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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편입’과 ‘분도’ 동시 추진한다는 한동훈... “부동산 기대감 자극한 총선용 공약”

[윤석열 당선 2주년, 초라한 경제 성적표④] 지역 균형발전 무시한 ‘서울 메가시티’... “선거 끝나면 사라질 총선용 공약”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경기 김포시 라베니체광장에서 김포검단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김포-서울 통합 GTX-D 노선안 환영 시민대회'에 참석해 전달받은 김포-서울 통합 염원 메시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4.02.03. ⓒ뉴시스
‘김포 서울 편입’ 이슈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총선을 앞두고 김포에 이어 구리, 고양을 방문한 한 비대위원장은 “동료 시민들이 원하면 (서울 편입을)할 수 있다”고 했다. 사라진 듯 보였던 ‘서울 메가시티’ 공약을 다시 한번 꺼내 든 것이다. 

또 의정부를 찾은 한 위원장은 “현실을 반영한 행정구역 재편이 필요하다”며 경기 분도를 적극적 추진한다고도 했다. 경기도 북부지역을 떼어내는 분도를 서울 편입과 병행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이 동시에 꺼내든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양립불가능하다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 ‘편입’과 ‘분도’ 동시에 추진한다는 한동훈


지난 11일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광장을 찾은 한 비대위원장은 시민간담회를 열고 “(서울 편입을)고양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김포도 한다. 하지만 의정부는 분도를 원한다”면서 “우리의 답은 이거다. 원샷법을 통해서 한 번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이른바 ‘원샷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추진 시점은 총선 이후인 5월 말 구성되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로 제시했다. ‘서울 편입론’과 ‘분도’를 원한다면 선거에서 여당을 뽑아 달라는 의도다.

하지만 경기 일부지역의 서울 편입을 골자로 한 ‘편입론’과 경기도에서 북부지역을 떼어내 경기북도를 만드는 ‘분도론’은 양립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 편입이 거론되는 김포와 고양, 구리 등 경기 북부의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시키면, 경기 북부지역이 크게 축소돼 분도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기 분도론의 핵심은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의 고양·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 등 10개 지역을 ‘경기북도’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남아 있는 수원·용인·성남·화성 등 21개 지방자치단체가 ‘경기남도’가 되는 식이다. 경기남도는 1,003만명, 경기북도는 354만명 규모의 도시가 된다.

이 같은 경기 분도론이 제기된 건 경기 북부 지역의 낙후된 여건 때문이다. 경기북부지역은 면적만 놓고 보면 경기도 전체의 41%에 달한다. 하지만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여서 군사시설보호법, 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지정 등의 규제로 인해 경기남부지역에 비해 개발이 뒤처져 있다.

분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기 북부 지역을 분도하면 독자적 예산기관들이 북부에 생기면서 주민들이 행정참여 범위가 넓어지고, 의견도 적극 반영돼 정책수립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규모 도정사업도 시행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철호 국민의힘 경기 김포을당협위원장이 지난 9월 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포 지역에 내 건 현수막. ⓒ홍철호 페이스북

문제는 서울 편입이 추진되면 경기북도의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경기 북부지역 중 서울 편입이 언급된 곳은 고양(107만명), 의정부(46만명), 남양주(73만명), 구리(18만명), 김포(48만명) 등이다. 실제 이들 지역이 서울로 편입될 경우 경기북도 인구는 354만명에서 62만명 수준까지 줄어든다. 사실상 경기 북부지역을 분도할 의미가 사라지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한 비대위원장이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을 병행해 추진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공약의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대통령이 경기도를 7번이나 오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4번이나 와서 총선 후에는 대부분 사라질 그런 ‘빌 공’자 공약 내지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서울시 메가 편입은 양립하기 어렵다. 경기도를 한편에서는 쪼그라트리고, 한편에서는 나누고자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이 국토 균형발전에 따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에 동의한다면 주민투표부터 빨리 실천에 옮겨 힘을 실어줘야 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분도는 김 도지사는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에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비용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총선 전 주민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결정하게 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모든 것이 어그러진 이유는 메가서울을 추진하면서 경기 분도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 ‘갈라치기’라며 공격해왔던 여당의 급발진”이라며 “경기북도에서 김포, 구리, 고양, 의정부를 떼어내면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는 것인데, 경기북도에 해당하는 지역의 주민들도 과연 이런 형태의 분도를 원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시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언급된 지역들이 실제 편입될 경우 서울시가 이들 지역의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 아직 낙후된 지역이 존재하는 데, 굳이 경기 지역을 편입해 개발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일례로 5호선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김포의 경우 서울 편입 현실화하면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천억원가량 늘어난다. 김포시는 주민들의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해 서울 방화역에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장기역까지 23.89㎞를 잇는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2조6,200억원 규모다. 2021년 발표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검토사업에 포함됐다.

현재 지하철 5호선 연장은 서울시와 경기도를 잇는 광역철도로 구분돼 국비와 지방비 분담비율이 7대 3(서울 1.5, 김포 1.5)이다. 하지만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서울 도심 내 설치되는 도시철도로 바뀌면서 국비 지원을 50%밖에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천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김포 서울 편입 이슈가 불거지자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구 당협위원장은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지역 역시 출퇴근 시간대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데다가 서울시의 한정된 재원을 낙후된 서울 외곽 지역에 투입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시민들도 경기 일부 지역을 서울로 편입하는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 시민 81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포·과천·고양·부천·성남·안양 등을 서울로 편입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5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반대의 절반 수준인 30%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울 외곽지역일수록 반대한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서울 내에서도 외곽지역으로 분류되는 마포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등의 경우 반대 여론이 71%에 달했다.

 

 

 

고양을 찾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뉴시스

 

지역 균형발전 역행하는 한동훈표 ‘서울 메가시티’


‘서울 메가시티’ 공약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메가시티로의 인구 쏠림 현상은 필연적으로 지방 소멸 우려로 이어진다.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메가시티는 도시집적지역의 거주자가 1천만명이 넘는 도시를 말한다. 여기서 도시집적지역이란 인공건조물과 주거지역, 인구밀도 등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지역을 가리킨다. 즉 메가시티는 인구 1천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이미 인구 2,500만명에 달하는 메가시티다. 국내 전체 인구가 5,175만명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서울 메가시티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민의힘과 한 비대위원장이 수도권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의 규모를 더 키우려 한다는 점이다. 인구와 면적이 늘어날수록 서울로의 인구 집중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서울을 확대하기보다 타 지역과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더 커진 서울은 지방 인구를 더 빠른 속도로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지방 소멸을 앞당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비수도권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지, 절대 서울을 더 키울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도 “지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메가시티는 한국 전체 인구의 50%에 육박한다. 메가시티라고 해도 이건 너무 과도하다”면서 “그런데도 굳이 경기 지역을 서울 편입을 통해 서울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건 말도 안 된다. 다른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의 기능을 지방으로 분리해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서울 메가시티에 대응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메가시티’가 추진돼 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2020년 추진된 부울경 메가시티는 2022년 4월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연합’을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해 6월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2023년 2월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연합을 해체해 사실상 추진이 중단됐다.

충청권 메가시티는 올해 1월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을 출범했다. 대전시와 세종시, 충북, 충남 등 충청권 4개 도시가 참여한 합동추진단은 지자체간 업무 협력체계를 마련해 기존의 행정협의회의 한계를 넘어선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서울 메가시티 기조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구리·하남 등의 서울시 편입을 주장한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는 국토 균형발전 문제가 제기되자,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뉴시티특위)를 만들고 수도권 중심의 메가시티 기조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당대표가 사퇴한 이후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뉴시티특위’의 이름을 ‘서울-경기 생활권 재편을 위한 TF’로 바꾸고 메가시티 담론 대상을 서울 수도권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포 서울 편입' 관련 발언하는 김기현 대표 ⓒ뉴스1

 

“‘서울 메가시티’ 이유 모르겠다... 총선 끝나면 사라질 공약”


국민의힘과 한 비대위원장이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 병행 추진하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텃밭이 된 경기 민심을 돌리기 위한 ‘총선용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로 편입되길 원하는 지역에 가선 ‘서울 편입’을 분도를 원하는 지역에선 ‘분도’를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 의석수가 60개인 경기의 민심은 2012년 이전까지 민주당이 다소 우세를 보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 급격히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2012년 민주당 29석,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20석이던 민심은 2016년 민주당 40석, 새누리당 19석을 기록했다. 그리고 직전 선거인 2020년엔 민주당 51석, 국힘 7석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총선을 다섯 달 가량 앞둔 지난해 11월 김기현 전 국힘 당대표가 ‘김포 서울 편입’ 이슈를 꺼내들었던 것도 이 같은 경기 민심을 흔들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시 당내에서조차 ‘총선용 공약’이라는 반발이 나왔고, 결국 김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관련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후 당권을 잡은 한 비대위원장이 다시 서울 편입 이슈를 꺼내 들며, 다시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서울 편입 특별법을 발의한 김포, 하남, 구리뿐만 아니라 광명, 과천 등에서 “동료 시민 원하면 모두 서울이 될 수 있다”며 인접 도시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선거 끝나면 사라질 ‘총선용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백인길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공학적으로 서울을 더 키우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주소만 서울시로 바꾸는 정책일 뿐”이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서울이 되면 땅값과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줘 표를 얻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총선이 끝나면 사라질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도 “김포나 고양, 구리 등은 이미 출퇴근이 가능한 서울 생활권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서울로 편입해 서울을 더 키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솔직히 총선용으로 꺼내든 카드가 아닐까 싶다. 과거 서울이나 경기도에 뉴타운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뉴타운은 서울에서 추진한 재개발 방식이다. 소규모 재개발 사업과 달리 광역 단위 생활권을 중심으로 재개발하는 정비 사업이다.  2008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뉴타운 개발사업’을 수도권 선거의 승부수로 내걸었다. 광역 단위 재개발로 수많은 서울 시민에게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준 것이다. 그 결과 야당 강세 지역이었던 관악, 도봉, 노원을 비롯해 수도권 81석이 보수 정당 지역구가 됐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은 이후 사업 지구가 남발되면서 그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서울시는 2012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600여곳의 정비사업 구역 중 300여곳을 해제하고, 전면 철거형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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