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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화'를 노래합니다"

<동행기> 정대협과 함께하는 1박 2일 강화도 평화기행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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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14 2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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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협이 주최한 '2013년 정대협과 함께하는 1박2일-우리함께 힘차게 날아보자' 평화기행이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강화도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일본군'위안부'.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떠한 생각이 들까. 민족의 한, 여성의 아픔, 전쟁 피해의 산물 등등.

일제 식민지라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일본군'위안부'는 해결해야 할 과업이고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역사로 다가온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깊숙히 들여다 보는 이들은 분단의 아픔을 통일로, 전쟁위협의 불안을 평화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을 두고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기어린 '광란'이라고 치부되는 '일베(일간베스트)'류의 주장이지만, 단순한 광기라고 웃고 넘어가기에는 '광란'의 확산이 만만치 않다.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강화도에서 열린 '2013년 정대협과 함께하는 1박2일-우리 함께 힘차게 날아보자!' 평화기행에 <통일뉴스>가 동행했다.

정대협 실무자들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그리고 이들을 돕는 자원활동가 등 20여명은 강화도 '도래미마을'에 도착했다.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른 만큼, 다양한 직업이 모인 기행 참가자들 소개가 끝난 뒤, 한의사 윤영식 박사의 건강한 삶을 주제로 한 강연이 이어지고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정대협의 깊은 고민을 토로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정대협의 최근 고민을 토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명박 정권 말기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어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표현할 수 없는 모욕은 일본의 극우집단에게 들어와서 그러려니 했지만 한국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옵디다. '나치를 상대한 매춘부들이 처벌됐듯이 위안부도 처벌해야 한다'라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위안부' 해결 운동을 이념적으로 세우기 시작하더라구요. 정부에게 문제 해결에 앞장서라고 하는 비판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더니 일본의 언론도 그렇고 일베같은 곳이나 그런 생각을 하는 한국사람들이 정대협을 '종북집단'이라고 주장해요. 박근혜 정부 들어서고 나서 그런 주장이 더 커지고 있어서 그런 주장이 사실이 될까봐 걱정이에요"

좌냐 우냐. 정치적 이슈가 터지는 사안에 흔히 접하는 '편가르기식' 표현이다. 그런데 윤미향 대표의 고민처럼, 이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행동이 편가르기의 잣대가 되는 세상이라니. 마음이 편치 않다.

20년 넘게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을 해 온 윤미향 대표가 털어 놓는 고민이 깊은 한숨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김복동 할머니의 표현대로 '왕대포' 윤 대표가 한마디 한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곧은 길을 가려고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입니다"

 

   
▲ 평화기행 참가자들이 연미정에서 이시우 사진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할머니들과 하룻밤을 지낸 참가자들은 이튿 날 13일. 사진작가 이시우 씨의 안내로 본격적인 강화도 평화기행을 시작했다.

이시우 작가는 13년 넘게 강화도에 거주하며, 통일.평화운동을 해온 사진작가로, 최근 '유엔군사령부'라는 책을 낼 정도의 군사 전문가이다.

이시우 작가의 안내로 도착한 첫 기행지는 '연미정'. 강화도 월곶리에 위치한 '연미정'은 제비꼬리라는 이름대로 그와 비슷한 지역에 위치한 정자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해진 물줄기가 하나는 서해로, 또 하나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 이 곳은 고려.조선시대에 조공선이 드나들던 장소다.

조공선의 유래와 의미에서부터 시작해, 자본주의, 사회주의 경제, 자유무역협정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이시우 작가의 설명에 탄복할 즈음, 연미정의 유래에서 시작된 설명은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까지 중세.근.현대사가 쏟아졌다.

 

   
▲ 강화도 고인돌 '강화 지석묘' 앞에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리고 분단의 현실을 듣게 됐다.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 당시, 정전협정을 맺은 곳이 여기입니다. 한국전쟁 이후에 맺은 정전협정도 이 지역과 무관하지 않아요. 강화도 지역은 전쟁역사에서 중요한 곳입니다. 한강하구를 평화지역으로 만들면 정전협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사실 전쟁이 낳은 산물이다. 분단국인 이 땅이 다시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평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이 곧 평화를 위한 일로 해석된다. 그렇기에 정대협이 외치는 평화 목소리가 이해된다.

 

   
▲ 충렬사에서 이시우 작가는 평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진보당'사건으로 형장의 이슬이 된 조봉암 선생의 생가터에서 진보당의 제1강령이 '핵없는 세상'이라는 말에 탄복하고, 강화도 고인돌인 '강화 지석묘'에서 남북의 공존을 이해하고, 충렬사에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공격받는 분위기 속에서, 위축된 어깨를 펴고 '우리함께 힘차게 날아' 일본군'위안부' 문제도 해결하고 통일도 앞당겨,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바로 이번 평화기행의 의미인 것이다.

사실, '위안부' 해결 운동을 매도하는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정대협의 힘의 원천은 바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라는 점이다.

자신들의 진실을 알리고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나라의 평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바로 '위안부' 피해자이고, 이들의 힘을 받는 곳이 바로 '정대협'이다. 이번 평화기행으로 힘을 다진 정대협의 활동이 기대된다.

 

   
▲ 평화기행 참가자들이 연미정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아니나 다를까. 정대협의 뿌리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4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장에서 일갈했다.

"말을 들으니 미국하고 일본하고 합작해서, 한국이 전쟁터가 되길 바라는지 모르겠으나, 어디 일본놈들을 한국으로 끌고 올 수 있습니까. 일본놈들 깃발만 봐도 살이 떨리는데 만약 일본군이 한국에 발을 딛는다면 우리 국민들이 다 발벗고 나설텐데 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쟁이 없는 나라가 돼서 다시는 같은 일이 안 생기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대협'의 진짜 모습이다.

 

   
▲ '강화 지석묘' 앞에서 참가자들이 택견을 따라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조봉암 선생의 생가터. 뒷편 차량이 있는 곳이 선생의 생가터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충렬사.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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