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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 뒷바라지, 법무부 조선일보 치다꺼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9/28 11:49
  • 수정일
    2013/09/28 11: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검찰-국정원, 법무부-조선일보의 아주 특별한 ‘동거’
 
육근성 | 2013-09-28 11:01:5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김수남 수원지검장이 26일 ‘이석기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검장이 직접 브리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수원지검 공안부는 이석기 의원을 형법의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녹취록 총정리한 수원지검

사상 초유의 현역의원 내란죄 사건인지라 국민들은 검찰 수사결과에 주목했다. 검찰이 국정원이 공개한 바 있는 통진당 ‘5월 모임’ 녹취록 내용보다 진일보한 증거들을 얼마나 찾아냈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언론도 수원지검의 말 한마디 놓치지 않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과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수원지검장이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는 국정원이 공개한 ‘5월 모임’ 녹취록 내용을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 할 일도 없나보다. 국정원이 공개해 이미 다 알고 있는 녹취록 내용을 지검장이 나서 총정리 해주다니.

국정원의 주장을 사법적으로 재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 못한 채 ‘5월 모임 녹취록’에 모든 것을 의존했다.

RO 실체,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 등 핵심 부분 얼버무린 검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법원은 무죄 판결 이유로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내란의 수단과 방법, 시기 등이 특정돼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는 이것들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이 실제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5월 모임’에서 이뤄진 토의내용 전부가 설령 사실일지라도 법정 다툼에서 패할 공산이 크다.

검찰은 국정원이 지하혁명조직으로 규정한 RO의 실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RO가 결성된 시기조차 “2003년 8월 이석기 의원이 가석방 출소를 전후해 새로운 형태의 지하조직을 구상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이석기 사건’ 놓고 국정원-검찰 ‘짝짜꿍’

또 RO가 ‘지속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온 조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국정원이 녹취했다는 ‘5월 모임’ 빼고는 ‘지속적 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RO의 실체규명이 어렵자 내란음모죄 성립의 핵심요소인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를 확인하지 못하는 등 검찰 수사는 국정원 녹취록을 복기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대로 간다면 국정원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충격효과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내란음모죄를 적용함으로써 정치적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놓고 국정원과 검찰이 특별한 ‘동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상한 동거’는 또 있다. ‘채동욱 혼외자식 의혹’과 관련된 조선일보와 법무보의 태도가 ‘국정원-검찰’의 그것과 똑같다.

법무무 ‘채동욱 의혹 진상규명’, 조선일보 보도 복기 수준

27일 법무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채 총장 혼외자식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법무부장관은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이 대신 읽은 발표문에서 “혼외자가 사실이라고 의심할 만한 참고인 진술이 여럿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임 여인이 경영한 부산의 카페와 서울의 레스토랑 등에 채 총장이 상당기간 출입한 사실 ▲10년 전 그녀가 채 총장의 부인을 칭하며 당시 고검장이었던 채 총장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거절당하자 ‘피한다고 될 일 문제가 아니다’라고 항의한 점 ▲조선일보에 의해 의혹이 보도되기 직전인 9월 6일 새벽에 여행용 가방을 꾸려 급히 집을 나가 잠적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의 발표는 조선일보의 의혹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단 하나 추가된 게 있다면 10년전 임 여인이 채 총장을 만나기 위해 지검장실을 찾았다는 것뿐이다. 이것으로 채 총장과 임 여인 사이에 혼외자식이 있다고 특정하기 어렵다.

“부적절한 처신 있다”면서 “혼외자 있다고 판단한 건 아니다”

답답해진 기자들이 ‘혼외자식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참고인 진술이 무엇이냐’고 묻자 “구체적인 것은 말씀 드리기 어렵다”며 피해나갔다.

법무부는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 자료가 확보됐다”면서도 “(혼외자식이 있다고) 판단 내린 건 아니다”며 “진상규명만 진행됐고 감찰에 착수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 총장 사표 수리를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의혹보도에서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도 ‘진상규명 결과 발표’라니 고소를 금할 수 없다. 조선일보의 의혹기사를 그대로 읽은 거나 진배없는데도 ‘진상규명 결과’란다. 편드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조선일보와 법무무의 ‘특별한 동거’

‘채동욱 신상털기’를 해도 나오는 게 없었나 보다. 사태 수습을 위해 서둘러 퇴로를 찾아 빠져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채동욱 찍어내기’에는 일단 성공했으니 더 시간 끌지 않고 후퇴하겠다는 게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속내일 것이다.

“감찰에 착수할 예정은 없다”는 말도 황당하다. 이미 감찰을 지시해 당연히 조사가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갑자기 ‘예정에 없는 일’로 뭉개버린 이유가 뭘까. 감찰조사는 꼼수였다는 얘긴가.

감찰조사를 해봤자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수 없을뿐더러, 채 총장은 검사징계법에 의하면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징계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을 범했을 경우 감찰이 가능하고, 검사에 대한 징계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설령 ‘혼외자식’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10년 전 일을 놓고 징계를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검찰 국정원 뒷바라지, 법무부는 조선일보 뒤치다꺼리

검찰은 ‘이석기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주장을 원문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국정원에 힘을 실어준 셈이고, 법무부는 조선일보의 ‘채동욱 의혹보도’를 그대로 인정해 줌으로써 기사 내용을 기정사실화 한 거라고 볼 수 있다.

검찰과 국정원, 법무부와 조선일보의 ‘특별한 동거’가 강력하게 시사해 주는 게 있다. 권력이 국가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어떤 일이든 가능하며, 언론까지도 권력의 이용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뒷바리지를, 법무부는 조선일보의 뒤치다꺼리를 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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