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은 친구이기 때문에 도청은 문제 될 것 없다’는 답변을 남겨 또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NBC방송이 25일(현지 시각) 윤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방영했는데, 진행자 홀트가 자국의 잘못을 무마하려는 듯 “한국 관료들 간 대화를 도청한 미국 정보기관의 문서 유출로 새로운 시험대에 직면해 있다”라며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어 홀트는 윤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미국이 한국을 도청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윤 대통령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이 사안은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철통같은 신뢰를 흔들 이유가 되지 않는다”면서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홀트는 “친구가 친구를 도청했는데?”라고 노골적인 질문을 들이댔다. 윤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친구끼리는 그럴 수 없지만, 국가 관계에서는 서로…”라며 잠시 말을 멈춘 뒤 “안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라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가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답변은 “미국이 악의 갖고 도청했다는 정황이 없으므로 문제 될 것 없다”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과 일치한다.
방송 진행자 홀트는 또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만 하겠다던 한국이 살상 무기 지원을 약속하는 과정에 백악관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나”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그런 압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전선 상황이 달라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할 때가 오면 한국은 자유와 인권 수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유출된 기밀 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포탄 지원 문제에 관해 이견이 오간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미국이 동맹인 한국을 도청해 포탄 지원에 미온적인 김성한 실장을 파면하고, 한국의 포탄 지원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홀트 진행자는 “최근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글로벌 이슈라고 하는 바람에 중국을 화나게 했는데, 그 말을 취소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같은 입장인가”라고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양안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 입장은 일관됐다”면서, 중국을 향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답해 중국을 또 자극했다.
앞서 지난 2월 22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미국 CNN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을 반대한다”라고 말했다가 중국의 날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박 장관의 발언이 공개된 뒤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다른 사람이 말참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不容置喙, 부용치훼)”고 강하게 말했다.
이번엔 외교장관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내정간섭을 했으니 중국의 반발은 더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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