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시작해 2018년 12월까지 12년간 총 8차례에 걸쳐 남북이 함께 진행하다 지금은 중단된 '고려 궁성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의 디지털 활용에 관한 학술대회가 2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됐다.
(사)남북역사학자협의회(이사장 하일식)는 28일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2023년 제2회 개성 만월대 디지털복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하일식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남북역사학자협회는 지난 12년간 꾸준히 개성 만월대 고려 궁성 남북공동발굴 사업을 해왔는데, 통상 간헐적으로 중단되었던 기간보다는 좀 길어지는 셈"이라며 "역사 연구자나 고고학자들은 이 기간에도 발굴성과를 토대로 연구사업과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해 남북공동발굴사업이 중단된데 따른 아쉬움도 있지만 꾸준한 정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알렸다.
또 "올해 3년째 접어들고 있는 만월대 디지털 복원사업은 작년 첫 학술대회에 이어 올해도 지난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더 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이끌어내고자 준비된 것"이라고 하면서 "이미 적지 않은 자료들을 웹상에서 만월대기록관을 통해 1차 공개했으나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또 남북사업의 특수성이 있어 빈자리가 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복원사업을 통해서 학계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특히 올해부터는 발굴조사단에 참여했던 분들의 역할도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어서 빈틈이 조금씩 메워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디지털 활용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최광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전 위원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세계문화유산을 메타버스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역사학과 고고학 및 고건축학 등 문화유산 전공자와 IT 전공자들의 전공자의 협업이 잘 이루어져서 실감나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서비스 제공 이후 제대로 된 운영관리와 업데이트를 위한 사후관리에도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전 소실과 재건을 거듭하다 파괴된 건물을 눈앞의 실제 공간위에 복원된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가상체험(VR)을 넘어 증강현실(AR), 또는 혼합현실(MR) 등 적절한 IT기술을 선택해 확장현실(XR)을 구현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그 경우에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원래 모습을 추적하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체험장비가 고장난 채 방치되어서는 제 아무리 개발이 잘 되어 있더라도 사용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없으므로 안정적인 사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06년 개성 만월대 발굴 협의를 위해 찾은 현장에서 만월대는 계단과 첨성대 외에 남아있는 건물은 하나도 없었으며, 황량한 벌판에 주춧돌들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2007년부터 발굴이 시작되어 서부건축군의 60%를 조사했는데, 여기에서 청자와 금속활자, 와당 등 1만7,900여 점의 유물이 나왔다.
발굴 유뮬은 모두 북측이 소유했고, 남측은 발굴 유물을 촬영한 뒤 3D 프린팅으로 만드는데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2013년 개성일대 성벽 5개 구역과 만월대와 첨성대 유적, 개성 남대문, 고려 성균관, 선죽교와 표충비, 왕건릉과 7개 고려왕릉 등'개성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5년 남북 공동으로 '개성만월대' 특별전을 개최했으나 남측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발굴 유물을 전시할 수 없어서 출토 유물을 3D 프린팅 기술로 복제하고 만월대 현장은 3차원 입체영상 홀로그램으로 바꾸어 가상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에는 '개성 고려궁성 3D 데이터 활용기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개성 고려 궁성의 통합도면'과 '회경전 일곽 복원 설계 도면', 출토유물 도면 등을 제작해 전산화 작업을 끝내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때에는 특별전을 통해 3D 프린팅으로 복제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중이에 찍어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2019년 덕수궁 선원전에서 12년간의 공동발굴 역사를 만화로 소개하고, 2020년에는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개성 만월대 디지털 기록관'을 구축해 운영중이다.
최 교수는 IT기술의 적용에 있어서도 최근들어 추가되는 미디어아트형과 메타버스형을 적극 반영하고, 과거의 문화유산을 활용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성 만월대에서 발굴된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금속활자를 직접 전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금속활자를 발굴하는 과정을 가상현실에서 참여하여 세밀하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몰입도가 높은 경험을 서비스"하고 "건물을 재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를 개발하여 아바타가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그 건물의 유래와 성격을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을 첨가한다면 더욱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만월대 공동발굴 현장에서 남북 발굴단이 함께 키운 '만월이'를 아바타로 내세워 공동발굴 모습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고려시대의 궁궐로 들어가는 혼합현실을 구현하면 흥미로울 것이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만월대 공동발굴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연구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개성 만월대 4·5건물지군 복원의 방향 △고려 정궁 서부건축군 1·2건물지군 재고 △개성 만월대 발굴지 BIM 구축의 현황과 과제 △만월대 연구의 현황과 과제 △고려 경령전 관련 연구 검토, 그리고 문제의 제기 △고려시대 궁궐과 불교의례의 이해 △개성 만월대 복원을 위한 고고학적 검토 △개성 고려궁성 출토 와전 등 8개 주제에 걸쳐 발표하고 종합 토론을 벌였다.
한편,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남측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의 합의에 따라 2007년 첫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2018년 12월까지 538일간 조기철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총 8차례 이루어졌다.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의 경사면에 자연 지세를 이용해 조성한 만월대는 전체면적이 39만㎡에 달하며,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는 미발굴지였던 서부 건축군 3만3,000㎡ 중 약 60%에 달하는 1만9,770㎡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금속활자 1점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와전 및 도자기 등 약 17,900여 점의 유물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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