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SPC 노동자 사망에 재해의견서·동료증언 보도
전술핵 재배치 ‘무책임’ 못박은 미 대사, 신문 보도는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만들던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데에 각계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안전 미비 사항이 여럿 발견된 데다 사망 사고 이후 공장을 가동하는 등 회사의 후속 대응에 비판이 거세다. 고용노동부는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 19일 다수 신문이 SPC 노동자의 산재 사망 사건을 여러 각도로 다뤘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인데, 19일 아침신문들이 1면 등 주요 지면에 다뤘다.

▲19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9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9일 경햔신문 2면
▲19일 경햔신문 2면

 

각종 안전미비점 발견, SPC 대응에 “불매” 재확산

노동부는 1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18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 공장 관계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문들은 노동부가 소스배합기에 끼임이 감지되면 작업을 멈추는 자동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점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산안법과 시행령은 동력장치를 써 재료를 혼합할 때 뚜껑을 설치하고 재료를 투입, 혼합, 배출할 때엔 작동을 멈춰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회사가 작업지시서에 2인1조 근무하도록 했는데 실제론 사고 노동자가 혼자 작업하다 기계에 빨려들어간 대목도 들여다보고 있다.

▲19일 국민일보 1면
▲19일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 SPL에서 작업 중 숨진 노동자와 같이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매년 10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끼임 사고 사망자는 95명으로 전제 산업재해 사망자의 11.5%이며, 351명을 기록한 ‘떨어짐’ 사망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끼임사고는 ‘기본적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로 분류된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국정감사 공개 자료를 인용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SPL 공장에서 사고 재해자는 37명이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중 37건 중 15건(40.5%)이 끼임사고라고 전했다.

▲19일 중앙일보 14면
▲19일 중앙일보 14면

국민일보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최초 조사의견서를 인용해 “SPC그룹 계열 SPL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 사고에 대해 노동 당국은 해당 사고가 단독 작업 중 발생했다고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SPC 측은 ‘2인1조 근무 규정을 제대로 지켰지만 다른 근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 조사 내용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19일 국민일보 12면
▲19일 국민일보 12면

국민일보는 “공단은 근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무게를 둔다”며 “의견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본래는 3인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나머지 1명은 휴식을 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SPL 제빵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유족의 말을 보도했다. 노동자 A씨의 유족은 “회사는 2인1조 근무를 시켰다는데 현장에선 사실상 지켜진 적이 없다. 실제로는 한 사람에게 교반기(배합기) 두 대 일을 시키기도 했다”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을 전했다.

“2명이 함께 교반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늘려 달라고 직원들이 요청했고, 그게 안 되면 배합기 앞에 안전 펜스나 재료 이동 보조장치를 설치해달라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회사가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19일 동아일보 12면
▲19일 동아일보 12면

해당 노동자의 사망 사고 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SPC와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서울신문, 한겨레, 경향신문이 “피 묻은 빵을 사 먹지 말자”는 구호와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도했다. 17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샤니, 삼립식품, 쉐이크쉑, 파스쿠찌 등 SPC 계열 브랜드 목록이 ‘불매’ 열쇳말과 함께 퍼졌다.

한겨레는 “노동자가 야간 근무 중 숨졌다는 사실뿐 아니라 이후 회사의 비인간적인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며 “회사는 고용노동부가 사고발생 기계와 동일한 기계에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는 이유로 사고 직후에도 공장을 정상가동했다. 이튿날 노동부가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등을 이유로 추가 작업중지를 권고한 뒤 사쪽은 해당 층 작업을 중지했다”고 했다.

▲19일 서울신문 8면
▲19일 서울신문 8면
▲19일 한겨레 3면
▲19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SPC 불매 운동은 지난 5월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장의 단식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당시 임 지회장은 노조 탈퇴 회유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며 “민주노총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도 SPC 계열사 전반에서 확인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윤보다 생명’ 다시 불붙은 SPC 불매운동의 외침’이란 제목의 사설도 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감독행정이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즉각 특별감독을 실시하라”고 했다. 19일 세계일보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7개 아침신문이 이 같은 SPL 공장 노동자 사망 관련 소식을 전했다.

여권 전술핵·핵공유 주장에 선긋기…8개 신문 주요하게 다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19일 경향신문 1면
▲19일 경향신문 1면
▲19일 세계일보 1면
▲19일 세계일보 1면

골드버그 대사는 “핵무기 위협 증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긴장을 늦추기 위해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핵을 가진 북한이 정상인 것처럼 여겨지는 가상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확장억제는 미국이 가진 핵 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을 동원해 보호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우리 의지는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전술핵 운용부대 실전훈련을 하면서 여권에선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술핵은 대도시 전체를 초토화하는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은 무기로 보통 20㏏ 이하의 핵무기를 일컫는다.

▲19일 중앙일보 5면
▲19일 중앙일보 5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기존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지난 11일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겠다”며 일부 태도를 바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를 반박한 셈이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이 발언을 1면에 보도했다. 한겨레는 “최근 국민의힘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뒤 독자 핵무장 주장 등에 대한 미국 쪽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셈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불신으로 볼 수 있는 탓”이라고 풀이했다.

▲19일 한겨레 1면
▲19일 한겨레 1면

한국일보는 “골드버그 대사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보고 맞대응에 나서기보다 '외교를 통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최근 북한 도발에 맞서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주장 등이 국내에서 나오고 있지만 미 고위 관계자가 핵 비확산 원칙을 내세우며 선을 그은 것”이라고 했다.

▲19일 한국일보 1면
▲19일 한국일보 1면

다른 주요 신문들도 이를 4~6면에 다루고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 중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주요 소식으로 다뤘다. 서울신문은 “‘외교를 통한 비핵화’를 고수하며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고 중앙일보도 도입부에 “사실상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론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19일 조선일보 5면
▲19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골드버그 대사 토론회를 다룬 기사에서 ‘미 국무 “한·일 가까워지는 것, 김정은이 안 달가워해”’라고 제목을 달고 기사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전술핵 재배치에 선 그은 발언은 마지막 문장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양상훈 칼럼 등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취지의 칼럼을 보도힌 바 있다. 양상훈 주필은 13일 “북의 핵을 막는 방법도 하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에 핵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은 대북 최적합 전술핵인 B61-12를 탑재할 F-35A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없는 것은 미국의 결심뿐“이라고 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