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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허용 운전범위 이탈’ 원전 고장 증가의 의미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해야

 

오는 11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3년이 되는 날이다. 인류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이어 단 한 번의 원전 사고가 인간과 자연에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재차 목격했다. 그리고 2023년 8월 일본 도쿄전력은 보관 비용 문제를 핑계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이는 전 국민의 우려를 야기했고, 정치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잠잠하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를 주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과 달리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과연 이대로 원전을 확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늘어나는 1·2등급 원전 고장

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23년까지 원전 사고·고장 건수는 모두 776건 발생했다. 1990년대를 정점으로 점차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반면 원전 1·2등급 고장 건수는 △1990년대 4건 △2000년대 7건 △2010년대 19건 △2020년대 5건으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원전 사건 등급은 경미한 고장인 0등급부터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중대사고인 7등급까지 8단계로 나뉜다. 1등급은 “기기 고장, 종사자의 실수, 절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운전 요건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상태”, 2등급은 “사고를 일으키거나 확대할 가능성은 없지만 안전 계통의 재평가가 요구되는 고장”을 의미한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발생한 24건의 원전 가동 연수 중간값은 26.5년으로 나타났다. 해당 원전의 설계수명이 30~40년인 것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값이다. 이는 원전 노후화와 관련이 있으며, 그만큼 강도 높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중대사고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원전 수명연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국내 원전 1·2등급 고장 발생 현황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원전 사고·고장 현황 토대로 녹색전환연구소 작성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원전 확대 정책

현 정부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이라는 명목하에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범 이후 발표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2030년 원전 발전량 30% 이상 상향, 원전 10기 수출 등의 내용이 담겼고, 2022년 7월 확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정부 임기 내 수명연장 호기 수를 확대하기 위해 사업자의 계속 운전 안전성평가 보고서 제출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3년 8월에는 원전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14배 이상 증액된 ‘2024년 예산안’을 편성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렇게 정부는 쓸 수 없는 에너지가 원전밖에 없는 것처럼 정책과 제도, 예산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원전 확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원전 확대 정책 추진 경과 ⓒ정부 부처 보고서 및 보도자료 참고해 녹색전환연구소 작성


반면 전 세계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이하 IE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2025년 초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화력 발전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원전 발전량 비중은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탄소중립 달성의 시급성 차원에서도 원전은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다른 발전원에 비해 착공부터 상업 운전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IEA와 원자력기구(Nuclear Energy Agency)가 공동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신규 원전 건설에 든 비용과 기간 모두 계획보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예로 프랑스 1.6GW급 Flamanville 3호기의 건설비용은 KWe당 8,620달러로, 당초 예상(KWe당 1,886달러)보다 약 4.5배로 확대됐다. 이 원전의 초기 건설소요 예상 기간은 5년이었으나, 실제 소요 기간은 17년으로 늘어나 올해 상반기에야 가동할 전망이다.

원전 vs 태양광? 이미 정해진 승자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안고 있는 또 다른 한계는 원전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독립 투자은행 Lazard의 연간 대규모 발전원 균등화발전비용(이하 LCOE)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태양광 LCOE는 2009년 MWh당 359달러에서 2022년 MWh당 60달러로 83%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해상풍력 LCOE는 MWh당 135달러에서 50달러로 63% 하락했다. 반면 원전 LCOE는 MWh당 123달러에서 180달러로 46% 상승해 대규모 발전원 중 가장 비싼 발전원이 됐다. LCOE란, 발전소의 설치 및 운영, 해체까지 소요되는 비용 전부를 총생산 전력으로 나눈 값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분석 과정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과 중대사고 시 발생할 천문학적 손해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국내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운반·처분 비용은 약 2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전력공사 보고서는 국내 원전 중대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액과 폐로·제염·행정경비 등 총 84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2024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 657조 원을 웃도는 비용이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배상·제염 비용(2023년 말 기준 213조 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 ⓒ뉴스1


심화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원전 확대 정책이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10만 년 이상 격리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분석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기존 원전 수명연장에 따라 약 16만 다발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추산한 발생량보다 25%가 더 늘어난 값이다.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3건도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대한 근거 조항으로 인한 원전 지역 주민의 반발로 임기 만료 폐기를 앞두고 있다. 올해 새로 시작할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부터 부지선정 절차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2045년 전까지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저장해야 해 지역 주민들만 고스란히 방사능 오염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

IPCC 6차 보고서는 향후 10년간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수준이 지구 온난화를 1.5도 또는 2도로 제한할 수 있는지를 크게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원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원전 신규 건설까지 포함되면, 사회적 갈등과 비용 초래는 물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까지 놓치게 된다.

원전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 방향 설정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당장 11차 전기본에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원전이 △에너지전환 △경제성 △지속가능성 △안전성 네 가지 측면에서 적합한 대안인지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한 번 지으면 수십 년 동안 가동되고, 수십만 년 동안 격리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가 나오는 원전 관련 정책이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결정돼서는 안 된다. 독일과 같이 원전 가동 만료일을 법에 명시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빠르고 안전하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 문제와 사회적·경제적 위험을 무릅쓰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 손에 달려있다.
 

필자주

이 글은 녹색전환연구소가 발간한 이슈브리프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원전 수명연장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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