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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 찾는 중국 유커…웃을 수 없는 이유들

면세·뷰티 업계, 기대감 보이면서도..."언제 다시 막힐지 몰라 불안"

지난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발 항공기 등의 이용객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2023.08.17. ⓒ뉴시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중단됐던 한국행 단체관광을 다시 허용했다. 이에 그동안 침체 상태였던 면세·뷰티 업계에서는 기대감을 보이며 유커(游客, 관광객) 맞이 준비에 한창이지만, 한중관계에 따라 언제든 다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동시에 비추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 10일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단체 관광이 허용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2개국, 미국 등 북·중미 8개국, 콜롬비아 등 남미 6개국, 독일 등 유럽 27개국과 호주 등 오세아니아 7개국, 알제리 등 아프리카 18개국 등이 포함됐다.

앞서 중국은 올해 1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라 1월과 3월, 2차례 걸쳐 총 60여 개 나라에 대한 단체관광을 허용했으나, 한국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8개월여만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미국 등 껄끄러웠던 나라까지 전면 허용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 껄끄럽던 중국, 단체관광 허용 배경은?


중국 정부가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6년여 만에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을 재개했지만, 한중관계가 개선됐다고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중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적극 참여하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미·일·러·중 강대국 사이를 조율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오던 이전 정부의 외교 전술과는 다른 태도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한다"며 중국을 적대시하는 입장을 보이자 한중관계는 급격하게 냉각됐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배팅' 발언이 나온 지난 6월에는 양국이 서로의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은 중국 측이 먼저 손을 내민 것처럼 보인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는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면담이 성사되기도 했다. 당시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보다 상급자인 왕이 위원이 참석하면서 중국 측의 대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왕이 위원은 지난 10년간 외교부장을 역임해 온 인물로, 현재는 친강 전 외교부장의 면직 이후 다시 외교부장을 맡고 있다.

중국 측의 태도 변화에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중외교의 쾌거"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중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한국에 대한 전략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중국 내수 진작이라는 필요성과 함께 경제·산업 면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쪽으로 전술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중국이 이 정도 선에서 한중관계를 관리하려는 것 같다"면서 "(한국을) 압박할수록 한국이 한미동맹 강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단체관광 허용은 내수 진작이라는 중국 내부의 필요성과 한미일 동맹 강화라는 역효과를 우려한 중국의 전술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18일(현지시각)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측이 태도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 등 대중국 견제와 관련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측 입장에서는 정상회의 직전까지 한국·일본과의 관계를 껄끄러운 채로 방치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반대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이후 한중관계의 개선될지 여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16일 한국 단체관광 허용과 관련, 최근 한국 정부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 유커가 한국행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구시보 보도에서 샹하오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은 "유커의 한국행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회복되는냐는 비자 발급 간소화 등 양국의 정책 지원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한중 관계의 영향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017년 사드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이 중국 유커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중관계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한미일 동맹 강화에 외교 방향을 맞춘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연설에서도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사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발 '금한령'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 2017년 3월 15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철수 기자
 

'한한령' 다시 반복될 수도...업계 "언제든 상황 악화 염두"


이에 업계에서는 언제든지 다시 한국행 단체관광의 문이 다시 닫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밝힌 단체관광 허용을 단시간 내에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기업을 강하게 통제하는 중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공식적인 정책 변화 없이도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단체관광 중단도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조치가 아닌 업계의 자발적 행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는 그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서는 여행사를 통한 한국행 단체관광이 사실상 중단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당시 사드 배치 시기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줄어 사드 배치에 대한 대응인 것으로 해석됐다. 단체여행뿐 아니라 당시 중국내에 유행하던 한국 드라마 등의 방영도 중단되는 등 대대적인 '한한령(限韓令)'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후 같은 해 12월부터 중국 일부 지역에서 단체관광이 다시 진행되기 시작해 2019년 하반기까지 점차 중국 단체관광 규모가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된 2020년 1월부터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전면 금지하면서 이때부터 명시적으로 단체관광이 금지됐다.

이후 6년여 동안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크게 줄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사드 배치 전인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06만명 수준이었으나, 사드 배치가 이뤄진 2017년에는 416만명으로 반토막났다. 이후 2019년에는 602만명으로 회복됐으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68만명으료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한령과 코로나19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면세점, 뷰티 등 업계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인 2019년 외국인 매출액은 20조8천억원이었으나 2020년엔 14조5천억원, 2021년에는 17조원, 2022년 16조3천억원으로 예년 규모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면세점들은 올해까지 매출 부진을 겪었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은 7,5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8% 감소한 6,085억원이었으며, 신세계면세점은 매출은 34% 감소한 5,112억원을 기록했다.

뷰티 업계도 타격을 입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2019년 5조5,801억원에서 지난 2022년 4조1,349억원으로 하락,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78억원에서 2,14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LG생활건강의 2019년 매출은 4조7458억원, 2022년 3조2,118억원으로 하락,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977억원에서 3,090억원으로 절반 넘게 하락했다.

면세·뷰티 업계는 이번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으로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한중관계에 따라 다시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가지고 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한중관계는 업체들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서 언제든 상황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업계 전반에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관광 열렸지만 예전 수준 회복할지는 미지수


단체관광 허용으로 중국 정부 제재의 문턱은 사라졌지만, 그동안 위축된 업계의 매출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나빠진 중국의 경제 사정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에서 나타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4.6%보다 낮은 수준이다. 수출은 전년 대비 14.5% 줄었다. 2020년 2월 -17.2%를 기록한 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중국 내수 상황도 빨간불이다.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데 그쳐, 전달 소매판매 3.1%보다 증가폭이 축소됐으며, 시장 예상치인 4.8%에도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의 부동산발 경제 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구이위안이 지난 6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짜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300억4,800만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파산을 선언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비구이위안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기준 중국 1위 부동산개발업체다. 비구이위안의 파산이 현실화되면 중국 주요 부동산업체는 물론 금융권까지 여파가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위기 우려로 소비력까지 낮아진 만큼 단체관광으로 중국 여행객들이 늘어나더라도 예전만큼의 구매력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전보다 중국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드라마틱한 회복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동안 항공노선도 줄었고, 중국 여행사들도 상당수 폐업한 상태여서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음료 매장에 중국어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08.14. ⓒ뉴시스
 

우려와 기대감 속 중국 유커 맞이 준비하는 업계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업계는 다시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허용 발표 직후인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 53척이 제주도(제주항·강정항)에 기항을 신청했다. 이에 제주항과 강정항에는 기존 크루즈선 기항을 포함, 현재부터 내년 3월까지 8개월가량의 기항 신청이 마감된 상태다.

면세, 뷰티 업계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위한 프로모션을 마련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북경과 상해 등 주요 도시에서 로드쇼 행사를 개최하는 등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은 시내 면세점에 대한 관광객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중국인의 선호도가 높은 럭셔리 패션, 주류 상품에 특별 프로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뷰티 업계도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를 계획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단체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면세 채널, 명동과 홍대 상권 주요 매장과 유통 채널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 유통사와 여행사한 상품 개발, 프로모션도 진행할 방침이다. 중국어 기반 홍보물도 새롭게 제작한다. LG생활건강도 중국어 리플렛 제작하고, 개인 자유 여행객, 단체 관광객, 따이궁(代購, 보따리상) 등 고객유행별 맞춤형 품목 패키지도 준비한다. 중국어 카운셀러도 적극 배치할 방침이다.

정부도 관광사업 지원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를 겨냥해 K-관광로드쇼를 개최해 K-뷰티와 패션, 쇼핑, 음식관광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한-중 기업 간 거래(B2B) 상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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