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정국의 기원
과거 봉건제하에서는 마녀사냥을 비롯해 공안정국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민주공화제가 일반화된 20세기에 조성된 공안정국은 미국이 주도한 냉전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차대전 연합군이던 미·소·영·중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체제의 묘한 결합체였다. 자연히 전후 미국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은 사회주의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에 자본가가 집권한 미국 행정부는 반공주의를 내세워 노동자를 탄압하고 정적 제거를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한다.
1950년 2월, 조지프 매카시 미 상원의원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205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가지고 있다”라는 폭탄 발언을 쏟아낸다. 이후 기다렸다는 듯 ‘로젠버그 부부 간첩 사건’이 터지고 매카시는 공산주의자 명단을 공개한다.
비미 활동 위원회(HUAC, 비미국적 활동을 조사하고 탄핵하기 위해 설치된 하원 상임위원회)는 고발된 사람을 청문회에 소환해 조사한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고 결국 고발된 인물은 지위나 명예를 잃고 추방되거나 활동을 중단한다.
매카시의 등장 이후 1년 새 청문회에 소환된 인물은 609명에 이른다. 하루에 두 명꼴로 청문회를 한 셈이며, 1년 내내 반공주의는 뉴스 1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이들 중 간첩 행위가 드러나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대들은 당시의 공안정국을 매카시즘 열풍이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매카시즘 열풍 덕분에 미국은 소련과 중국을 비롯해 사회주의를 악마화함으로써 냉전 체제 수립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의 신냉전과 윤석열의 공안정국
최근 국제 질서를 신냉전에 비유한다. 북·중·러를 포위 압박하는 신냉전은 쇠락하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이다.
냉전과 마찬가지로 신냉전도 북·중·러 악마화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공정이다. 미국은 북·중·러 악마화를 ‘자유 가치 연대’라고 명명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질서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자유 가치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 사실 말이 좋아 연대지 실상은 미국식 가치에 복종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5배 비싼 가격으로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와야 하고,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차단에 동조해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대북 전쟁위기 고조를 위해 ‘선제공격’, ‘확전 불사’ 같은 위험천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미국의 가치가 한국의 국익’이나 되는 마냥 국민을 세뇌시켜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 세뇌 작업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 국민은 탈냉전 30년을 거치면서 반공반북이 절대 선이라는 선동을 믿지 않게 되었고, 한미동맹이 국익에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현 공안정국이 미국의 신냉전 전략과 이를 추종하는 윤석열 검찰독재의 합작품이라는 사실도 꿰뚫고 있다.
백주대낮에 공안정국을 획책하는 것을 보면 미국과 윤석열 정권은 과거 냉전 때처럼 우리 국민이 아직도 개돼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주4.3, 4.19혁명, 5.18광주항쟁, 87년6월항쟁 그리고 ‘박근혜퇴진촛불’이 남긴 아쉬움을 이번엔 깔끔하게 끝장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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