이 불어난 금액이었다. 하지만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 위반, 먹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히 확산했고,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그 여파로 HSBC와 론스타의 계약은 파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다.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고, 금융당국은 관련 사건 등을 이유로 매각을 승인하지 않았다. 론스타는 이 시기, 정부가 매각 대금을 낮추라고 압박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의 두 차례 매각 승인 지연, 국세청의 부당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중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재판정부, 여러 쟁점에서 론스타 주장 배척
배상액 받아들일 경우 3600억원 넘어설 듯


중재판정부가 론스타측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다. 론스타측은 HSBC와의 매매계약 승인이 늦어진 것을 두고 ‘한국 법령에 규정된 심사기간을 넘어섰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세청이 부당하게 과세했다는 론스타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질과세원칙 적용 등 과세처분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반면, 하나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매각 가격이 낮아질때까지 시간을 지연했다는 사실은 일부 인정됐다. 당시 허가 당국이었던 금융위원회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을 이유로 승인을 미룬 것은 일부 잘못이라는 것이다. 다만, 론스타가 지배하고 있는 외환은행 관련사에서 주가조작이 실제 일어났고, 대법원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로 미뤄 ‘론스타 측에도 50%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중재판정부는 이런 근거로 론스타 측이 주장한 손해액 4억3,300만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2,914억원(달러당 1346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여기에, 해당 금액에 대한 이자(2011년 12월3일부터 지급일까지)를 한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로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해당 채권의 수익률은 2.35% 수준으로 지연이자액은 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국 정부는 3,600억원대 배상을 해야하는 셈이다.

정부는 중재판정부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총 3명의 판정위원으로 구성됐다. 배상이 인정된 하나지주 매각 관련 3명의 의견은 배상 2인, 배상 책임 없음이 1인이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1인의 소수의견은 ‘론스타 관련 범죄가 유죄로 확정되는 등,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 과정이 정당했으며, 론스타 스스로 손해를 자처했기 때문에 한국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수 의견을 보더라도 한국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며 “절차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끝까지 다퉈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취소 신청 등 후속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설명이 정확한 것인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이날 중재판정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자료는 A4 용지 5장 분량의 보도자료가 전부였다. 한 장관은 “비밀 유지 서약 등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면서도 “정보가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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