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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4대강 사업의 국외자(局外者)였나?

삼성과 중앙일보의 무서운 원대한 계획…
 
임두만 | 등록:2013-10-11 08:38:25 | 최종:2013-10-11 14:09: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JTBC 9시뉴스 캡쳐

 

10월 10일, JTBC 9시 뉴스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집중 보도가 있었다. 4대강 보를 철거하자는 법안을 제출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스튜디오에 초대 손석희와 대담을 가질 정도…

하지만 홍영표가 제안한 법은 보 철거가 주 내용은 아니다. 실제 보 철거가 주 내용인 법안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냈다. 그러함에도 심상정이 아니라 홍영표를 불렀다. 이거 또한 손석희와 JTBC의 노련한 한 수다. 심상정에게서 나타나는 분위기와 홍영표에게서 나타나는 분위기는 시청자에게 주는 임팩트가 다르다. 특히 종편에서 9시 뉴스를 보는 주 시청층은 JTBC라도 반북 반좌파 보수층이 주류다. 이런 시청층을 상대로 심상정이 어떤 말을 해도 임팩트는 떨어진다. 그래서 그나마 민주당 홍영표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암튼…각설하고…

오늘 JTBC는 이 대담 말고도 3꼭지를 4대강 관련 뉴스로 채웠다. 그리고 압권은 무려 4.135억 원이 투입된 4대강 주변 나무심기 공사의 허실을 파헤친 리포트였다. 다른 공기업의 조경공사에 쓰였던 나무 값 평균보다 무려 1주당 평균 32만 원이 더 들어갔다는 폭로, 이어서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 나무들이 다 죽어 잘라버렸거나 죽어있는 모습을 비춘 영상은 보는 시청자들의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JTBC 9시뉴스 캡쳐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도 폭로했다. 지난해 수주액 기준으로 조경 업계 55위인 군소 조경업체인 S사가 금강 4공구를 포함 5개 공구에서 사업자로 낙찰돼 278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수주액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 그거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희망의 숲이라고 해놓고 결과적으로 대국민 사기극으로 전락한 셈”이라고 질타했으며, 리포트를 한 기자는 “정부의 졸속 4대강 나무심기로 정부 예산 수백억이 낭비됐고 나무는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크로징을 했다.

나는 이 보도를 보면서 조만간 4대강이 보수진영을 폭발시키는 폭탄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했다. 아니라면 ‘조중동’카르텔에서 중앙이 빠지면서 중앙과 JTBC는 급격한 탈보수화 하지 않을까 예견하기도 했다.

이 예견에 대한 소스, 이 소스를 통해 접한 삼성과 중앙일보의 무서운 원대한 계획…정신이 번쩍 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소스에서 파악된 삼성의 무섭고 원대한 계획의 얼개는 이렇다.

1. 삼성은 2002년 대선이 끝나고 노무현이 당선된 뒤, 이회창의 3수로도, 이회창이 아니라면 포스트 이회창으로도 당분간 ‘보수진영’이 정권을 탈환하기 힘들 것으로 파악했다. 그래서 1997 대선과 2002대선까지 줄곧 같이 움직였던 ‘조중동’카르텔에서 중앙일보를 빼내기로 했다. 이런 의사를 노무현 정권 핵심에게 전달했고, 정권 핵심들도 용인, 정권 측에서 먼저 ‘조중동’에서 중앙은 빼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어 갔다.

이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참여정부 국정홍보처라든지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그런 말들을 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친노 인터넷 사이트로 당시 맹위를 떨치던 <서프라이즈>에서 공론화가 이뤄지기도 했었다. 이런 여론이 공론화될 무렵 노무현 대통령은 외무부 장관보다 급이 높다는 말을 듣는 주미대사에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던 홍석현을 파격적으로 임명했다.

이처럼 되자 다시 여론은 홍석현이 유엔 사무총장을 노린다는 쪽으로 진행되었다. 즉 삼성을 통해 여론을 움직이는 핵심 층에서 주미대사로 외교가에 얼굴을 알린 홍석현을 노무현 정권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밀어 당선시킨 뒤 1차 임기를 마치면 포스트 노무현으로 차기 정권을 창출한다는 얼개를 짰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그들의 얼개대로 되지 않았다. 뜬금없이 삼성의 정치권 로비사실이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에 의해 불거진 것이다. 특히 2005년 7월 이상호 당시 MBC 기자가 옛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도청 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입수해 삼성그룹과 정치권, 검사들 간의 관계를 폭로해버렸다. 이른바 ‘삼성X파일’사건이다.

당시 폭로된 도청 내용에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이 한 호텔에서 만나 이회창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자금 제공을 논의한 내용이 있었다. 또 삼성이 떡값을 주며 관리해 온 검사들을 언급한 하나같이 충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여론은 들끓었으나 사정기관은 미적지근 했다. 이러자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 명단을 공개해버렸다. 그러자 이번엔 그 명단에 오른 검사들이 노회찬을 고소했다.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 5개월에 걸쳐 이 사건 전반에 대한 조사를 했다.

당시 수사 책임자가 현 법무부 장관인 황교안, 그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사건을 지휘했다. 하지만 5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나온 수사결과는 허망한 것이었다.

홍석현과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본 김인주 사장 등 삼성 임원은 무혐의, 반대로 이 사건을 보도한 이상호 기자와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국민들은 반발했으나 결국 노회찬은 이 당시 기소가 족쇄가 되어 지난 19대 총선에 당선되고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의원직을 잃었다. 하지만 홍석현도 결국 애초의 그림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따라서 삼성의 이 원대한 그림은 휴지가 되었다.

2. 이후 삼성과 중앙일보의 행보…친노와는 거리를 두면서 다시 원래의 자리인 조중동 카르텔 안으로 들어갔다. 또 정세도 중앙이 그리 움직이도록 했다. 이명박 당선 후 종편채널이지만 삼성-중앙의 필생 꿈인 TV 방송국 소유가 눈 맢에 다가와 있었다. 이명박 측과 척을 질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여권엔 포스트 이명박으로 확실한 박근혜도 있었다. 이명박 이후 삼성이 직간접으로 권력 창출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덧붙여서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그악한 반감은 중앙을 ‘조중동’ 카르텔에서 능동적으로 빠져나올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국은 다르다. 첫째 여권에 포스트 박근혜가 없고, 둘째 박근혜 정권의 속성상 강한 보수(반북 반재벌 파시스트)정책을 추진할 인맥의 대거 출세와 이들이 가진 기본적 흠결에 대한 반국민 감정은 고조될 것, 셋째 방송경험과 자본에서 허약한 조선과 동아는 결국 경영난 때문에라도 방송을 포기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따라서 거미줄 같은 삼성의 정보라인을 통한 미래예측으론 박근혜와 김대중의 중간급을 아우르는 세력이 필연적으로 출현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3. 손석희는 여기에 합당한 인물이다. 손석희 스스로 출세에 대한 욕망이 강하지만 그걸 노골적으로 표출하지 않는 노련함도 있다. 국민들 눈에 이런 손석희의 노련함은 보이지 않으나 손석희의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포장된 ‘진보연’하는 자세는 보인다. 만약 이런 손석희에게 마당이 제공된다면 국민들은 상당부분 경도될 수 있다. 손석희가 JTBC에 승차한 것은 이 그림에 동의한 증표다.

박근혜 정권은 갈수록 국민 지지도가 떨어질 것이지만 여기에 대항할 야권은 없다. 반짝 했던 안철수도 결국은 독자적으로 추진할 힘을 잃고 동력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계속적으로 안철수가 대안으로 운위는 되겠지만 강력한 반박의 구심점은 어렵다. 결국 안철수 세력이나 민주당 주류 비주류 친노 모두다 각개약진으로 뛰다가 막판 연합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들 중 누구도 실질적 1인자로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도 조직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금력 풍부한 삼성이 간접지원하고 JTBC라는 마당을 이용해 본인의 퀄리티를 한 껏 올린 손석희는 친박 반박 모두에게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제공되었을 때 손석희는 모두를 아우르는 포스트 박근혜 자리를 충분히 차고 나갈 능력이 있다. 정치적 스텐스? 거미줄 같은 여론 파악 시스템이 있는 삼성의 정보로 마지막에 여든 야든 정하면 된다.

여기까지가 내가 확보한 소스에 의한 삼성과 중앙의 얼개다.

어떤가? 섬찟하지 않은가? 나는 손석희가 JTBC에 영입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런 소스를 접한 뒤 손석희가 앵커로 뉴스를 진행한 이후 매우 유심히 JTBC 9시 뉴스를 본다. 과연 그 얼개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다. 그리고 지금은 이 글 첫 머리에 제시한 JTBC의 4대강 관련 집중보도를 보면서 그 얼개는 매우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한다. 왜? 4대강 사업에 삼성은 국외자(局外者)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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