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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인정 않는 챗GPT, '검찰 대통령'에게 경고?

[강인규 리포트] 인공지능의 '막말 대잔치' 속에서 깨달은 교훈

23.03.14 04:55최종 업데이트 23.03.14 04:55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다시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퍼센트 중반에 근접했었습니다. 한길 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를 받아 4-6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시민들 가운데 44.1%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던 것이지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작년 여름 이래 최고를 기록한 셈이었는데, 그조차 부정평가가 53.8%로 더 높은 데다, '아주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44.3%에 달했습니다. 반면에 '아주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9.5%에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이 온전히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지지율이 오르는 동안에도 정작 윤 대통령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거듭된 '막말 사태'와 이태원 참사 이후 윤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도어 스테핑)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야당 대표의 검찰소환과 구속영장 청구, 여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등의 굵직한 이슈로 대통령의 존재감이 희석된 가운데 긍정평가가 상승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본 모습을 감춘다고 해서 시민들의 정서와 괴리된 윤대통령의 행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는 결국 납득할 수 없는 강제동원 보상안을 밀어붙였고, 지지율은 다시 30%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바닥에서 잠시 떴다 가라앉는 이 독특한 딜레마 상황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결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 해 동안 지켜본 대통령의 행적에 비춰 보면,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홍보와 이미지 관리에 치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까지는 대통령 자신이 공개 여부와 폭을 결정했지만, 이 통제권은 점차 측근이나 당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대통령은 앞으로 4년 뒤 물러나지만, 측근과 당에 남은 이들은 계속 살아남아야 하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하려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1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에게 '내가 당신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연기만 좀 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후보 말실수를 바로 잡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해명이 당사자를 자극해 둘이 갈라서는 계기가 됐지만, '연기'와 '은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피하기 어려운 운명으로 남을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참모부터 기자들까지 대체로 윤석열 대통령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호령하는 모습에서 약하디 약한 내면을 봅니다.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장관에 후배를 앉히는 것으로 모자라, 검찰총장, 법제처장, 법무부 차관, 공직기강비서관은 물론, 금융감독원장과 국민연금 상임전문위원까지 모조리 검사 출신에, 그들 중 상당수는 검찰에서 자신이 지휘했던 사람들을 앉히는 것은 '두려움'이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불안감을 한층 더 자극한 것은 대통령이 된 과정 자체일 것입니다. 자신을 선택해 준 대통령을 '들이받고' 정치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라는 위계조직 내에서 자신에게 충성을  바쳤던 이들을 심어 놔야만 자신이 '들이받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참으로 얄궂은 게 사람들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챗지피티, 검찰 대통령의 한계를 말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 '챗지피티'가 화제로 부상했습니다. 이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과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언론간담회를 준비하느라 밤늦게까지 근무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챗지피티가 있으면 2주일 동안 밤을 안 새우고 하루만 해도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이제 두 주간 할 일을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시대인데, 왜 주당 노동시간은 52시간에서 최대 80.5시간으로 늘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윤 대통령의 제안이 제게 영감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챗지피티'의 성능평가 항목으로 윤석열 정부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추가하기로 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앞의 기사에서도 다뤘습니다만(우스개 된 윤 대통령... 챗GPT가 그에게 남긴 4가지 주문, https://omn.kr/22ubc), 저는 개인적 관심사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물었고, 일부 답변은 꽤 쓸 만했습니다.

비록 챗지피티는 한국 대통령이 누구인지 답하지 못했지만, 고통 받는 서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해야 한다는 당부와 더불어, 한국의 극단적 정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정치성향을 가진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외교의 중요성도 강조하면서 북한,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습니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지만,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2021년 한국의 대통령은 문재인'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 대통령의 약점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물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잠재적 한계"에 대해 질문한 것이지요. 영어와 한국어로 물었는데, 챗지피티는 두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대한민국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한계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검찰과 관련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인식의 편향일 수 있습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최고지도자로서 검찰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해왔기 때문에, 검찰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검찰이 수사나 기소 등을 결정하는 경우, 대통령의 역할이나 입장이 검찰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대통령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 챗지피티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검찰 출신 대통령은 '정치적 인식의 편향', '검찰과의 이해 상충', '검찰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로 인한 중립성 논란'이 우려됩니다. 아울러 '국가 지도자로서의 경험 부족', '검찰총장과 대통령의 다른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 부족'의 문제도 언급합니다. ⓒ 강인규

 
"이해관계의 충돌 가능성"을 "이해관계가 높아질 가능성"이라고 어색하게 표현한 것을 제외하고는 꽤 훌륭합니다. '검찰이 수사나 기소를 결정할 때 대통령이 과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부분은 현 상황에 대한 논평처럼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답변에 저는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한계는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경험 부족일 수 있습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권한을 행사하는 직책이므로, 행정부나 국회, 정치권과의 상호작용 경험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통령으로서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경험에 기반하여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챗지피티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한계로 "대통령 역할의 경험부족"을 말합니다. 검찰의 권한을 행사하던 과거 직책에 매몰돼,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인공지능은 "대통령의 역할과 검찰총장의 역할은 다르다"고 일갈하기까지 합니다. 계속해서 들어볼까요?

"마지막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한계는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검찰총장으로서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이익과 안전을 위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과 책임 차이로 인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희망에서 실망과 우려로

그동안 실망스럽던 챗지피티가 위의 답변으로 후한 점수를 얻었습니다. 갖가지 오류 문제가 제기됐던 이 인공지능의 성능이 개선되고 있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모른다는 알고리즘이 이처럼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어 보기로 했고, 챗지피티가 가장 능숙해하는 영어로 질문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2021년 9월에 국한한 제 지식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문재인입니다. 문재인은 2017년 5월 10일에 19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후 2022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 3월 13일 현재까지 챗지피티는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체로 답하지 못합니다. 며칠 전 물었을 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고 답했습니다. ⓒ 강인규

  
이 황당한 답변에 놀란 저는 "확실하냐"고 다시 물었고, 챗지피티는 자신의 답변이 잘못됐다며 "2022년에 재선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한국어로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어봤습니다. 영어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던 인공지능은 한국어로 더 기막힌 답변을 합니다.

"현재(2023년 3월 9일)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부겸 대통령님입니다."
 

▲ 챗지피티가 한국어로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묻자, '김부겸'이라고 말합니다. ⓒ 강인규

 
대화형 인공지능이 긴 대화를 이어가다가 간혹 기괴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기초적인 질문에조차 오류로 점철된 답변을 내놓는 것은 챗지피티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 줍니다. 이런 오류는 '일부의 사실'과 결합할 때 더욱 위험한 결과를 낳습니다.

저는 앞의 기사에서 한 유명 무용수에 대해 영어로 물었고, 챗지피티가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최근 한국어로 "아나스타샤 콜레고바에 대해 말해달라"고 주문했고, 아래의 답변을 얻었습니다.

"아나스타샤 콜레고바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로, 197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또한, 콜레고바는 1992년 러시아 국제 쇼팽 대회에서 제1위를 수상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세계적인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챗지피티가 무용수에 대해 묻자 '피아니스트'라고 말하며, 허위로 가득한 정보를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이 터무니 없는 오류는 챗지피티 등의 대화형 인공지능을 새로운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 강인규

 
챗지피티는 이제 콜레고바가 무용수가 아닌 피아니스트라고 합니다. '콜레고바'가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동명이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피아니스트'에 대한 설명이 독자께는 어떻게 들리나요?

챗지피티 주장과 달리,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는 러시아가 아닌 폴란드에서 열립니다. 무엇보다, 5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1992년에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입니다. 이는 앞으로 챗지피티가 그릇된 정보를 유포하는 '비정보의 온상'이 될 위험성을 보여 줍니다.

물론, 대화형 인공지능은 잘 이용하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한 사실을 묻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오히려 잘 아는 정보를 종합하는 용도에 적합해 보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오류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챗지피티, 잘 아는 정보 종합용으로 써야

챗지피티는 새롭고 구체적 사실보다, 널리 쓰여 온 추상적인 개념을 더 잘 다룹니다. 예컨대 (종교적) '구원', (법적) '사면', (개인적) '용서'의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꽤 흥미로운 답변을 들려줍니다. 제가 테스트 과정에서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ideology)', 미셸 푸코의 '담론(discourse)', 롤랑 바르트의 '신화(myth)' 개념을 비교하라는 요구를 하자, 챗지피티는 상당히 수준 높은 답변을 제시했습니다. '더 잘 아는 사람일수록 더 잘 쓸 수 있다'는 말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 같습니다.
 

▲ 챗지피티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보다 이미 잘 아는 내용을 정리하거나 프로그래밍 용도로 쓰기에 더 적합합니다. ⓒ 강인규

 
저는 코딩 과제(자바스크립트)를 내는 것으로 챗지피티 성능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물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 대한 답변이 설득력이 있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어 보시지요.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게 되면 다음과 같은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객관성 부재: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게 되면, 해당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검사의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잘못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인권 침해: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게 되면, 사건의 피고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도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검거에 필요한 법적 규제와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면서 이러한 규제나 절차를 무시하거나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과도한 권한 집중: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면서, 수사와 관련된 모든 권한과 책임이 검사에게 집중됩니다. 이는 검사의 업무 부담을 증가시키고, 검사의 능력과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 생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검사에게 집중된 권한은 검사의 잘못된 판단이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 챗지피티 테스트를 마치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물었습니다. 엉터리 답변으로 저를 실망시켰던 인공지능이 질문에는 꽤 쓸 만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 강인규

 
덧붙여 챗지피티는 "위와 같은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검사와 수사기관 사이의 엄격한 분리와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에서 살핀 대로, 챗지피티는 자주 터무니없는 답변을 내놓곤 합니다. 하지만 위의 답변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는 그 이유로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이미 아는 내용'이어서라는 결론을 내린 뒤 컴퓨터를 껐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유선 전화면접 11.0%·무선 ARS 89.0% 방식, 응답률 3.6%.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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