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업장에 여러 노조가 있더라도 교섭은 과반수 이상인 노조 등의 방식으로 창구를 단일화할 것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노동조합법 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이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및 행동권을 침해한다며 민주노총 등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지난달 27일 기각 5명, 인용 4명의 재판관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2일 밝혔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 대표노동조합을 정해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전면 시행되면서 생긴 조항으로, 효율적인 교섭을 한다는 취지로 생겼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 쪽에선 이른바 ‘어용노조’를 만들어 회사의 입장과 반대되는 노조를 무력화하는 데 이 조항을 악용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에스피씨(SPC그룹)이 지난 2017년 7월 불법파견을 문제 삼는 민주노조가 설립되자 그해 12월 사쪽이 협조적 인물을 중심으로 사쪽 노조를 설립하고 지원해 세를 불린 사례가 꼽힌다. 허영인 에스피씨 그룹 회장은 현재 이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단일화된 교섭창구로 획득한 협상의 결과를 소속 노동조합에 관계없이 조합원들이 동일하게 누림으로써 근로조건을 통일해 얻는 공익은 큰 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제한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그 지위를 유지하는 기간 동안에 한정되는 잠정적인 것”이라며 이 조항 헌법에 부합한다고 봤다.
또한 헌재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교섭절차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소속 노동조합이 어디든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또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면 효율적으로 교섭을 할 수 있고 통일된 근로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정당성과 적합성이 인정된다”고도 했다.
반면 이은애·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소수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해서만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을 뿐”이라며 “독자적인 단체교섭권 행사가 금지되는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주도하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소수 노동조합의 절차적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의 독자적인 단체교섭권 행사를 전면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2012년에도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같은 결정(합헌)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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