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미 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발표된 이른바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이 사흘 만에 첫 입장을 내놨다. 북한은 워싱턴 선언을 "가장 적대적·침략적인 행동의지가 반영된 대북 적대정책의 집약화된 산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다 결정적 행동"을 예고하면서 "적들이 핵전쟁 연습에 광분할수록, 한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29일 오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과 남조선 집권자들은 수뇌회담 후 '확장억제력'의 실행력 제고 방안을 담은 이른바 '워싱턴 선언'이라는 것을 발표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한 자기들의 선택과 행동의지를 명문화했다"며 "미국과 남조선집권자들이 조작해낸 '워싱턴 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로서,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더 엄중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정녕코 환영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 26일, 한국 시간으로 27일 새벽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워싱턴 선언이 발표된 지 사흘 만에 나온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김 부부장은 워싱턴 선언의 세부적 내용까지 언급하며 "'핵협의그룹(NCG)' 조작과, 미 핵·전략자산들의 정기적·지속적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지역의 군사·정치정세는 부득이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헀다.
김 부부장은 또 한미 정상회담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동맹국 등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용납할 수 없으며 어떤 정권이 그런 행동을 하든 간에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반드시 계산하지 않을 수 없고 좌시할 수 없다"며 "적국 통수권자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정권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한 것을 늙은이의 망녕이라고 보겠는가?"라고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안전과 앞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적일 수 없고 자기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도 할 수는 있겠다"면서 "하지만 가장 적대적인 미국이라는 적국의 대통령이 직접 쓴 표현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쉽게 넘길 수 없는,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 위협"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김 부부장은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선언을 배려받고도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감지덕지하는 그 못난 인간의 사유세계를 어찌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겠느냐"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도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를 두고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응은? 미사일발사? 핵실험?…'핵 선제공격' 엄포도
관건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이 어떤 실제적 대응을 행동으로 보일 것인가이다. 북한은 김 부부장 명의로 발표한 이번 입장문에서 "(워싱턴 선언의) 결과,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보다 결정적 행동'을 예고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3회를 포함해 총 9차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헀다. 이를 감안하면 '보다 결정적'이란 표현은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7차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또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국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순환배치에 대응해 "적들이 더 많은 전략자산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그간 ICBM 발사 등 미사일 실험을 '자위권 행사'라고 표현해 왔다. 즉 미 전략자산 전개에 대응해 더 많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3일 고체연료 ICBM 발사로 유엔 안보리가 소집되자, 17일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 입장문에서 "미국이 안보리를 전면에 내세워 우리의 당연한 자위권 행사를 '도발', '위협'으로 묘사하며 문제시하려 드는 것은 국권에 대한 노골적 무시로 명백한 내정간섭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월 ICBM 발사 때도 김선경 외무성 부상 담화를 통해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마지막으로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고 위협했다.
'제2의 임무'란 표현은 핵무기를 동원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말한 것으로, 이는 특히 한국에 대한 노골적 위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지난 연말 노동당 제8기 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했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은 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김여정 부부장 '입장' 전문(全文)이다. 원문인 만큼 표준어·맞춤법 사정을 하지 않고 북한식 표현을 그대로 전한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조선중앙통신사를 통해 립장 발표
(평양 4월 29일발 조선중앙통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4월 28일 조선중앙통신사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립장을 발표하였다.
남조선대통령 윤석열의 이번 워싱톤방문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근원과 그 실체에 대한 더더욱 명백한 리해를 가질수 있게 하는 계기로 되였다.
26일 미국과 남조선집권자들은 수뇌회담후 《확장억제력》의 실행력제고방안을 담은 이른바 《워싱톤선언》이라는것을 발표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자기들의 선택과 행동의지를 명문화하였다.
미국과 남조선집권자들이 조작해낸 《워싱톤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약화된 산물로서 동북아시아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더 엄중한 위험에 로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것이며 정녕코 환영받을수 없는 행위로 된다.
《핵협의그루빠》조작과 미핵전략자산들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하여 지역의 군사정치정세는 부득이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수 없게 되였으며 결과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림해야 할 환경을 제공하였다.
반드시 계산하지 않을수 없고 좌시할수 없는 또 하나의 사실은 적국 통수권자가 전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정권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한것이다.
이를 늙은이의 망녕이라고 보겠는가?
미국의 안전과 앞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적일수가 없고 자기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도 할수는 있겠다.
하지만 가장 적대적인 미국이라는 적국의 대통령이 직접 쓴 표현이라는 사실,이는 우리가 쉽게 넘겨줄수 없는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위협이다.
힘에 대한 과신에 빠져 너무도 타산없고 무책임하게 용감했다.
달리는 해석될수 없고 그 이상 더 명백할수 없는 우리 국가에 대한 워싱톤과 서울의 위정자들과 군부호전광들의 적대적흉심을 재확인할수 있은 이번 기회는 우리에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에 철저히 준비되여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을 주었다.
번져지고있는 정세는 매우 엄중하다.
윤석열은 이번에도 《한국형3축체계》를 포함해 압도적대응능력과 응징태세를 구축할것이라고 지껄이면서 《한》미련합연습과 훈련을 더욱 강화할것임을 명백히 하였다.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선언》을 《배려》받고도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감지덕지해하는 그 못난 인간의 사유세계를 어찌 쉽게 들여다볼수 있겠냐마는 우리는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우에 올려놓고도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를 두고볼것이다.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것이다.
우리는 핵전쟁억제력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하였다.
우리는 명백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고있다.
적들이 핵전쟁연습에 광분할수록,조선반도지역에 더 많은 핵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행사도 그에 정비례하여 증대될것이다.(끝)
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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