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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입당’ 앞두고 펑펑 눈물 쏟은 탄광 청년

[북한 청년 이야기] ②‘노동당 입당’ 앞두고 펑펑 눈물 쏟은 탄광 청년

 

강서윤 기자 | 기사입력 2022/10/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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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북한 노동신문은 기사 「당의 품에서 우리 청년들은 이렇게 자라고 있다」에서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집단 속에서 새 삶을 살게 된 청년 9명’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 소식은 국내 언론에서도 지난 9월 30일 「“평생 주먹 자랑만 했었소”…김정은 격려로 환골탈태한 ‘범법자’ 청년들」이라는 제목으로 내용 일부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사는 각 청년과 관련한 이야기를 자세히 전하지 않아 궁금함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는 또 어떤 사연이 숨어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청년절 경축행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2021년 8월 말 평양에서 청년절 30주년을 맞아 경축행사가 열렸다. 곳곳에서 모인 청년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정이 어려운 ‘험지’를 가겠다고 나선 청년 9명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특별히 따로 불렀다. 또 청년 9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대대손손 가보로 전해질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다.

 

언뜻 청년 9명이 뭔가 ‘엄청난 성과’를 냈으리라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그렇기는커녕 한때 이 청년들은 온갖 사고와 소동을 일으켜 따가운 눈총을 받던 ‘불량 청년들’이었다. 오죽하면 가족·친지들도 두손 두발 다 들고 이 청년들을 거의 포기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랬던 청년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험지로 가겠다고 스스로 ‘탄원진출’해 나선 것이다. 

 

탄원진출이란 사정이 어려운 지역에 가겠다고 지원, 그곳에서 노동자·농민으로 생활하는 것을 뜻한다. 청년들로서는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정든 고향을 떠나 머나먼 지역에서 뼈를 묻을 수도 있다는 쉽지 않은 결심을 한 셈이다. 

 

이런 사연을 보고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청년들을 직접 맞아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줬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당 당 조직들에서는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진출한 청년들이 힘들어할 때에는 지팡이가 되어주고 발걸음이 더뎌질 때에는 기꺼이 떠밀어주고 손잡아 이끌어주어야 합니다”라며 “그렇게 하여 오늘과 같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탄생한 우리 시대의 자랑인 이런 청년들이 먼 훗날에 가서 자기의 한 생을 총화(평가)할 때 인생의 졸업증을 받을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은 청년 9명의 이름과 현재 소속 단위다. 

 

전천탄광 리수복청년돌격대 김광석,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조양탄광 최충성, 무산광산련합기업소 로천분광산 오충현, 개천철도국 개천철길대 청년기계화기동1중대 허강일, 흑령탄광 차광수청년돌격대 리주혁, 라진상하수도사업소 무창농축산물생산분사업소 김광명, 강원도청년돌격대 김철룡, 대관림사업소 최재천, 룡등탄광 김광철청년돌격대 리정혁. 

 

2022년 10월 기준, 청년 9명이 각 험지에 자리하고 난 뒤로 1년이 넘게 지났다. 1년여 동안 청년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이번 연재에서는 노동신문을 바탕으로 사연을 추려 순서대로 소개한다.

 

②‘노동당 입당’ 앞두고 펑펑 눈물 쏟은 탄광 청년 

 

두 번째 순서는 최충성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조양탄광 김광철청년돌격대 대장의 이야기다.

 

 

 

 

평안남도 개천시 일대에 자리한 개천지구, 이곳에는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가 있다. 2001년 8월 노동신문은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에서 규모가 500여만 톤에 이르는 탄광을 찾아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석탄 가운데에서도 주로 무연탄이 나는 개천지구에는 연합기업소를 중심으로 무연탄을 채굴, 원료로 활용하는 공정이 꾸려져 있다. 

 

 

 

최충성 대장은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중에서도 조양탄광에 소속된 광산 노동자로 김광철청년돌격대의 대장을 맡고 있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은 돌격대에 관해 “돌격대는 주로 건설이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특별하게 조직된 단위”라며 “건설이나 각종 사업 수행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한다”라고 설명한다.

 

노동신문은 “김광철청년돌격대는 조직된 지는 비록 1년밖에 되지 않지만 가장 어려운 곳에서 돌파구를 열어젖히며 새 탄밭(탄층)을 마련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라고 전한다. 이어 최충성 대장이 품과 노력을 들인 덕에 “돌격대의 대오가 더욱 늘어나고 튼튼해졌다”라고 소개한다. 

 

돌격대의 앞에는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당위원회가 꾸린 당세포가, 뒤에는 “혈육과도 같은 일꾼(간부)들”이 있었다고 노동신문은 전한다. 당위원회와 간부들은 돌격대 대원들을 위해 2층짜리 병실을 직접 짓고 저마다 집에서 가져온 달걀을 대원들의 밥그릇에 얹어주는 등 청년들을 세심하게 챙겼다고 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초급당비서는 평소 최충성 대장을 비롯한 대원들에게 일의 능률을 늘리는 기술과 방도를 알려주는 기술학습강사였다. 또 대원들이 배구 경기를 할 때는 배구 감독으로 함께 어울렸고, 대원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식당 근무 성원이기도 했다. 

 

최충성 대장은 지난 1년여 동안 당위원회, 간부들과 함께한 때를 돌아보며 꾸짖음도 들었지만 그만큼 성장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동신문에 실린 사연을 소개한다. 

 

돌격대에 들어온 최충성 대장은 일을 잘하고 싶은 의욕이 앞섰다. 그런데 때로는 그 의욕이 너무 지나쳐 정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일을 빨리 처리하려다가 다른 곳에 배당된 자재를 자신이 속한 돌격대로 빼돌린 것이다. 

 

최충성 대장이 저지른 잘못에 초급당비서는 남의 걸 가로채 자신의 공적으로 앞세우면 안 된다며 광산 노동자는 누구보다 마음이 깨끗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질책했다.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의 총책임을 맡은 당책임일꾼은 최충성 대장과 종종 탄광 안쪽 막장 길을 함께 걸었다. 당책임일꾼은 최충성 대장에게 옷차림과 몸가짐, 걸음새와 말투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당책임일꾼은 당과 숨을 같이 쉰다는 자세로 임하면 좋겠다, 총비서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최충성 대장이 노동당에 입당한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힘을 내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당책임일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맡긴 청년이니 당 조직이 최충성 대장을 믿고 보증해야 한다면서 최충성 대장의 노동당 입당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이후 최충성 대장은 202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인 태양절에 입당했다.

 

그런데 최충성 대장은 입당청원서를 끝내 다 읽지 못했다. 조국과 ‘인민’을 위해 한 일이 없고 낳아준 부모조차 멀리했던 자신에게 사랑과 정을 베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너무도 고마워 눈물이 복받쳤기 때문이라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은 “자식 한 명을 키우는데도 오만 자루의 품이 드는데 인생의 새 출발을 한 최충성 동무를 당원으로 키우며 당일꾼들과 청년동맹 일꾼들이 들인 품을 여기에 한두 마디로는 다 쓸 수 없다”라고 전했다. 

 

조양탄광에는 2021년 청년경축절 행사 이후 스스로 지원해 찾아오는 청년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대원이 어려움을 겪다가 포기하는 등 곡절도 많았다. 최충성 대장은 떠나간 새내기 대원을 찾으러 다른 일을 제쳐두면서까지 먼 길을 나섰다. 

 

새내기 대원을 마주한 최충성 대장은 이렇게 호소했다. 

 

“난 동무를 버릴 수 없소. 어젯날 나처럼 살게 할 수 없단 말이오. 우리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나를 믿고 맡겨주신 동무들과 난 끝까지 운명을 함께 하겠소.” 

 

이와 관련해 노동신문은 “석탄산은 이렇게 높아지고 있다”라며 “김광철청년돌격대에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게 하리라는 바로 그것은 그(최충성 대장)가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를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던 그 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진 맹세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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