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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휴무도 임금명세서도…직장 규모로 나뉜 ‘K-노동신분제’

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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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수가 30인 미만인 민간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절반가량은 유급 연차와 공휴일, 병가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고용보험이나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의무도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미준수 비율이 높았다. 작은 사업장에도 노동관계법을 전면 적용하고 정부의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향신문은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과 함께 ‘직장갑질119 2023년 1분기 직장인 인식조사’ 결과를 재분석했다. 통상 중소·영세사업장 판단 기준인 ‘상시 직원 30인’을 기준으로 응답을 추렸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 등에 기반해 사업장 규모 등 여러 조건에 따른 분포를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 조사에서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전체의 41.3%인 413명(5인 미만 161명, 5~29인 252명)이었다. 30~299인 사업장이 254명, 300인 이상 사업장이 195명, 공공기관이 124명, 특수고용직 등 기타가 14명이다. 조사는 3월3일부터 10일까지 이뤄졌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유급연차도 병가도 공휴일도…‘그런 거 없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1.4%는 ‘유급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45.3%, 5~29인 사업장은 38.9%였다. 근로기준법상 상시 직원 5인 이상 사업장은 노동자에게 유급 연차를 줘야 하지만, 법적으로 유급 연차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5~29인 사업장에서조차 10명 중 4명이 연차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30~299인 사업장은 22.0%, 300인 이상 사업장은 16.9%가 ‘유급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응답했다.

2022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 ‘명절·공휴일 유급휴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9.5%는 ‘명절·공휴일에 자유롭게 쉴 수 없다’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47.2%, 5~29인 사업장은 34.5%였다. 반면 30~299인 사업장은 27.6%, 300인 이상 사업장은 19.5%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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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동절 휴무도 임금명세서도…직장 규모로 나뉜 ‘K-노동신분제’[노동절, 지금 우리는]

‘아프면 쉴 권리’도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쪼그라들었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8.7%는 ‘유급 병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49.7%, 5~29인 사업장은 48.0%로 나타났다. 30~299인 사업장은 42.9%, 300인 이상 사업장은 32.8%였다. 유급 병가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개념이 아니라서 연차·명절·공휴일에 비하면 편차가 적지만, 사업장 규모에 따라 보장 정도가 갈리는 현상은 같았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경직적 조직문화와 인력 문제 때문에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자유롭게 휴가를 쓰지 못한 이유(중복응답)’를 묻는 질문에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20.3%가 ‘휴가를 쓰기 어려운 조직문화’를 꼽았다. 30~299인 사업장은 15.4%, 300인 이상 사업장은 13.8%였다. ‘휴가를 쓸 경우 동료의 업무 부담’도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32.2%로 가장 높았다. 30~299인 사업장은 31.1%,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0%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임금명세서…있는 법도 안 지킨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등 ‘기초노동질서’조차 잘 지켜지지 않았다. 직원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이 지켜야 할 의무조차 작은 사업장들은 빗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보험 가입 여부’를 물은 결과,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4.6%가 ‘국민연금(직장가입)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직장가입) 미가입은 31.2%, 고용보험 미가입은 31.5%에 달했다. 30인~299인 사업장에서 국민연금 미가입은 17.3%, 건강보험 미가입은 15.4%, 고용보험 미가입은 13.0%였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국민연금 미가입은 13.3%, 건강보험 미가입은 11.3%, 고용보험 미가입은 7.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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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잘 모르겠음’이 40.0%로 가장 많았다. ‘가입을 원했지만 사용자가 거부하거나 원하지 않아서’는 11.5%로 30~299인(9.1%), 300인 이상(0.0%)보다 높게 나타났다.

근로계약서의 경우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22.0%가 ‘작성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30~299인 사업장은 5.9%, 300인 이상 사업장은 3.6%뿐이었다. 임금명세서는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37.8%가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30~299인 사업장이 11.0%, 300인 이상 사업장이 8.2%인 것과 대비된다.

‘K-노동신분제’ 끝내려면…“모두에게 권리를”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사업장이 노동법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중소·영세사업장에도 법 준수를 강제하는 효과가 미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주장은 예전부터 계속돼왔지만 정부는 ‘사업자의 지불능력’과 ‘국가 행정력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왔다. 1999년 헌법재판소도 같은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은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행정력이 성장하며 전면 적용도 ‘현실성 없는 얘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2년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방안’에서 “근로감독능력 등 행정력 부족은 더 이상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지, 이 사유로 사업장 규모에 따른 획일적 배제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 정부 때 근로감독관을 1000명 가까이 증원한 점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논의하고 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노동자 보호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이라는 2개의 축으로 구성되는데, 작은 사업장일수록 노조 조직률도 낮고 법조차 적용이 어렵다”며 “보호의 필요성은 큰데 단협의 보호는커녕 법의 보호조차 배제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2% 수준이다.

권 대표는 “시행령만 고쳐도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걱정한다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모든 노동자 보호를 위해 초기업교섭과 산업별 단협 효력 확장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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