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통일부장관과 4대 연구원장의 신년 특별좌담회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5일 통일부장관과 4대 연구원장의 신년 특별좌담회 모습.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이 함께 좌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중대 사안에 그 어느 때 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연말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확인된 북한의 대남정책 부문 근본적 전환에 대해 각계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5일 오후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실현을 위한 2024년 정세환경 평가 및 전략구상'을 주제로 열린 4대 통일·외교·국방 관련 4대 연구원장과의 신년 특별좌담회에서 북 정책전환에 대한 정부의 평가와 이에 대한 정책방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의 입을 통해 확인된 정부의 입장은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는' 전쟁 위기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퇴행적 입장을 과시하듯 밝힘으로써 불안감을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인사말에서 먼저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핵 무력 증강은 그 자체로서 우리의 안보에 대한 군사적 위협인 것이 분명하다"며, "이에 대응하여 우리의 군사력과 한미동맹을 통해 확고한 대북 억제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국민의 안보불안을 조성하고, 국론분열을 꾀하는 정치심리전 측면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우리에 대한 심리전은 내부의 어려운 상황을 가리고 체제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 전원회의와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서는 "북한은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폐기하고 남북간 단절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때일수록 정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바탕으로 더욱 확고한 원칙에 기초한 통일·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북한의 급격한 정책전환은 북한 내부에 혼란과 동요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걸 통틀어 '다각적 노력'이라고 했는데, 과연 무엇이 다각적인 노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어진 발언에서는 '자유의 북진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인 '자유'는 △핵전쟁 공포로부터의 자유(담대한 구상과 억제·단념·대화의 3D정책) △연대의 자유(미·일 및 EU 등과 연대해 북핵해결, 한반도 평화정착 추구)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적 자유를 한반도 전체 주민에 확대 적용(북한인권증진) △평화통일을 통한 자유의 실현(헌법 4조 자유민주적 질서에 의한 평화통일 추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같은 4대 자유노선에 따라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북의 정책 전환으로 인해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상황에 대한 고심한 흔적도, 위기에 대처하려는 책임감도 찾아 보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위기와 불안에 공감하는 예민한 감수성도 느낄 수 없다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북을 군사적 대결로 제압해야 할 상대로만 인식하는 태도도 그렇거니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8일 민주평통 전체회의에서 역설한 '자유와 인권, 법치에 기반한 민주평화통일'을 단순히 되풀이하는 듯한 일방적 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전쟁위기가 단 0.001%라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국무위원인 통일부장관은 이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평화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위협'이라며, '확고한 억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정치 심리전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 내부의 안보불안을 조장하려는 시도'이자 '총선 개입의도'이며, ICBM발사는 '한미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하락을 의도한 것'이라는 군사적 접근법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최근 북한이 해외 IT기지를 건설해 금융 해킹 등 사이버 범죄('노예노동')를 저질러 그 수익으로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해결이 핵개발 차단 노력과 다르지 않다고 억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에 대한 유화적 대응으로는 굴욕적 평화가 있을 뿐이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등 원칙있는 억제적 대응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만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역설하는 건 통일부의 화술이 아니다.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배로 응징할 것", "도발위협에 굴복해서 얻는 가짜 평화는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트릴 뿐", "북한 당국은 남북관계를 공조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다. 이는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1월 16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 연설이 판박이로 재연된, 새로울 것 없는 특별좌담회라는 것이 대체적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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