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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까지 방문했는데.... 밀양은 달라진 게 없다

공사 강행 수순밝기 평가... 반대 주민들 더 격앙 "목숨 걸고 막겠다"

13.09.14 16:26l최종 업데이트 13.09.14 16:56l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을 다녀간 뒤 송전탑 반대 분위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석 이후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 총리의 밀양 방문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 오후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갈등을 풀기 위한 의도로 밀양을 찾았다. 정 총리는 먼저 산외면사무소에서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과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정 총리는 송전탑 찬성 측 주민대표와 한국전력, 경남도, 산업부 관계자 등 21명으로 구성된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 위원들을 만나 격려했다. 이날 특별지원협의회는 주민보상과 지원 협의경과 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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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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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가 면사무소를 방문하기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정 총리는 단장면사무소에 들러 반대 주민대표들과 면담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책위 김준한 대표(신부)와 경과지 4개면 주민대표가 정 총리와 면담했는데, 10여분 만에 결렬되고 말았다. 면담 결렬 뒤 주민들은 정 총리가 탄 버스를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후 정 총리는 밀양시청에서 열린 '밀양 선밸리 태양광사업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 사업은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 지원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데, 한국전력은 '밀양태양광발전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발전수익을 주민들과 최대한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는 이날 지역특수보상사업비(185억)를 확정했는데, '마을별 지원 금액의 최대 40%(74억)까지는 세대별 균등 배분'할 수 있도록 했다. 송전탑 경과지 주변 가구는 1800세대 정도인데, 세대별 지급금액은 각 40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 주민 "공사 재개하면 목숨 걸고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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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루기 위해 밀양시 산외면사무소를 찾아 홍준표 경남지사, 엄용수 밀양시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과 함께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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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8월 사이 몇 차례 밀양을 방문한 데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밀양을 방문했지만, 송전탑 반대 분위기는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총리 방문 이후 반대주민들의 더 격앙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국무총리 방문이 추석 뒤 공사 강행의 수순밟기였다고 받아들인다. 고준길(단장면 용회마을) 씨는 "국정의 2인자인 총리께서 오신다고 할 때 처음에는 좋은 선물을 가지고 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결과는 그런 기대가 산산이 무너지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는 나름대로 해결책을 갖고 오지나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송전탑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보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에 절망하게 되었다"며 "우리는 지난 8년 동안 싸울 때 보상문제는 말하지 않았고, 삶터를 철탑에 내어줄 수 없어 '우회송전'이나 '지중화'를 요구했던 것인데, 그동안 산업부 장관과 한국전력 사장이 해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했다"고 덧붙였다.

총리 면담에 참여했던 주민대표 안영수(산외면) 씨는 "총리도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산업부와 한국전력에 속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정부가 꼼수를 부렸으며, 이제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싶다"며 "총리 방문 뒤 주민들은 더 격앙된 상태이고, 공사 재개하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세대별 보상금 400만 원 합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종범(부북면) 씨는 "총리가 방문했다고 해서 변화는 없다"며 "우리는 그동안 보상이 필요 없다 했지만, 정부와 한국전력은 세대별 400만 원 보상을 하겠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씨는 "집과 주변 땅까지 합치면 2500평은 되는데, 아무리 못해도 송전탑 때문에 땅값이 평당 10만 원 이상 내려갔고, 그러면 2억5000만 원 손해다"며 "그런데 400만 원 보상이라고 하니 말이 안 되고,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과 비교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리가 방문한 다음 날에도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들이 모여 의논했다"며 "한국전력은 추석 뒤 공사 재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사 강행한다면 우리는 목숨을 걸고 막을 수 밖에 없다. 주민들은 국무총리한테 뒤통수 맞았다는 느낌이다"고 강조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민주당)은 "주민들은 그대로다. 반대 주민들은 동요가 없다. 오히려 괴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총리가 왔다고 해서 공사를 막는 것을 그만 둘 수 없다"며 "12일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하려고 서울을 다녀왔는데, 거리 전광판에 보니 '보상 400만 원 합의'라고 알리고 있더라. 반대주민들은 보상 자체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은 그야말로 허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송전탑 반대에 함께 해왔던 주민들은 총리가 다녀갔다고 해서 동요는 없는 것 같다"며 "한국전력이 공사재개를 할 것 같은데, 동네마다 투쟁 전술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 회의를 열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 주민 "타당한 보상 해주고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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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해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결렬된 뒤 일부 주민들이 항의하며 도로에 드러눕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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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찬성 주민과 밀양시, 밀양시의회, 한국전력공사는 반대 측과 평가가 조금씩 다르다. 박상문(상동면)씨는 "송전탑 하는데 누가 찬성하겠느냐. 송전탑 좋다고 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책사업을 해야 하는 것 같으면, 타당한 보상을 해주고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밀양시청 경제투자과 관계자는 "총리 방문 전후 큰 변화는 없다"며 "전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총리 방문 때 신성장동력산업 발전과 관련한 방안이 나온 것에 환영하지만,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피해를 입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특별지원협의회의 합의사항을 홍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밀양시의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필호 밀양시의회 의장은 "특별히 변화는 없는 것 같고, 전체 밀양시민들은 더 이상 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하다, 그동안 중간 입장을 취했던 시민들이 이제는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홍 밀양시의원은 "시민들은 총리가 '나노산업' 등 밀양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다"며 "국도확포장사업 등 총리 방문의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관계자는 "반대쪽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 같고, 마을 주민들을 만나러 가는데 거세게 거부하지는 않으며, 주민들은 개별보상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아 설명해 주기도 한다"며 "공사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 첫 심리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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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면담하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기에 앞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가 정 총리한테 전달하기 위한 호소문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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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4일 오후 밀양 영남루 앞에서 '118회 송전탑 중단 촛불집회'를 열었다. 한국전력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와 이계삼 사무국장, 경과지 주민 24명에 대해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 냈는데, 오는 17일 첫 심리가 열린다.

송전탑 공사장 주변에는 최근 간이화장실을 추가 설치해 놓았는데, 반대주민들은 추석 직후인 23일경 공사 재개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보상금 수령 여부와 '간접공동보상'뿐만 아니라 '직접개별보상'도 가능하도록 하는 송변전설비 주변시설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지켜봐야 하기에 공사 재개는 10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8년 전부터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 가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5월 20일 공사 재개했다가 1주일여 만에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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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고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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