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폭염에 배추·수박 가격 20%↑…'히트플레이션'의 습격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7/14 08:25
  • 수정일
    2025/07/14 08: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다른 기사 보기

  • 경제

  • 입력 2025.07.14 05:50

  • 수정 2025.07.14 07:53

  • 댓글 0

폭염에 농작물 작황 부진이 가격 상승 불러와

2018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염+인플레

바다 수온 상승에 광어 14%↑, 우럭도 42↑%

농수산물 가격의 폭등은 서민들에게 직격탄

올여름 그간의 통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때이른 폭염이 강타 중이다.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등 먹거리 물가가 불타오르는 기후 앞에 속수무책이다. 최근 일주일 새 수박과 배춧값이 20% 넘게 뛰었고 초복을 앞둔 닭고기값도 상승세다. 펄펄 끓는 바다도 각종 생선들의 수확량을 격감시키고 있다.

더위가 농산물 등을 흉작으로 이끌고, 부진한 수확량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 전개되고 있다. 농수산물 가격의 폭등은 가장 먼저 서민들의 숨통을 조인다. 부자들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히트플레이션'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건 전혀 아니다.

때이른 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농산물 가격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평균 소매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1개에 2만 9115원으로 3만 원에 육박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6.5% 비싸고,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인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38.5% 높다. 일주일 전보다도 무려 22.5%나 오른 가격이다. 수박 소매 가격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2만 3000원대였으나 7일과 8일 각각 2만 5000원대, 2만 6000원대로 뛰었다. 그러다 10일 2만 8000원대가 됐고 11일 2만 9000원대로 했다.

수박값 상승은 지난달 일조량 감소 여파로 수박 생육이 지연된 데다 무더위에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여름철 호우와 폭염으로 수박값이 비쌌다. 특히 8월 평균 수박값은 3만 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과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여름철 가격 변동 폭이 큰 배추와 무 1개의 소매 가격은 각각 4309원, 2313원으로 1년 전보다 10%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일주일 새 가격이 배추는 27.4%, 무는 15.9% 오르는 등 최근 상승 폭이 커져 유통업계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축산물 중에서는 소비량이 늘어난 계란값이 강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계란(특란) 30개 소매 가격은 평균 7162원으로, 1년 전보다 5.9% 올랐다. 유통업계는 계란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만큼 시세가 더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닭고기의 경우, 육계 폐사와 여름철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점차 오를 전망이다.

 

30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의 한 고랭지 채소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계속되는 폭염에 병충해 확산이 우려되자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2025.6.30. 연합뉴스

2018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히트플레이션’ 습격 중

정부는 폭염이 맹위를 떨쳤던 2018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른바 ‘히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 폭염이 과일·채소류 작황에 타격을 가함에 따라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폭염과 인플레이션을 합쳐서 통상 ‘히트플레이션’이라 칭한다.

먼저 이상고온과 직결된 채소와 과일 가격부터 불안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곧바로 들썩이는 산지 가격과 달리 물가 지표는 후행적인데다 ‘전년 동기 대비’의 통계적 착시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품목별 공급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지난해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2018년은 폭염일(일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역대 가장 많은 31일로,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다. 당시 채소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9월 12.3%, 10월 13.5%, 11월 13.7% 등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특히 상추(9월 44.3%), 시금치(9월 70.5%), 미나리(9월 54.8%), 부추(8월 36.6%), 무(10월 34.4%), 당근(9월 48.8%), 생강(9월 104.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과일 물가도 8월 8.2%, 9월 13.4%, 10월 13.9%, 11월 13.0%, 12월 10.9% 등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수박(9월 38.1%), 복숭아(9월 28.8%), 참외(9월 25.8%) 등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도 평균 최고기온이 30.4도로 관측 사상 2위를 기록하며 역대급 더위로 꼽혔다. 9월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면서 강력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여름철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채소 물가상승률은 9월 11.5%, 10월 15.6%, 11월 10.4%, 12월 10.7% 등으로 두 자릿수가 계속됐다. 특히 배추(9월 53.6%), 무(12월 98.4%), 열무(10월 49.4%), 당근(12월 65.5%) 등 김치 재료값이 폭등하면서 겨울철 김장물가를 끌어올렸다.

과일 물가도 연초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이며 5월 38.9%, 6월 30.8%, 7월 21.0% 등의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트럭 노점상이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연합뉴스

수온이 상승하면서 생선 가격도 폭등 중

기후변화가 부른 폭염이 바다라고 봐줄리 없다. 생선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1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광어 도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올랐으며 우럭은 같은 기간 41.8% 상승했다. 우럭 도매가격은 ㎏당 1만 6125원이며, 광어는 1만 9300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럭과 광어는 산지 가격과 도매가격이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서도 많이 올랐다.

지난해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한 것이 올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어는 이달 도매가격이 1만 9000원으로 작년보다 15.0% 높고 다음 달에는 1만 9200원으로 1년 전보다 12.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해에는 고수온 특보가 2017년 특보 발령제 실시 이래 최장인 71일 동안 이어졌다. 이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 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양식어종 가운데 우럭 피해액이 583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광어는 99억 원이다.

올해는 짧은 장마 뒤에 여름철 폭염이 곧바로 찾아와 지난해보다 보름 이른 지난 9일 고수온 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서·남해 내만과 일부 연안, 제주 연안 수온이 28도 안팎에 도달해 고수온 주의보가 발표됐다. 아직 양식장 집단 폐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고수온이 지속되면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어민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민 횟감' 광어와 우럭의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모습. 2025.7.13. 연합뉴스

'히트플레이션'은 주로 서민들을 집요하게 괴롭혀

정부도 '히트플레이션'의 습격에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다.

당국은 배추의 경우 정부 가용 물량으로 3만 5500t(톤)을 확보해, 수급이 불안할 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고사·유실 피해에 대비해 배추 예비묘 250만주를 준비하고, 병해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제 약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시설 채소류와 과일류는 농촌진흥청, 지방자치단체 등과 생육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배수 관리, 햇빛 차단 등 현장 기술 지도를 강화했다. 농식품부는 수박의 경우 이달 하순부터 출하 지역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축은 폭염 피해 이력을 분석해 고위험 농가를 점검하고 농가에 비타민제 등을 지원하는 한편 축사 관리 요령을 알리고 있다.

또한 해수부는 전남 여수와 충남 태안 등지의 양식장을 현장 점검하면서 고수온에 대응하고 있다. 해수부는 액화산소 공급장치와 차광막 등 고수온 대응 장비를 보급했고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20억원을 확보함에 따라 장비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양식 수산물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고수온 장기화에 대비해 긴급 방류 절차도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긴급 방류는 고수온 시기에 일부 어류를 가두리 밖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이를 통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용존산소) 필요량을 줄일 수 있다.

분명한 건 ‘히트플레이션’이 모두에게 평등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히트플레이션’은 부자들에게 거의 무해하지만, 서민들에겐 너무나 유해하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