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2 ⓒ민중의소리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시적으로 비자 없이 한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제주도에만 무비자 입국이 허용됐지만, 이번에는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단체에 한해 전국으로 무비자 입국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이에 극우단체는 반발하며 서울 도심에서 혐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혐중 정서에 편승해 이를 확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건 더 큰 문제다.
2002년부터 중국 관광객들을 대거 받아오던 제주도 입장에선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중국 관광객들이 찾는 우리나라 1순위 명소다. 실제로 올 상반기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 101만5900여명 중 77%(77만7600여명)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극우세력의 논리대로라면 지금 제주도는 범죄로 뒤덮여 엉망진창이 돼있어야 한다. 제주도 땅이 거의 중국 땅이 돼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아름답고 평온하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제주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에 20여 년 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다가 코로나로 인해서 한동안 관광객이 끊겼다. 그러다가 최근에 단체만이 아니라 개인 관광객들도 제주도로 많이 오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한국에 단체 관광이 허용되면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면에서 제주도민들도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무비자 입국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관광객들을 다른 지역으로 뺏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의원은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도민들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다 보면 그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우리의 공중 예절하고 조금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보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며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는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객들이나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경험이 많이 쌓여서 근거 없는 혐중 정서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했다. 김 의원은 특히 부산시에 지역구를 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말 바꾸기에 혀를 내둘렀다. 주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당시엔 크루즈 선사를 통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스스로 홍보하더니,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간첩 면허증'이라고 하는 등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의원은 "과거 주진우에 대해 현재 주진우가 반대하는 꼴"이라며 "과거 주진우의 생각이 맞지 않았겠나"라고 꼬집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 인천관광공사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인천항 내항 재개발 사업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2025.09.29. ⓒ뉴시스
국민의힘의 이중적 태도, 그리고 가짜뉴스
국민의힘의 이중적인 태도는 주 의원에 그치지 않는다.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서울(오세훈), 부산(박형준), 인천(유정복) 등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아마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은 되게 난감할 것"이라며 "실제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은 어느 나라 국적이든 상관없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부분, 그래서 소비가 짐작되는 부분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행사도 하고 지원도 하고 있는데 중앙당 차원에서 혐중 정서에 기대어서 계속 중국인 관광객들을 오히려 내모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지자체 입장에선) 아마 어떤 입장을 취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 걱정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단체장들도 결국 주민이 아니라 중앙당만 보고 잘못된 정책을 펴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경기도 어려운데 관광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관광객이 와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K-pop 등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와야 한다"며 "그런데 제1야당에서 혐중 정서에 기댄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서 관광객이 급감하게 되면 그로 인한 우리 상인들의 피해는 어떻게 감당할 건지 한번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범죄 조직이 침투할 것이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인이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한다', '중국인 때문에 집값이 폭등한다' 등 황당무계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는 데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마치 그럴듯하게 국민들한테 알려서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는데, 저희가 적극적으로 사실을 알리려고 해도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더 빠르게 전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의 상황을 예로 들어 '가짜뉴스'를 반박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에선 부동산을 5억 또 10억 원 이상 구매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 제주도 부동산 경기에 사실 도움이 많이 됐다. 그분들은 별도의 단지를 조성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고, 제주도민들과 섞여서 충돌이 일어난 일도 거의 없다"며 "중국인에 대해서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제주도민들도 일단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제주도에 돈이 도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관광객들이나 중국의 투자 자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건 우리가 오히려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정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혐중 정서에 기댄 국민의힘의 주장은 '정치적인 공세'일 뿐이라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중국은 외국환을 규제해서 5만 달러 이상 해외 투자가 쉽지 않은 나라"라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땅을 구매한 사례를 침소봉대해서 마치 우리나라 부동산의 상당수를 중국인이 가지고 있다고 허위 제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면적 기준으로 보면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국적은 미국으로, 외국인 소유 토지 중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며 "제주도를 포함해서 중국인들이 부동산 소유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는 않은 건 사실이지만 전체 비율로 봤을 땐 매우 낮고, 지금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김 의원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 강화 등을 반대해온 국민의힘의 그간 입장과도 어긋난다고 짚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 보유세 강화 등에 대한 국민들의 주장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부동산 공급 부족은 다주택자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다주택자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과 중국만이 아니라 모든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주택자의 부동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자신의 주장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부분을 희석시키기 위해 자꾸 중국을 끌고 들어오는 것 같은데, 그런 주장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2 ⓒ민중의소리
"우리는 지금 이 돈 저 돈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냐"
혐중은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실제 관광지뿐만 아니라 아니라 중국인 밀집 거주지에서 혐중 시위가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 내에서 반한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도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 차별 주장을 많이 한다. 우리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이이다. 저도 미국에서 짧은 유학 생활을 하면서 (인종 차별을) 여러 번 겪었다. 그럴 때 우리도 같이 분노하지 않나"라며 "혐중 정서를 가지고 실제로 관광객들을 위협하거나 집단적인 시위를 해서 (중국인들 사이에) 더 이상 한국을 찾지 말아야겠다는 정서가 퍼지게 되면 결국은 우리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이나 해외에 나가서 사업하지 않는 분들은 우리가 무슨 손해를 보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지금 우리가 중국이든 어느 나라든 인종을 토대로 비난해선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대만 관광객들이 '나는 중국 사람 아니에요'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들어온다고 하더라. 그 얘기는 이제 대만에서도 '한국에 갔더니 중국인이 혐오 대상이더라'는 경험이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도 이미 많이 알려졌을 것이다"라며 "반대로 우리가 중국으로 여행을 가거나 중국에서 사업을 할 때 한국에 대한 혐오로 인해서 우리가 피해를 받는다고 한다면 어떨까. 우리가 (혐중을 부추기는) 극우세력에 대해 비판을 더이상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들어오는 것은 "엄청난 수출 효과"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혐중 시위에 대한 엄단을 여러차례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봤다.
김 의원은 "안타깝게도 국내 관광객들이 요즘 돈을 잘 안 쓴다. 제주도 와서 한라산을 등반하고, 러닝(달리기)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뛸 때는 운동화만 가지고 오면 되고, 심지어 자전거도 가지고 온다. 한라산에 갈 땐 도시락을 싸가지고 온다"며 "제주도 입장에선 관광객들이 먹기도 하고 잠도 자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장기체류를 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굉장히 간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그들이 관광을 와도 면세점에서만 쇼핑을 하고 있어서 소상공인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건 우리가 먹거리나 문화를 홍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의원은 "올해 기대 관광 수입이 29조 원이라는 기사도 있다. 우리가 29조 원어치의 물품을 수출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수출이든 관광수지든 모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외화가 국내에서 들어오는 일이라 동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처럼 우리나라의 K-culture(문화)가 전 세계에서 관심을 받는 게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다.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아니면 우리가 잘 관리해서 훨씬 더 오랜 시간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런데 이런 시점에 우리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 대해서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우리나라 관광수지가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관광객들이 와서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간다든지 한다면 캠페인으로 대응해야지, 마음에 안 든다고 오지 말라고 대놓고 행동을 보이는 건 결국 관광객들을 우리 스스로 줄여나가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생각해주면 어떨까 싶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이 돈 저 돈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아주 잘 살고 있다고 한다면 왜 민생회복지원금을 주고 그러겠느냐"라며 "현재 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된 지난달 29일 오전 크루즈를 타고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 연수구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반중 감정도 일부 인정해야, 국력 키우는 데 노력 필요"
김 의원은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도 필요하다면 개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중해야 한다. 김 의원은 "현재 우리가 중국에 가는 건 무비자이기 때문에 쉽다. 반면 중국은 개인이 아니라 법무부 허가를 받은 여행사가 모집한 단체 관광만 무비자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며 "오히려 우리에게 더 유리한 상황인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다만 무비자로 들어와 불법 체류하는 경우는 우리보다는 중국인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비자 정책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법 체류가 많은지 정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정말로 문제가 된다면 우리가 무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있는 정책이 정지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안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극우세력의 주장처럼 중국인의 불법 체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제주도의 경우 무비자라서 불법 체류자들이 꽤 많은 건 사실인데 최근엔 중국보다는 동남아 쪽에서 오신 분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이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중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한편으론 그들이 없으면 1차 산업이 유지되기 어려운 현실이라 정부도 이를 알면서 어느 정도는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자를 훨씬 강도 높게 관리하기는 어려운 현실적 조건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김 의원은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 국민들, 특히 젊은층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인들이 스스로 대국이라고 생각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데, 그게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불쾌할 수 있다는 걸 저도 느껴봤고 젊은층은 더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왜냐하면 젊은층은 우리가 중국보다 훨씬 더 훌륭한 경제 강국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납득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우리나라 국력을 키우는 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그래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부문에 있어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K-pop(가요)이 뜨기 전에도 도 대한민국의 문화를 두고 중국이 굉장히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렇게 우리 나름의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성장시키는 게 정치인들의 역할인 것 같다"며 "다른 나라가 우리를 무시한다는 감정을 국민들이 느끼지 않도록 정치인들이 국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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