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70년 한반도평화행동은 27일 오전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전70년 한반도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전70년 한반도평화행동은 27일 오전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전70년 한반도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70년전 오늘 3년간의 전쟁을 일시 정전하기로 합의하면서 3개월내 정치회의를 소집해 한국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통한의 분단은 대를 이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항구적 평화는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한 희망으로 남아있으며 불안한 정전은 또다시 전쟁위기에 몸서리치게 하는 현실이다.

정전 70년 한반도평화행동(평화행동)은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정전70년 한반도 평화선언 발표 국내외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갖고 700여 개 국내 시민사회·종교·평화·진보단체와 7대 종단, 그리고 70여 개 국제 협력단체의 뜻을 모아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의 염원과 의지를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정전70년 한반도 평화선언'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할 당사국들이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70년간 불안정하게 이어져 온 휴전상태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라며, "이제 한반도에서 70년 이상 이어진 긴 전쟁을 끝내고, 온 인류와 함께 우리가 살아보지 못했던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열어가자"고 천명했다.

평화행동은 먼저 "우리는 또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오직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에서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평화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전쟁의 종식을 통해서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은 하루 속히 전쟁의 종식을 선포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는 한편, 핵무기는 물론 다른 어떤 군사적 수단으로도 위협하지 않을 것을 서로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방적인 제재와 압박은 한반도 갈등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고 도리어 악화시켰다"고 하면서 "새로운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인정한 남북, 북미 정상합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모든 협상 당사자들은 적대적 정책과 언동을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신뢰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공격적인 군사행동의 중단, 대북제재 완화 등 적극적 조치를 통해 닫힌 대화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평화행동은 날로 격화되고 있는 진영대결과 군사협력의 위험성을 지적하고는 평화롭게 공존하고 협력하는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행동은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전쟁 희생자들의 안식과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추모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행동은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전쟁 희생자들의 안식과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추모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행동 공동대표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한반도 하늘 땅 바다 어디에서도 이제 전쟁은 없다, 완전한 평화가 실현됐다'는 남북정상의 선언이 5년전이었는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이 조금 지난 아직도 한반도는 전쟁중"이라며 분단과 대결의 현장인 군사분계선에 가장 가까운 이곳까지 와서 평화선언을 하려고 한 취지를 설명했다.

전 세계 300곳에서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공동행동이 전개되었고,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다시 모여 평화를 위한 희망과 약속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다짐하는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행동 공동대표인 나핵집 한국교회종전평화운동본부 본부장은 "지금 힘에 의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힘을 가진 자들은 언제나 폭력을 동반하고, 끊임없이 이 땅위에서 전쟁을 벌여왔다"고 하면서 "이제 다시 한번 한반도에서 평화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종전이 이뤄지고 평화협정이 맺어져서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대표인 일문 스님은 티벳불교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로부터 온 '한반도 위기에 대해 평화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대신 낭독했다. 

국제평화단체인 '지팍'(GPPAC,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동북아시아지역 연락담당관인 메리 조이스(Meri Joyce) 피스보트 국제 코디네이터는 "현재 진행중인 정전체제와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동북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고 하면서 "제재와 압박으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으며, 대신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드라 벨로소(Sandra Veloso) 미국 친우봉사회 (AFSC) 아시아 디렉터는 지난 1월 미국 친우봉사회가 독립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미·북 정상회담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면서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이 임시적인 휴전을 북한과의 공식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전쟁 희생자들의 안식과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추모식을 진행했다.

평화선언 낭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선언 낭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참가자들이 통일대교 앞 철책선에 평화의 기원을 담아 리본을 매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참가자들이 통일대교 앞 철책선에 평화의 기원을 담아 리본을 매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선언 (전문)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

오늘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날이다. 
3년간의 전투를 잠정적으로 멈춘 이후 3개월 이내에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던 전쟁 당사국 간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그 후 70년 동안 한반도에서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 대치와 군비 경쟁이 지속되어 왔다. 
한국전쟁은 20세기 이후 세계사에서 가장 긴 전쟁이다. 

지난 70년간 한반도에서는 전쟁에 대한 공포가 일상이 되어 왔다. 
적대와 불신에서 시작된 군비 경쟁과 무력 시위가 또 다른 불신과 군사적 위협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반도 핵 문제도 이 악순환의 일부이다.
분단된 전쟁체제 곳곳에 뿌리내린 적개심과 불안이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고, 소모적인 갈등을 키워왔으며, 사회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대결과 제재의 장벽은 남북 사이의 인도적 협력이나 기후위기 공동 대응조차 가로막아 왔다.

적대와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킬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의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18년 남,북,미 정상 모두가 관계 개선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로 나아가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의 기대와 열망에도 불구하고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새로운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서로가 취해야 할 단계적 조치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이 깨진 후 상황은 그 이전보다 더욱 악화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의 상응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에 항의하며, 핵-ICBM 실험 유예 조치를 철회하고 빠른 속도로 '핵 무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남한과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대북 무력시위의 강도와 빈도를 대폭 늘리면서 한미동맹을 '핵 기반의 동맹'으로 개편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주도 아래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에 대항하는 지역 군사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동맹 수준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당사국들이 무력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70년간 불안정하게 이어져 온 휴전 상태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우리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관련국들 간 대화의 단절과 군사적 대치 속에 한반도와 구 주변의 핵전쟁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면서, 한반도 주민과 전 세계인의 평화를 향한 열망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한반도에 거주하는 8천만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행복한 삶을 영유할 권리를 지닌다. 우리는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 다른 어느 곳에서도 전쟁은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 수 없다.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오직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에서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70년이면 충분하다. 불안정한 휴전 상태로 지속되어 온 전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전쟁의 종식을 통해서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은 하루 속히 전쟁의 종식을 선포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

-한반도는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노력은 핵무기없는 세계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오랜 노력의 일부이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는 한편, 핵무기는 물론 다른 어떤 군사적 수단으로도 위협하지 않을 것을 서로에게 약속해야 한다. 더불어 핵무기 금지와 폐기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일방적인 제재와 압박은 한반도 갈등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고 도리어 악화시켰다. 새로운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인정한 남북, 북미 정상 합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협상 당사자들은 적대적 정책과 언동을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신뢰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공격적인 군사행동의 중단, 대북제재 완화 등 적극적 조치를 통해 닫힌 대화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군비경쟁과 상호위협의 악순환을 멈추어야 한다.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진영대결과 군사협력 대신 평화롭게 공존하고 협력하는 한반도와 아시아 태평양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는 대신, 우리의 소중한 자원을 모든 생명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며, 지구를 살리는데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 주민과 한국전쟁에 관련된 모든 나라의 사람들, 그리고 온 인류가 지구와 더불어 지속 가능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외치고 평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제 한반도에서 70년 이상 이어진 긴 전쟁을 끝내고, 온 인류와 함께, 우리가 살아보지 못했던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열어가자.

202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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