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수사팀이 압수했던 필로폰 74㎏(시가 약 2200억 원)은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이토록 막대한 양이 어떻게 공항 검색대를 무사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 해당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은 이 마약을 몸에 부착해 접착테이프로 칭칭 감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여왔다며 "인천세관 직원들이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에스코트를 해줘서 검역과 세관을 그냥 통과했다. 입국장을 나와선 심지어 택시도 태워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규모 마약 적발을 크게 칭찬했지만 백해룡 수사팀이 세관 직원들의 연루 의혹을 파헤치자 여기저기서 외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속 상관인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은 "이 사건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언론 브리핑을 미루라고 지시했고, 일면식도 없는 데다 수사 지휘 라인도 아닌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까지 "세관 얘기 안 나오게 해달라.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외압성 전화를 걸어왔다고 백 경정은 폭로했다. 조병노 경무관은 김건희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가 '치안감 승진 로비' 대상으로 언급해 더욱 의혹을 샀던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세관 수사에 협조했던 서울남부지검 마약 담당 검사들은 일제히 인사 조치됐고, 이후 백해룡 수사팀이 피의자 신분인 세관 직원들의 계좌와 휴대전화, 공항 CCTV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남부지검 측은 번번이 반려했다. 나중에 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피의자들이 이미 휴대전화를 수차례 초기화하거나 교체했고 CCTV 영상도 보존기간이 지나 삭제된 뒤였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하며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게다가 당시 심우정 검사장이 이끌던 인천지검은 인천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수한 같은 말레이시아 조직을 사전에 적발하고도 공범들을 출국 금지하지 않고 추가 수사도 안 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행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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