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란 무엇인가?
최근 한미 사이에 논란이 된 핵 ‘확장억제’와 관련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광 코리아뉴스 편집장의 칼럼을 한글 맞춤법으로 고쳐 싣는다. [편집자]
‘확장억제’가 새로운 화제로 등장했다.
한국의 현정권은 출범하기 이전부터 미국에 정책협의대표단을 보내고 ‘확장억제 강화’를 애걸하였으며, 5월의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고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가동키로 하였다. 이에 따라 얼마 전에는 ‘3차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4년 8개월 만에 열렸다(9월16일)고 야단법석이다.
빈 수레
한국 언론 보도에 의하면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동일한 전력 수준으로 타격한다는 개념이라고 한다. 또한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것과 관련, 1992년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북한(조선)이 첫 핵실험을 단행한 2006년 한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확장억제로 바뀌었다고 그 경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에는 미군이 주둔해 있고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미군 해외기지도 있다. 또 한반도 주변에는 방대한 미군의 핵전략 자산이 전개되어 있으며 항모타격단이요, 핵잠수함이요, 전략폭격기요 하는 핵타격 수단들은 수시로 한반도를 드나들고 있다.
그런데 5월에 발표된 공동성명을 보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모든 범주가 확장억제의 내용이라고 한다. 또한 EDSCG를 보면 전략자산의 전개, 한미공조, 가용한 수단의 사용 등등을 소리높이 외쳐댔는데 확장억제를 위한 새로운 조치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한미 정성회담을 앞둔 5월초 미 국방성 출신의 안보 전문가는 VOA(5월12일)의 취재에 윤석열 정부는 확장억제와 관련해 더 많은 확신을 원하는 것 같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억제나 확장억제에서 어떤 틈이 존재한다고 여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이 너무나 불안해하기 때문에 재확인 해주되 새로 취할 조치는 없다는 것이다.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측은 새롭게 취할 조치가 없다고 하고 받는 측은 대단한 내용이 담긴 듯 묘사하는데 어느 측을 믿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핵 곤봉을 휘두르면서 침략적인 군사적 망동에 날뛰는 미국의 행동에는 특별히 새 조치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보면 이무래도 확장억제라는 것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뉴욕을 희생하면서 빠리를 지켜주는가
오래된 일이지만 미국의 핵우산과 관련하여 프랑스에서 “미국은 뉴욕을 희생하면서 빠리를 지켜주는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 바가 있는데 프랑스의 답은 “아니다”였다.
그런데 “도쿄를 지키기 위해 또는 서울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을 희생하겠는가?” 하는 물음은 제기된 바가 없다.
왜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프랑스에는 주둔 미군과 미군기지가 없으며 한국과 일본에는 미군이 존재하며 안전보장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에게 안전보장을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군사보호령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진실이다.
미국은 미군이 주둔하고 군사기지가 있는 군사보호령에서 이미 핵전력을 전개해놓고 있는데 거기에 핵우산을 씌우고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것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인정해야 할 현실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남북 사이가 아니라 북미 사이에서 일어난다. 설사 한국군이 둘격대로 나선다고 해도 한국군은 미군 지휘하에 있는 한국인부대에 불과하다.
북미 사이의 전쟁은 기필코 핵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도대체 확장억제를 누가 누구에게 제공한다는 말인가?
한국군을 미군 지휘하에 있는 한국인부대로 표현하면 기분 상할지 모르나, 아무리 불편에도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작전지휘권이 미군 손에 있고 미군 허가 없이 대포 한 발 쏘지 못하는데 어떻게 독립한 군대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군사주권반환 문제가 때때로 거론되는데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군사주권이란 말은 작전지휘권을 미군에 뺏긴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어느 나라 정치용어사전을 펼쳐보아도 찾아볼 수 없는 어설픈 표현이다. 주권이란 해당 나라 인민을 위하여 행사하는 국가의 최고권력인데 이 주권을 정치주권, 경제주권, 군사주권으로 나눌 수 없으며 더구나 외세에게 군사주권만을 떼내어 맡긴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군사주권이 없다는 것은 주권이 없는 속국임을 의미한다.
안보공약에 대한 우려?
윤석열 정권이 유별나게 확장억제에 대하여 떠드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5월초 미국의 한 전문가는 “미국에 대한 북의 증가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은 기존 억제 조치와 방어 공약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라고 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끊임없이 확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하였다.(VOA)
그렇다면 방어 공약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실체는 무엇인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패퇴(지난해 8월)한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서방 동맹국들 속에서 미국 의존(안전보장문제)의 위험성이 공공연히 나돌고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EU군을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터져나온 바 있다.
심각한 위기감은 한국에서도 표출 되었다.
‘미국이 한국을 버리는 날’
지난해 8월 조갑제닷컴에 ‘미국에게 한국은 더 이상 특별하거나 매력적 존재가 아니다’는 글이 올랐는데 글 속에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이 있다.
“마음 급한 미국이 만약 북의 기득권(사실상 핵 보유)을 인정해 주면서 핵 동결 전제 불가침 조약 같은 것을 맺는 날에는 모든 것이 끝난다. 그날은 미국이 한국을 버리는 날이다. 불가침 조약은 사실상 평화조약(전쟁종료 관련 조약)의 개념을 포괄한다. 따라서 미북 불가침 조약의 체결은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국 철수는 곧 한미동맹의 와해를 의미한다. 미국은 북 핵으로부터 미국만의 안전을 취하고, 한국을 사실상 제물로 바치고 한반도에서 빠져나가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군사보호령에서 친미세력을 키워 그들을 통해 안전하게 통치하는 것은 미국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미국이 키운 친미세력은 미국을 위하여 일하는 살찐 노예로 절대 민족을 위하여 일하지 않는다.
상술한 글은 미국이 한국을 버릴 수 있으니 미국에 충실한 야당 후보(윤석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역설한 살찐 노예들이 직감하는 위기감을 솔직하게 대변하였다.
북의 핵전력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미국이 한국에서 내쫓기는 날은 다가온다. 미국만을 유일한 생존 수단으로 삼는 살찐 노예들에게 있어서 미국이 아프가니수탄에서처럼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리는 것은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살찐 노예들이 갖는 위기감의 실체이다.
앵무새
한국 합참의장은 북의 핵공격을 운운하면서 북 정권이 존속될 수 없다는 폭언을 늘어놓았다(19일 국회국방위원회).
우스운 것은 이 망발이 미국의 국방안보 전문가의 말을 되풀이한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이 애걸복걸한 ‘확장억제’를 논하는 과정에서 한 국방안보전문가가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이 정권의 종말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사실을 평양에 상기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상기 VOA).
한국군 서열 1위라는 자의 망발이 일개 미국 전문가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데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 우습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확장억제가 고도의 심리전이나 되는 듯이 떠들고 있으니 우매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보면 확장억제라는 것이 북의 핵전력 고도화에 전전긍긍하면서 버리지 말아달라고 미국의 바지가랑이를 필사적으로 잡는 친미반공세력의 추악한 발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끝으로
미국이 아시아 내륙부에 위치한 지정학상의 요충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것은 힘이 진해 더 이상 탈리반을 감당해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때로부터 1년,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이 시작된 것을 계기로 미국의 일극지배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하고 다극세계에로의 흐름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역전시킬 수 없으며 미국은 침몰을 향해 항행하는 녹슬고 고장난 배와 같다. 침몰하는 배에서는 쥐새끼도 도망친다고 하는데 확장억제를 외치면서 미국의 바지가랭이를 부여잡는 것보다 어리석은 짓은 없다.
‘미국이 한국을 버리는 날’ 끝장나는 것은 친미반공 우익세력, 살찐 노예들 뿐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떠나 망한 것은 괴뢰국가와 괴뢰군뿐인 것처럼 말이다.
한반도에서 외세를 몰아내면 남북 사이에서 이미 합의 본대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평화와 공동번영, 연방제 통일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
현광 코리아뉴스 편집장 webmaster@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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