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아들은 카다피의 매부 세누씨에 대해 프랑스가 발부한 체포영장 철회의 대가로 리비아 자금을 건네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오랜 기간 고립되어 있던 리비아가 프랑스를 통해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 또는 외교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르코지는 프랑스 대통령으로 취임한 해에 카다피를 국빈 초청한 바 있다. 2007년 12월 10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방문 기간 양국은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을 뿐 아니라 무기 구매와 원자력 발전 협력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2003년 12월 핵 포기 선언을 한 리비아가 서방과의 관계 회복해 나가는데 프랑스가 동반해 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카다피는 영빈관이나 호텔을 이용하는 대신 베두인 전통 텐트를 시내에 설치하고 거기서 거주하는 기행으로도 시선을 끌었다. 오랜 기간 독재를 하면서 반대자들에 대한 정치 탄압과 고문을 자행해 악명 높았던 그의 국빈 방문은 당시 시민사회와 국회로부터 큰 반발을 사며 격한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훗날 이 국빈 초대는 리비아의 자금 지원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겠느냐는 합리적 추측을 제공하기도 했다.
사르코지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사르코지 캠프가 카다피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선거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런 이유에서 무죄를 확언해 왔던 사르코지는 감옥에 들어가는 날 아침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입장문에서 "오늘 아침 갇히는 건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무고한 한 인간"이라며 "진실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75%에 달하는 절대다수의 프랑스인이 그의 수감에 환호하지만 지지자들이 거세게 그를 옹호하며 반론을 펼치는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증거 불충분에도 유죄 판결이 내려진 이유는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자금을 확보하거나 확보하려 "시도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비아 정보기관이 제시한 문서 외에도 리비아의 석유장관이었던 추크리 가넴이 숨지기 전 남긴 비망록에 리비아 정권 인사들이 사르코지 대선캠프에 넘긴 것으로 보이는 금액의 송금 경로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재판부가 이를 법적 증거로 인정했다.
이 비망록에 나오는 금액과 송금 경로는 검찰 조사 결과 발견된 계좌 및 페이퍼 컴퍼니의 자료와도 일치한다. 어떤 경로를 통해 사르코지 측에 전달되었는지가 불분명할 뿐 당시 사르코지의 측근들이 리비아 정보기관이나 정권 책임자들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사실도 확인되었다.
만에 하나 사르코지가 주장하듯 리비아의 돈이 그에게 전달된 바 없다 해도 프랑스 형사법상 공모죄는 성립한다. 따라서 외국으로부터의 선거 자금 유입 혐의나 수동적 부패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사르코지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측근들이 캠프 자금 조달을 위해 리비아 측과 접촉하며 자금 유입 시도를 방조한 책임에 대해서는 공모자로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실제 금전 수수에 대한 증거가 입증되지 않았어도 계획하고 진행한 과정에 대해 범죄 사실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고위 공직자들이 지닌 막중한 책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한 향후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좋은 판례로 남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 번째 유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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