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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 재출마 두고 시비 오른 도법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선거 자승-보선스님 2파전

 
조현 2013. 09. 17
조회수 789추천수 0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전 종회의장 보선 스님 2파전

 

자승 스님의 행정능력 대 보선 스님의 도덕성 칼과 방패의 대결

 

 

자승 보선 스님-.jpg

자승 스님과 보선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59) 스님이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조계종 종책모임인 ‘불교광장’이 16일 총무원 청사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를 후보로 추대했다.

 

 지난해 백양사 도박 사건 이후 수좌(선승)들이 그의 퇴진을 요구했을 때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재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위기를 넘겼다. 그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자승 스님은 1994년 조계종단 개혁 이후 연임을 시도한 최초의 총무원장이다. 그는 재임 4년 내내 범계(계를 어김) 관련 비리 폭로전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7월엔 포항 오어사 전 주지 장주 스님이 자승 스님과 불국사의 맹주 종상 스님 등 16명의 실명을 담아 자신이 그들과 상습도박을 했다며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며 관련자들의 수사를 요구했다. 4년 전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 스님을 도와주는 대가로 부원장 자리를 약속받은 장주 스님이 부원장이 되기는커녕 불국사 말사인 오어사 주지직에서도 밀려나자 현 종단 지도부를 향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는 게 교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달엔 총무원장의 호위신장 격인 호법부 승려들이 총무원 옆에서 ‘고위층 도박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려던 적광 스님을 강제로 끌고 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선원수좌회 소속 선승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승 스님이 재임에 도전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조계사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자승 원장 재임 포기 약속 엄수’를 요구하며 이날까지 10일간 단식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소속 재가자들도 매일 108배를 하며 이에 동참했다.

 

선승들의 존경을 받는 조계종 특별선원 봉암사의 ‘어른’인 적명 스님의 제안으로 ‘15인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무원장을 선임하자는 방안이 한때 불교계에서 추진되기도 했다. ‘덕 있고 참신한 분’을 차기 총무원장으로 모시자는 것이 불심이자 민심이다. 그것은 ‘이상’이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것은 민심이 아니다. 불심도 아니다. 조계종 입법부인 종회 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별로 10명 등 321명이다.

 

 선거가 있는 곳은 어디에나 ‘정치’와 ‘파워’가 핵심이다. 야당으로 밀리면 주지직을 뺏기고 등 붙일 곳이 없어질 수도 있는 조계종은 더욱 그렇다.

 

 자승 스님의 연임 시도에 대해 그의 측근들조차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막상 그의 출마가 확정된 추대식엔 실력자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24개 교구본사 주지 24명 가운데 16명이 참석했다. 그가 꾸린 선거캠프 참여자들의 주요 면면도 지홍(불광사 회주)·성관(수원포교당 주지)·지현(청량사 주지)·정념(흥천사 주지)·일감 스님(불교신문 주필) 등 이미지가 좋은 인물들로 진용을 꾸렸다.

 

자승 스님의 연임 포기 주장도 그가 출마하면 될 가능성이 높은 강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한 추대식 참가자는 “선거에선 ‘될 후보’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선거전엔 이미 보선(67) 스님이 뛰어들었다. 조계종 입법부 수장인 종회의장을 지낸 중진이다. 4년 전 선거에서 자승 스님을 도와 ‘결실’을 맺은 뒤 총무부장으로서 총무원의 2인자 구실을 했던 영담 스님이 이번엔 보선 스님 킹메이커를 자임하고 나섰다. <불교방송> 이사장이던 그는 지난 4월 배임 의혹으로 노조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하고, 이사장직에서 해임됐다. 또 사찰에 180억원대의 빚을 떠넘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전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도 보선 스님 캠프에 가담했다.

 

이번 선거는 자승-보선 스님의 2파전이다. 불국사, 금산사, 법주사 등의 금오문도회가 도영(69) 스님을 후보로 추대했지만 이는 불국사 맹주 종상 스님이 띄운 애드벌룬 카드라는 설이 많다. 불교계에서 최고의 노른자위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직영화(총무원 직접 경영 사찰로 전환)시키지 않으려는 종상 스님이 차기 총무원장으로부터 확실한 보장을 얻어내려 띄워놓고 유력 후보와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승 스님 쪽은 범계 의혹 제기에 대해 지금까지는 불교적으로 묵빈(침묵)대처로 일관했지만 이제 음해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장주 스님의 상습도박 자수건에 대해서도 고발해 조사를 받았고, 기사를 쓴 <신동아>도 즉각 고발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선거는 지난 4년의 업적과 비전으로 심판받겠다고 한다. 자승 스님 쪽은 △300년 만의 개혁이라는 승가교육제도의 혁신 △총무원 조계사 일대 성역화 사업 △사찰 재정 및 운영 투명화 쇄신정책 도입 △승려복지제도 도입 등을 내세우고 있다. 자승 스님의 한 측근은 “총무원장이 직접 용산참사 현장,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노조 등 소외된 약자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그들의 벗이 되어준 것이야말로 불교의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이 지관 스님의 뒤를 이어받아 조계종의 행정 시스템을 주먹구구식에서 탈피해 현대화·체계화시키는 데 능력을 발휘했다는 데는 반대파 상당수도 인정하고 있다.

 

보선 스님 쪽은 자승 스님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이슈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승 스님이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종회에서 보선 스님 쪽 의원들이 장주 스님이 제기한 건을 밝히자면서 종회 소집을 요구하며 공격에 나섰다. 보선 스님은 안거(겨울·여름 3개월 집중 참선 수행)에 32차례나 참여한 수행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승려다운 승려’라는 것이다. 그는 총무원장이 되면 총무원에서 기거하며 새벽예불에도 참여해 불자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총무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차별화다.

 

자승 스님은 능력을, 보선 스님은 도덕성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불교계 최대 종단 선거는 10월10일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자승 스님 재출마 두고 시비 오른 도법 스님

 

"나는 자승 스님 편이 아니라, `자성과 쇄신편'이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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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총무원장이 재출마를 하는 과정에서 시비 선상에 오른 인물이 도법(64) 스님이다.

 

 도법 스님은 최근 선거로 종단이 사분오열된다며 봉암사 적명 스님, 수경 스님 등과 함께 ‘15인 추천위’를 띄워 새 총무원장을 모시자는 안을 추진했지만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무산됐다.

 

 도법 스님은 세상과 소통할 통로를 거의 갇지 못한 불교계에서 시민사회 세력과 소통할 ‘보기 드문’ 승려로 꼽힌다. 불교계 엔지오와 종무원들의 대표적 멘토이기도 하다.

 

 도덕성 시비에 시달리던 자승 스님이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본부장으로 옹립한 인물이 그다. 그는 ‘왜 자승 스님을 도와 이미지를 구기느냐’는 충고에 ‘남 일 보듯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종단에 참여해 종단 개혁을 이뤄내야 할 것이 아니냐’며 ‘자승 스님이 나를 이용한다면, 나도 자승 스님을 종단 개혁에 이용하고 있다’는 논리로 응했다.

 

 이번에도 ‘낙향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물리치고 총무원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를 지킴으로써 자승 스님의 연임 시도에 결과적으로 원군이 되고 있다는 게 교계 안팎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그가 있었기에 자승 스님은 불교 엔지오들의 공세를 덜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자승’ 반대파들은 그를 자승 체제 유지를 도운 ‘눈엣가시’로 여긴다. 그렇다고 총무원에서 그가 환영받는 존재도 아니다. 늘 승려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개혁안 도입 등 이상론을 현실화하려는 그를 총무원의 간부들은 ‘등에’처럼 귀찮아했다. 그래서 그는 종단 기득권 세력 사이에선 사면초가였다. 그나마 입만 열변 도법 스님을 비난하는 종단 간부들로부터 도법 스님을 보호하며 개혁에 힘을 실어준 것은 현 총무원장이었다. 도법 스님이 이번에도 총무원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것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볼 수도 있다. 그는 “나는 자승 스님 편도 아니고 ‘자성과 쇄신’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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