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전쟁 위기 목전”

무인기 침투는 한미 합작

조선 외무성의 발표에 따르면 10월 3일, 9일, 10일 세 차례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에 출현했다. 무인기 침투가 한 번이었다면 국방부 단독 소행으로 볼 수 있지만, 세 차례 침투했다는 것은 주한미군의 허가, 양해 적어도 묵인이 있었다는 증거다.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한미연합사(실상은 주한미군)가 이를 불허하고자 했다면 10월 3일 이후 침투는 가능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이 전시 작전통제권만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사족을 붙이면, 평시에도 ▶ 전쟁 억제와 방어를 위한 한미연합 위기관리 ▶ 전시 작전계획 수립 ▶ 한미연합 3군 교리 발전 ▶ 한미연합 3군 합동훈련과 연습의 계획과 실시 ▶ 조기 경보를 위한 한미연합 정보관리 등은 평시에도 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한다. 무인기 침투는 ‘한미연합 위기관리’, ‘한미연합 정보관리’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무인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무인기를 침투 없었다”고 답변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 불가’라는 입장으로 번복한 것은 무인기 침투를 ‘자인’한 것이 된다. 문제는 왜 ‘확인 불가’를 천명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미 ‘즉강끝’, ‘정권 종말’ 등을 운운했던 국방부가 ‘무인기 침투 사실’을 애써 부정할 이유는 없다.

혹시 무인기가 돌아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 즉 무인기가 북에 나포된 것은 아닐까? 나포되었다는 사실이 탄로 나는 순간 그리고 나포 후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탄로 나는 순간 국방부는 ‘허세만 부리는 무능력자’가 된다. 이런 비판을 피하려고 애써 ‘확인 불가’로 입장을 번복한 것은 아닐까.

물론 이는 ‘추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렇게 추론하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은 가능하지 않다. 해서 조심스럽게 ‘무인기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가설을 세워본다.

단지 전단 살포가 목적이었을까?

조선의 방공망을 뚫고, 한미연합사의 정보망을 뚫고 소위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반북단체’가 무인기를 침투시키기는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스텔스 기능이 장착된 무인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드는 의문점 하나. 단지 전단 살포가 목적이었을까? 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평양 상공을 침투한 무인기는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그런데 단지 전단 살포를 위해 스텔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띄운다? 이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국방부에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가 창설된 것은 2023년 9월 1일이다. ‘설치와 임무’를 규정한 드론작전사령부령 1조와 2조에서 두 가지 내용이 눈에 띈다. 첫째, 드작사는 “국방부장관 소속”이다. 즉 그 누구를 통하지 않아도, 그 어떤 별도의 절차 없이 국방부 장관이 드작사를 움직일 수 있다.

둘째, 드작사는 “전략적·작전적 수준의 감시·정찰, 타격, 심리전, 전자기전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대북 전단은 심리전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감시와 정찰, 타격, 전자기전’ 등의 임무도 수행한다.

기왕에 ‘은밀하게’ 드론을 평양 상공에 띄운 김에 대북 전단도 살포하고 평양 정찰까지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세 차례 침투 목적은? 혹 저강도 전쟁?

 

국방부는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투하면서 조선이 요격할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았을까. 검토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요격될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투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대목에서 윤석열의 ‘심기 경호’를 담당했던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에 들어선 이후 드론 침투가 실행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 국민이 알다시피 윤석열의 ‘심기’는 현재 대단히 불편하다. 김건희-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었다.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가 요격되고, 북이 보복 조치로 DMZ나 서해상에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윤석열과 김용현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김건희-명태균 공천개입 이슈는 사라지고 ‘북의 군사 도발’, ‘국지전’이 모든 이슈를 잠재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용현으로서는 평양에 드론을 침투시키는 ‘작전’은 실패할 수가 없다. 무인기가 적발되지 않고 돌아오면 대북 전단 살포와 평양 정찰이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무인기가 적발되어 요격되고, 남북 군사적 긴장이 올라가면 그것 또한 성공적인 작전이 된다.

어쩌면 김용현은 ‘저강도 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무인기를 세 차례 침투시켰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본다면 김용현은 적발될 때까지 무인기를 계속 침투시키려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외교적 요격'과 핵 방아쇠의 ‘가동’

조선은 김용현의 ‘작전 구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적발은 했으나 ‘군사적 대응’이 아니라 ‘정치적 대응’으로 나섰다. 즉 외무성이 ‘중대 성명’ 형식으로 무인기 침투를 폭로한 것이다. ‘군사적 요격’이 아닌 ‘외교적 요격’을 택한 것이다.

‘외교적 요격’ 후 조선은 군사적 대비 태세로 급격하게 전환한다. 외무성 중대 성명은 “방아쇠의 안전장치는 현재 해제되어 있다”면서 “국방성과 총참모부, 군대의 각급은 사태 발전의 각이한 경우에 대응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방아쇠’는 총기의 방아쇠가 아니라 조선의 ‘국가 핵무기 종합 관리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3년 3월 노동신문은 조선의 핵무기 관리체계인 '핵방아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2013년 3월 노동신문은 조선의 핵무기 관리체계인 '핵방아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조선의 국방성은 “다시 한번 무인기가 출현할 때에는 .... 선전포고로 여기고 우리의 판단대로 행동할 것을 경고”했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전시정원 편제대로 완전 무장한 8개의 포병여단을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하고 “각급 부대, 구분대들이 감시 경계 근무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월 14일 ‘국방 및 안전분야 협의회’를 소집하고, “나라의 주권과 안전리익을 수행하기 위한 전쟁억제력의 가동”을 결정했다. 17일엔 조선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하여 “한국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할 때는 우리의 물리력이 거침없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현의 ‘작전 구상’이 저강도 전쟁, 국지전이었다면 조선은 ‘핵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사평론가 한설이 지적한 대로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전쟁 위기 목전”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