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은 이족통치를 파괴하고자 함이다.
제2는 특권계급을 파괴하고 함이다.
제3은 경제 약탈제도를 파괴하고 함이다.
제4는 사회적 불평균을 파괴하고자 함이다.
제5는 노예적 문화사상을 파괴하고자 함이다.

 

다시 말하자면 '고유적 조선의' '자유로운 조선 민중의' '민중 경제의' '민중 사회의' '민중 문화의' 조선을 건설하기 위하여 '이족통치의' '약탈제도의' '사회 불평균의' '노예 문화사상의' 현상을 타파함이니라. 그런 즉 파괴 정신이 곧 건설 주장이라. 나아가면 파괴의 '칼'이 되고 들어오면 '깃발'이 될지니, 파괴할 기백은 없고 건설할 어리석은 생각만 있다면, 오백년이 지난다 해도 혁명의 꿈도 꾸어보지 못할지니라.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3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처음 개최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3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처음 개최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제 식민통치하 강도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이루기 위한 의열(義烈)투쟁이 절정에 달하던 1923년 1월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작성한 「조선혁명선언」의 한 대목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조선의열단의 행동 이념이자 강령으로 발표된 「조선혁명선언」은 "강도 일본이 우리의 국호를 없애며, 우리의 정권을 빼앗으며, 우리의 생존적 필요조건을 다 박탈하였다"라는 처절한 상황인식을 첫 문장으로 시작하여 "우리는 일본 강도정치 곧 이족통치가 우리 조선 민족 생존의 적임을 선언하는 동시에, 우리는 혁명 수단으로 우리 생존의 적인 강도 일본을 쳐죽이는 것이 곧 우리의 정당한 수단임을 선언하노라"라는 명징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일본과 타협하려는 내정독립, 자치, 참정권을 논하는자, 강도정치 아래에서 기생하려는 문화운동자를 모두 우리의 적임을 선언하고 외교론, 준비론은 한바탕 잠꼬대에 불과하다고 단마디로 일축한다.

강도 일본을 몰아서 쫓아내려면 오직 혁명만이 유일한 방법이며, 그 첫걸음은 "먼저 깨달은 민중이 민중 전체를 위하여 혁명적 선구가 됨"이니 "'독립을 못하면 살지 않으리라', 일본을 쫓아내지 못하면 물러서지 않으리라'라는 구호를 가지고 계속 전진하면 목적을 관철하고야 말지니, 이는 경찰의 칼이나 군대의 총이나 간악 교활한 정치가의 수단으로도 막지 못하리라"는 불퇴의 각오를 호소한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00년전 발표된 「조선혁명선언」이 지금도 살아 숨쉬는 역사적 귀감이 되고 굳은 다짐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왜 100년이 지난 지금 「조선혁명선언」 일까?

기념식을 주관한 서동용 국회의원은 "1923년 1월의 뜨거움이, 2023년 1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조선혁명선언」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이날 기념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념식을 주관한 서동용 국회의원은 "1923년 1월의 뜨거움이, 2023년 1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조선혁명선언」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이날 기념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념식을 주관한 서동용 국회의원은 개회사에서 "「조선혁명선언」은 특권계급, 경제적 약탈제도, 사회적 불평등과 노예적 문화사상을 파괴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폭압적인 사회시스템의 혁파를 주장"하고 있는바, "자주독립의 방식과 당위성, 독립 후에 우리 민족과 조국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아우르는 깊이와 내용이 담겨있다"고 언급했다.

또 "1923년 1월의 뜨거움이, 2023년 1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조선혁명선언」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라며, 이날 기념식이 국회에서 최초로 열린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공식 기념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조선혁명선언」은 항일민족운동사상 가장 강건·웅혼하면서도 정교하게 민족해방의 이론과 방략을 나름대로 체계화하고 구체화한 문서이며, 민중해방운동의 주장을 이론화한 문서로서, 3.1독립선언문 이후 한국의 독립운동 및 민중운동사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높은 민족민중운동의 문건"이라고 평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조선혁명선언」은 항일민족운동사상 가장 강건·웅혼하면서도 정교하게 민족해방의 이론과 방략을 나름대로 체계화하고 구체화한 문서이며, 민중해방운동의 주장을 이론화한 문서로서, 3.1독립선언문 이후 한국의 독립운동 및 민중운동사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높은 민족민중운동의 문건"이라고 평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단재 신채호와 「조선혁명선언」'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의열단의 이념과 운동방략을 제시한 「조선혁명선언」은 항일민족운동사상 가장 강건·웅혼하면서도 정교하게 민족해방의 이론과 방략을 나름대로 체계화하고 구체화한 문서이며, 민중해방운동의 주장을 이론화한 문서로서, 3.1독립선언문 이후 한국의 독립운동 및 민중운동사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높은 민족민중운동의 문건"이라고 평가했다.

한시준 독립기념관 관장은 축사에서 20세기 전반기 제국주의 침략으로 식민지가 된 세계 80%의 민족과 국가가 모두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그 방법으로 가장 공통적이었던 것이 의열투쟁이었지만 조선의 의열투쟁은 「조선혁명선언」이 있어, 그것을 통해 건설할 이념적 지표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천명해 놓았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 내세울만한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강조했다.

김언호 '김원봉과함께' 공동대표는 "나라와 민족과 강토가 일본제국주의에 침탈당하던 시기에, 몸과 마음을 다한 의열단원들의 투쟁은 우리 민족독립운동사의 찬란한 성과"였으며, "신채호 선생의 역사정신·혁명정신, 김원봉 장군과 의열단원들의 독립운동은 오늘의 이 민족분단을 극복해 내는 역량"이라고 이날 기념식의 현재적 의미를 짚었다.

박우섭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장은 "100년전 독립의 염원이 헛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불합리한 서훈법을 개정하고 미서훈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을 추진하는 일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장섭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대표는 "「조선혁명선언」은 의열단뿐만 아니라 당시 항일투쟁에 나섰던 조선의 모든 독립운동가와 일반 민중에게 독립이라는 확실한 목표와 확신을 갖도록 한 일대 사건"이라며, "특히 경제와 안보, 사회, 역사 전반에 걸쳐 복합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조선혁명선언」에 담긴 단재 선생의 일성이 우리가 나아갈 길을 비추는 귀중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훈, 우원식, 양정숙, 윤미향, 민형배 의원은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단순히 과거의 일을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항일의 역사를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해 분단을 지속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과제를 되새기고 이를 후대가 계승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은 광복회, 국민문화연구소, 김원봉과함께, 단재 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몽양여운영선생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 아나키문화연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용인독립기념사업회, 운암김석숙선생기념사업회, 윤리문화학회, 위례역사문화연구소,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한국YMCA전국연맹,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흥사단을 비롯한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과 강은미·김홍걸·민형배·서동용·설훈·안호영·우원식·이장섭·윤미향·황운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이들 단체들은 「조선혁명선언문」의 원문에 해석과 주석을 달고 국제어인 에스페란토 번역본을 포함시킨 단행본을 발간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년전인 1923년 1월 발표된 「조선혁명선언」은 '정의로운 일을 맹렬히 실행하는 단체'라는 의미를 가진 의열단이 일제에 의해 테러집단으로 간주되자, 암살과 파괴, 폭력을 수반하는 의열단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재 신채호선생에게 요청하여 신 선생이 의열단 참모로 활약하던 우근 유자명선생과 함께 집필한 항일독립운동서이다.

5장 6,400여자로 구성된 「조선혁명선언」은 대동단결선언(1917년), 기미독립선언(1919년)과 더불어 독립운동 3대 선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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