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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능력 증가속도 너무 빠르다”

<초점> 북미대화, 6자회담 연내 개최 가능할까?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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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3 09: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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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맨 왼쪽)이 수잔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 초청으로 23일 미국을 방문한다. [사진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3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외교안보라인에서 형식상으로는 최고의 직위에 있는 그가 미국 당국자들과 다양한 양자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핵심 쟁점은 역시 대북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북한과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목청껏 외쳐 왔지만 미국이나 한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 지난 5월 이후 지속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바마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은 찰떡공조를 이뤄온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연내에 북미대화와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어 한국 정부로서는 미측에 ‘다짐’이라도 받아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폐기 관련 선제조치를 요구하며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잘 알려져 있지만, 만약 미국이 연내에 북한과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면 과연 어떤 요인들이 이같은 추동력을 제공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 ‘2.29합의’ 수준의 사전조치 제안한 듯

 

   
▲ 지난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7차 실무회담에서 합의서가 타결됐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129일째이자 협상 개시 40일만에 북측의 양보로 이루어진 합의였다. [사진 - 개성 사진공동취재단]
먼저, 북한의 대화공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인공위성 발사와 올해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로 인해 유엔안보리 제재가 가해지자 이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특히 지난 3,4월은 군사적 대치상황도 불사하며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높였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4월 하순부터는 대화모드로 전환해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적극적 대화공세를 펼쳐왔다. 남측과의 개성공단 조업재개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북측의 태도나 미측과의 협상을 제안하는 북측의 태도는 예전에 비해 현저히 유연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굴욕적’인 자세로 비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지난 6월 15일자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에서 ‘조선(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조(북)미 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아울러 “미국은 진정으로 ‘핵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차례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난 9월말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간 1.5트랙 대화에서 리용호 북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난 바 있는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초빙교수는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측은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을 비롯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 2.29합의 수준의 사전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중국측에 확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은 2.29합의보다 진전된 사전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북한은 현재 비핵화로 종결되는 ‘다단계(multi-stage) 프로세스’(양측이 단계마다 필요한 이행조치를 취해나가는 방식)를 구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비핵화 △정치 △군사 △경제의 협상분야를 상정하고 있으며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각 협상분야에서 논의된 조치들을 이행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측이 ‘2.29합의’ 이행을 입구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최종 출구로 삼아 다단계 프로세스를 진행하자고 대화공세에 나선 것은 미측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북측의 명분 있는 대화공세가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의 첫 번째 압박요인인 셈이다.

북, ‘핵무력 건설’ 빠르게 진행 중

 

   
▲ 북한은 7.27 전승절 60돌 기념 열병식장에서 방사능 표식의 배낭을 맨 조선인민군을 등장시켰다. 서방 언론은 이를 '쇼'라고 폄하했지만 최근 북한의 핵무장력 강화를 상징적으로 시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러나 국제정치 현실이 명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미국이나 한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이유로 국제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대화의 입구에 2.29합의보다 진전된 사전조치를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정치가 명분이나 협상으로만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절감하고 있을 북한은 결국 물리력에 근거한 명분이나 협상만이 실제적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오랜 북미대결을 통해 뼈저리게 깨닫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선택한 물리적 카드는 뭐니뭐니해도 핵무장력일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3월 31일 ‘3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핵무장력 강화에 전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RFA>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담당 사무차장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현재 영변 가스 원자로를 가동 중이라면 내년 하반기, 혹은 2015년에 재처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그 때쯤이면 2007년 불능화한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도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며,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에 6자회담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과학안보연구소는 북한 영변 핵단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100메가와트급)가 외부 공사는 모두 마무리됐으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에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이 공개한 영변지역의 고농축우라늄(UEP) 시설을 비롯한 UEP 시설도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경우 핵물질 추출이 진행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이 전방위적으로 핵무장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에 나서자 우리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핵능력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걱정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 됐다.

북한의 핵무장력에 대해서는 미국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므로 북한의 핵무력 증강에 대한 미측의 분석과 판단이 대화 여부와 시점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 국방부장까지 미국에 대화 촉구

 

   
▲ 지난 9월 한중 정상회담 모습. 대외적으로는 화려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한중간 이견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북한의 대화공세와 핵무장력 시위가 미국과 한국에 대화 압박 요인임에 틀림없지만 미측 입장에서는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은 반드시 북한 편만은 아니라는 계산도 깔려 있을 법하다.

 

그러나 중국까지 동참하는 국제적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외무역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북한 경제 역시 호전되는 흐름에 있다. 특히 북한의 대외무역의 대부분이 중국과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결국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힘을 싣느냐, 아니면 대화와 협상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서 대화국면 조성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역학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는 한편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6자회담의 재개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19일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할지, 비핵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할지에 대해 미국과 새롭고 중요한 합의를 도출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는가 하면 창완취안 국방부장까지 방미중 이례적으로 다자회담을 원한다는 북한의 뜻을 미국에 직설적으로 전했다.

중국은 북측의 요청 외에도 북핵문제를 빌미로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 강화돼 결국 중국 자신이 포위, 고립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스스로의 절박함 때문에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6자회담을 적극 중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중국 소식통은 “생각보다 중국이 강하게 미국은 물론 남측에도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며 “심지어 남북간 대화가 열린 것도 중국의 협박에 가까운 대화 권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도 일정 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60돌 전승절(7,27 정전협정 기념일)을 기념해 펼쳐진 ‘아리랑’ 공연에 북중 친선뿐만 아니라 북러 친선이 주요하게 등장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며, 북러관계 개선은 경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소식통 “11월 중으로 북미 합의 나올 것”
전문가 “지난달 북미간 물밑협상 성과없이 끝나”


   
▲ 지난 2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4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의 결과를 담아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헤이글 미 국무부 장관이 공동성명을 서명 교환했다. [사진제공 - 국방부]
이처럼 북한의 대화공세와 핵무장력 증강, 중국의 대화 압박 등은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의 추동력이 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과연 연내에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 북한 소식통은 “북미 간에는 지난해는 물론 올해 3,4월 위기상황에서도 물밑접촉이 꾸준히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11월 중으로 북한은 IAEA 사찰을 받아들이고 미국은 경제재재를 완화하는 북미간 합의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4월과 8월 미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당국자 등 미측 관리들이 직항편으로 평양을 방문해 물밑 협상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올해 북미간 물밑 협상이 진행된 구체적 정황은 아직 드러난 적이 없다. 다만, 최근 공개적인 1.5트랙 차원의 북미간 접촉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 가능성보다는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전문가는 “지난달 북미간 물밑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다고 들었다”고 전혀 다른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일본과의 2+2 전략대화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아시아 회귀 전략에 힘을 싣고 있고 여기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대화와 협상 분위기가 마련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한국의 대화 수요의 차이도 남는 문제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를 붙들어 두어야 MD(미사일방어) 체계에 한국을 끌어드릴 수 있고, 무기판매나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미국은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체계를 완성해 국가재정이 고갈된 상태에서 한일 양국의 도움을 받아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함으로써 아태지역에서의 정치.군사적 우위를 유지해야 하는 전략적 목표도 실현해야 한다.

우리 정부 역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남북대화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보수세력을 지지기반으로 한 현 정부가 NLL 대화록이나 통합진보당 사건 같은 ‘안보장사’의 단맛 유혹을 쉽게 버릴 수 없을 것이다.

 

   
▲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구상과는 달리 최근 한일 관계는 냉각기이다. 이달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도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사진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최근 한일FTA 체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 참여에 우리 정부가 긍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시하고 있고, 국민들의 분노에 밀려 잠시 접어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눈여겨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상황은 늘 변화하게 마련이다. 지속적인 북한의 핵능력 증강과 중국의 대화 압박을 미국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고,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군국주의화로 치닫는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경계심으로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상황도 주요변수 중의 하나다.

수잔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초청으로 23-26일 미국을 방문하는 김장수 안보실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같은 상황 때문이다. 과연 오바마와 박근혜 정부의 안보라인은 북한과의 대화와 압박 중 어떤 카드를 선택할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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