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기지가 한반도 방어를 넘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하는 대중국 전초기지로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진되는 330억 달러(약 45조 원) 규모의 지원과 한미동맹 현대화의 군사·재정·법률적 문제를 전면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미 동맹 현대화 현안 진단 토론회’를 열고 미군기지 역할 조정과 지원금의 문제점을 집중 파헤쳤다.
토론회에는 김준형·정혜경 의원이 참석했으며,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한반도 방어 벗어나 ‘인도·태평양 작전 거점’으로
변학문 평화너머 정책연구소 소장은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오산·군산·광주·대구 공군기지와 캠프 캐럴, 캠프 무적 등 주요 미군기지의 훈련과 전력 운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변 소장의 분석을 보면, 오산 공군기지는 한미 연합 공중작전 지휘 거점에서 항공 전력을 신속히 분산 운용하는 ‘민첩한 전투 운용(ACE)’ 중심지로 바뀌었다. 군산 공군기지는 MQ-9 리퍼 무인기 부대 창설과 F-35A 상시 배치 검토를 거치며 아시아 전역으로 전력을 쏘아 올리는 거점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광주 공군기지는 해외 미 공군 전력의 증원 거점으로 기능이 강해졌고, 캠프 캐럴은 미 본토 병력이 들어와 장비를 즉시 인수하는 군수 거점으로 비중이 커졌다.
변 소장은 “개별 기지의 우연한 조정이 아니라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이 맞물린 체계적 변화”라며 “핵심은 주한미군 기지가 한반도용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용 대중국 전초기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330억 달러 세부 내역 불투명…결국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으로 이어질 것”
장창준 한신대 한반도평화학술원 교수는 동맹 현대화를 △대중국 전초기지화 △전략적 유연성 확대 △비용의 한국 전가라는 세 축으로 규정했다.

장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 담긴 330억 달러 규모의 주한미군 포괄 지원 계획을 분석하며, 정부가 밝힌 산정 기준과 세부 항목이 베일에 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백서와 미국 회계감사원 자료를 비교하면, 정부 설명대로 10년간 330억 달러를 지원할 경우 기존 지원액 단순 합산과 비교해 약 10조 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장 교수는 “간접 지원이나 일반 직접 지원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운 이상, 추가 부담의 상당 부분은 결국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약 변경 수준의 미군 역할 확대…국회 동의와 민주적 통제 시급
토론에서는 동맹 현대화가 가져올 법적·제도적 문제와 현장 주민들이 겪는 피해에 대한 생동한 지적이 이어졌다.
천윤석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 변호사는 “동맹 현대화는 전략적 유연성과 사실상 같거나 이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짚었다. 천 변호사는 수십 년 동안 한반도와 그 주변을 중심으로 운용해 온 주한미군의 역할을 태평양 지역으로 넓히는 것은 실질적인 조약 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교·국방 정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국회의 동의와 법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 개입을 제도화하면 정부가 대미 협상에서 '국회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쳐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희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 집행위원은 접경지역과 평택·군산 등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를 전했다.
이 집행위원은 오산 공군기지의 F-16 슈퍼비행대대 시범운영과 야간·고강도 훈련으로 비행 소음이 커졌고, 군산기지에는 항공기 재무장과 재급유를 신속히 진행할 최신형 방호 격납고가 추가로 들어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지 감시 활동을 다시 시작해야 할 만큼 주민들이 느끼는 변화가 크다”며 미군기지 재편이 단순한 소음·환경 문제를 넘어 새로운 지역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이연희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공동대표는 동맹 현대화가 빠르게 추진되는 데 비해 정보 공개와 민주적 통제, 사회적 공론화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주한미군 지원 비용의 세부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제도화하고, 지원 의무가 없는 항목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임무가 한반도 방어를 넘어 역내 작전으로 확대된다면 기지와 유지 비용을 한국이 대야 할 근거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기지 사용료 청구’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누가 비용을 대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라는 물음은 한미동맹의 실체를 드러내는 출발점”이라며 “기지 사용료 문제는 전략적 유연성과 동맹 현대화 같은 어려운 안보 의제를 국민이 자기 삶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매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좌장을 맡은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전략적 유연성’이나 ‘동맹 현대화’라는 용어가 국민에게는 추상적이고 어렵게 들릴 수 있다고 짚었다. 문 교수는 “주한미군의 '대중국 전초기지화’처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사회적 논의를 적극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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