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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상균, “노동자, 자기 당 만들어 집권해야 세상 바꾼다”

  • 기자명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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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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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정치방침, 총선방침’을 결정하는 4월 임시대대를 예고했다. 민플러스는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지도위원)을 만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노동과 세계

한상균 지도위원은 “거리와 광장에서의 직접 정치가 바탕이 되지 않고 상층 중심의 정치협상에 그친다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희망을 찾기 힘들다”라고 전제하고, “노동자가 계급 투표가 가능한 당을 만들어 직접 정치를 통해 집권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처럼 민주노총이 정권의 탄압을 받을 때가 오히려 반격의 기회”라며, “정치판을 바꾸고, 가장 불평등한 한국사회의 근본 문제를 제기하고, 노동자가 정치 주체로 서겠다는 100만 노동자 선언을 아래로부터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한 지도위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속도는 민주노총이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 있는 역량과 태세를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달렸다면서, “노동자 정치의 매력적인 내비게이션을 마련하고,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기득권 질서를 엎어버리고 말겠다는 집요한 실천이 절실하다”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대원칙은 “노동 중심성이 확고하고, 계급 투표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대원칙만 지켜지면 현행 선거제도와 정당법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있다”고 했다.

한편 한 지도위원은 “선거연합당을 만들어 선거 끝난 후 자기 당으로 다시 돌아가는 문제가 쟁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선거가 끝나도 돌아갈 이유가 없는 총선 결과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면서, “윤석열 정권과 맞서 제대로 싸워낸 결과가 노동자 정치의 동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4월 민주노총 대대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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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주의 대리주의 반드시 극복해야

거리정치 광장정치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바탕

노동자, 자기 당 만들어 집권해야

Q. 과거 겪은 우여곡절 때문에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아직 회의적인 조합원이 많은데, 이를 극복할 방안이 있는지?

▲ 한상균 : 해결 방안은 이미 많은 동지가 내놓았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도 배려와 포용으로 신뢰를 쌓지 않으면 다른 왕도는 없다. 지난 시절 야권연대, 패권, 대리주의, 지역 농사 회피, 현장의 노동자를 정치의 중심에 세워내지 못한 문제까지 주체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저부터 반성문을 들고 조합원을 만나겠다.

Q. 지난 시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좌절한 원인은?

▲ 한상균 : 현장과 멀어진 의회주의, 노동자 직접 정치가 아닌 대리주의가 1차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좌절한 원인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하면서 투쟁력도 무너졌다. 특히 막가파 정권이 들어선 지금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노동자를 적대시한 정권은 반드시 몰락한다는 상식을 세워내야만 한다. 그래야 노동조합의 일상 투쟁 대정부 투쟁이 노동자 정치라는 상식에 공감할 것이고 노동자 정치의 몸통을 자처해야 한다는 자각도 생겨날 거라 생각한다.

Q.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한상균 : ‘노동자가 모든 노동자를 위해서 스스로 정치의 주체를 자임하는 것.’ 여기서 정치는 정당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리와 광장의 정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 속에 역동적 에너지가 연대연합으로 또는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자 정치로 분출하게 된다.

지금까지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를 이분법적으로 보고, 정치는 그럴싸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해 버렸다. 노동자가 노동자 정치의 몸통이 되어야 보수 양당 기득권 정치와 근본이 다른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재집권은 이런 이치를 정확히 보여준다. 물론 브라질 피티당도 16년의 집권 과정을 거치면서 상층이 관료화되어 광장을 멀리하고 변혁을 게을리한 대가를 치렀다. 우리도 집권을 목표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계급 내 기득권이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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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노동자의 마음에 울림 있어야

노동자 정치의 로드맵 제시해야

세상을 바꿀 100만 노동자 선언해 보자

Q.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주의할 점은?

▲ 한상균 :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도하는 것은 맞지만 총선을 앞두고 급박하게 당을 만드는 데 방점을 두면 안 된다. 계급투표 시대를 열 노동자 정치라면 전체 노동자가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동기와 신뢰 비전 목표가 명쾌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분열된 상태로 선거하면 쫄딱 망하니까 ‘후보 단일화하자’, ‘선거연합당 만들자’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할 것이다.

Q. 과거 노동자 정치세력화에서 찾아야 할 교훈이 있다면?

▲ 한상균 : 진보 정당은 분당과 통합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당 만들고, 선거 치르고, 분당하는 과정을 지켜본 민주노총 조합원의 심경이 어땠겠나? ‘돈 대고, 몸 대고 다 했는데 분당하고 통합할 때는 우리에게 물어나 봤냐, 너네끼리 다 했잖냐?’ 이렇게 생각한다. 1기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참여가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다가 나와바리(구역) 쟁탈전으로 흘러가면서 조합원들은 나의 정치, 우리가 지지할 정치로 보지 않게 되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솔하게 노동자 정치의 현장 토론과 공동 실천을 통해서 기반을 닦아가자.

Q.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경로를 어떻게 밟아야 하나?

▲ 한상균 : 민주노총당 만들자, 선거연합당 만들자, 진보연합당 만들자. 이런 주장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지금처럼 민주노총이 정권의 탄압을 받을 때가 오히려 반격의 기회다. 사회 근본을 바꾸는데 피를 보지 않고 되겠나. 피를 같이 보자. 대표자 몇 명이 선언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힘을 조직하자. 정치판을 바꾸고, 한국 사회 근본개혁 문제를 제기하고, 노동자가 정치 주체로 서겠다는 100만 노동자 선언과 투쟁을 조직하자. 그런 힘이 모이면, 진보 4당도 잘못은 반성하고 말로만 노동이 중심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를 위한 계급정당으로 거듭나게 할 '연대·연합의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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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윤 투쟁이 노동자 정치의 동력

민주노총 주도하는 노동 중심 정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자 정치세력화, 모든 노동자의 꿈

Q. 노동 중심의 진보연합당은 어떤 경로를 통해 건설되나?

▲ 한상균 : 우선 민주노총의 투쟁이 윤석열 정권에 타격을 줘야 한다.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1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가 노동자 정치의 동력임은 수십 번이라도 강조하고 싶다. 이런 정치 투쟁을 통해 모인 힘으로 수도 서울 광역도시 전 지역선거구에서 정치 농사를 지어서 진검승부를 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선거를 주도한다는 것은 민주노총이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 있는 역량과 태세, 그리고 물적 토대를 실질적으로 준비한다는 의미다. 노동 중심성이 확고히 해서 계급 투표를 견인해 내고 집권전략까지 큰 틀에 합의하자.

Q. 내년 총선 준비 어떻게 해야 하나?

▲ 한상균 :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 민중의 계급 투표를 견인할 선거연합을 이루어내고 그것이 노동자 민중의 참여와 지지로 이어지게 하자. 이를 위해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에 맞서는 거리와 광장투쟁을 조직하는 것. 보수정치 패거리들과 차별화되는 대안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신뢰 회복 과정이 가장 위력적인 총선방침일 것이다. 대안 세력은 전문가 아이디어로 탄생 될 수 없기에...

제 정당과 민중 진영 민주노총이 함께 많은 지역구에 노동자 후보를 대거 출마시켜야 한다. 민주노동당 창당 때는 정치의 상과 목표 보다 함께해야 한다는 대의가 우선했다면, 총선을 앞둔 2023년 지금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진단을 넘어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노동자 정치의 새집을 지을 각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 정치가 집권을 실현하고 있다. 그걸 우리가 못 할 이유는 없다. 노동자 정치 1번지 울산에서 노동당·정의당·진보당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어떻게 해야 다시 조합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 지난 시기 후보단일화보단 한 걸음 더 진전된 방안을 찾게될 것이다. 울산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을 때 승리한다는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Q. 한상균에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 한상균 :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모든 노동자의 꿈이다.

Ⓒ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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