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더 큰 개혁정당 또는 다당제 생태계로의 갈림길에서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다른 기사 보기

  • 국회/정당

  • 입력 2026.02.17 14:50

  • 수정 2026.02.17 18:23

  • 댓글 2

역사적 변곡점에서 터진 합당 논란과 한국정치

보수언론과 기득권의 왜곡과 갈라치기 공작들

민주당 내부의 우려스러운 갈등과 대립의 양상

산술적 표 계산에 그친 정치공학적 접근의 한계

혁신당의 개혁적 가치 실종 우려와 미국의 경험

승자독식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다당제 정치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주제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이언주 최고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2026.2.10. 연합뉴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이른바 ‘빛의 혁명’ 이후 새로운 정부가 집권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 압도적 다수를 얻은 제1당 민주당과 선명한 개혁을 주장하는 제3당 조국혁신당의 관계는 단순한 정당 간의 역학 관계를 넘어선다. 이 두 세력은 윤석열 탄핵과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 변곡점에서 중요한 일부로 함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불거진 두 당의 합당 문제는 한국 사회 대개혁의 방향타를 어디로 꺾을 것인가와도 연관된 사안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는 비단 두 당의 당원이나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사회 정의의 실현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모두가 이 논의에 관심을 두고 의견을 개진할 정당한 자격과 이유가 있었다.

비록 현재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제안이 당내 반발에 부딪히며 합당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문제를 뒤로 미뤄둔 지금이야말로 지난 과정을 냉정히 복기해야 할 때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논란에서 나타난 대립과 갈등의 양상을 분석하고, 그것이 우리 정치에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들을 탐구하는 것은 향후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주제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2.10. 연합뉴스

먼저, 이번 합당 논의가 생산적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뒤틀린 배경에는 무엇보다 기득권 카르텔과 보수 정치 세력의 개입과 입김이 있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와 집권여당이 내부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다른 진보세력과 갈라서며 흔들리기를 그 무엇보다 학수고대하고 있다. 내란 실패 이후 최악의 위기와 분열에 직면한 보수 세력에게는 그것이 유일하게 남은 정치적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인 보수 족벌언론들은 지난 1년 동안 모든 정치적 현안을 ‘친명’과 ‘반명’, 혹은 민주당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권력 암투’ 프레임으로 가둬왔다. 합당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은 합당의 정치적 의미를 조명하기보다는, 누가 누구를 견제하고 제거하려 한다는 자극적인 음모론과 갈라치기 수법으로 끝없이 갈등을 부추겼다.

이는 족벌언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상당수의 주류 언론 역시 정치를 정책과 노선의 경쟁과 대결이 아닌 권력을 위한 아귀다툼에 대한 스포츠 중계식 해설로 소비하는 게으른 생리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의 프레임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금이나마 그 먹잇감을 제공한 민주당 내부의 현실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직시해야 한다.

지도부 차원에서도 충분한 교감과 상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정청래 대표의 갑작스러운 합당 제안은 처음부터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합당을 찬성하는 의원들조차 시기와 방식에 대한 이견을 드러내며 반발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 실익이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합리적 비판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음모론과 밀약설을 유포하며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특히 이언주 의원이 보여준 태도는 상당히 심각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이 의원은 합당을 두고 ‘숙주’, ‘알박기’와 같은 상대에 대한 비하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인민민주주의” 운운하며 색깔론까지 들고나왔다. 이는 이 의원이 과거에 몸담았던 국민의힘에서나 볼 법한 혐오 정치의 문법이었다. 이러한 이 의원의 논리에 동조하며 비슷한 입장을 취한 사람들이 드물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당무에 개입해서 합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택할 수 없는 대통령의 처지를 악용해 자신들이 ‘명심(이재명의 의중)’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혁신당 합당 문제는 진지한 정치적 토론과 논쟁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합당에 대한 당원들의 집단적 논의와 의사 확인 과정으로 나아가지도 못했다.

주로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양상으로 흐르며 갈등과 분열만 일으키다가 결국 브레이크가 걸렸다. 합당을 제안받은 혁신당은 이 과정에서 모욕과 무시를 당했고, 혁신당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와 정책에 대한 진지한 검토나 비판, 토론은 찾기 어려웠다. 여기에는 앞서 봤듯이 반대파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제안자인 정청래 대표 측의 절차적 문제점과 한계도 존재했다.

일부에서는 정 대표가 차기 당권과 대권 등을 노리고 그것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합당을 추진한다고 비난했지만, 그보다는 정 대표 자신의 설명대로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동력이었을 수 있다. 정 대표측은 이것을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승부수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2.8. 연합뉴스

진짜 문제는 그 판단의 기준이 지나치게 ‘정치공학’과 ‘선거 산수’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박빙 지역에서의 승리를 위해 혁신당과의 표 합산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정치는 단순한 산수가 아니라 복잡하고 다층적인 방정식이 작동하는 영역이다. 2022년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 전격 합당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것은 당내 이낙연 세력과의 고질적인 불신과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대선은 미세한 차이로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단순한 물리적인 결합은 화학적 시너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민주당에 유리한 것이 반드시 한국 사회와 정치 발전에 유리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었다.

물론 그것이 일치하는 경우도 많고 그럴 때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해 사회 발전의 과제가 뒤로 돌려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시급한 것은 지난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이 약속했던 정치 개혁안들이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도입, 비례대표제 강화, 중대선거구제 전면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개혁 과제들은 이번 합당 논란 속에 다시금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정청래 대표는 정치개혁 약속을 이행하라는 혁신당과 진보 정당들의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다가 갑자기 ‘합당’이라는 흡수통합 카드를 꺼냈다. 이는 혁신당이 지향해 온 고유한 가치들을 무화시킬 위험도 존재했다.

현재 민주당은 중도 확장을 명분으로 보수 인사를 대거 영입하며 이른바 ‘우클릭’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당이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에 흡수된다면, 그들이 주장해온 사회권 선진국, 토지공개념, 차별금지법 제정 등 진보적 의제들은 당내 주류 논리에 밀려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존재했다.

‘혁신당이 사회주의적인 토지공개념을 포기해야 합당할 수 있다’는 색깔론이나 펴면서 합당을 반대하던 이들 탓이 크겠지만, 정청래 대표와 측근들도 혁신당의 그런 진보적 가치와 정책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정 대표나 ‘합당이 평소의 지론’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은 혁신당이 민주당의 ‘왼쪽 날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을 수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합당을 제안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설 연휴가 시작되는 13일 전에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결정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6.2.8. 연합뉴스

보수 인사 영입으로 비대해진 우측으로 편향을 견제하고, 당 내부에 신선한 자극과 진보적 압력을 넣는 ‘메기’ 역할을 바랐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조국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일 뿐, 혁신당의 정책적 요구와 가치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계승할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다.

‘밖에서 쇄빙선 하지 말고 들어와서 키를 잡아라’라는 말은 매혹적이지만, 이미 거대 선박의 엔진과 조타실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키를 순순히 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언주 의원 등이 쏟아낸 색깔론은 합당 이후 혁신당 출신들이 마주할 거대한 벽을 예고했다. 그런 점에서 합당을 찬성하는 일부 사람들이 제시하는 미국의 사례도 자세히 봐야 한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같은 미국의 진보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들어가서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것은, 양당 구조를 벗어나 제3의 대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미국 정치의 제도적 문제점과 구조적 현실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샌더스나 맘다니 같은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이 민주당에 들어갔다.

그들은 민주당 입당이 최종 목표가 아니고,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친노동자적인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건설하며 양당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즉, 만약 민주당-공화당 양당 구조를 벗어나 제3의 진보 정당을 성공적으로 건설할 통로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민주당-혁신당 합당은 한국 정치의 양당 구조를 그대로 두거나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치가 보여주듯이 양당 구조는 제도와 구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구조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주류 양당이 그것을 바꾸려는 시도를 가로막는 경향이 있다. 물론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양당은 절대로 같지가 않다.

국힘은 극우 반동이지만 민주당은 중도적 보수-진보를 포괄한다. 하지만 제3의 대안이 등장하는 것을 꺼리는 점에서는 두 당이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점이 있다. 만약 민주당이 혁신당을 흡수하면 양당 구조를 그대로 두고 거기 머물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혁신당 왼쪽의 진보 정당들이 그 공백을 흡수하며 성장할 수도 있지만 역사가 보여주듯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가 장기적으로는 국민의힘 같은 극우 정당을 소멸시키고 민주당과 더 왼쪽의 진보 정당들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더 나은 정치 체제로 나아가길 바라는 입장에서도 민주당-혁신당 합당은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이번 합당 논란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정당들의 통합을 통한 세 불리기가 아니다.

다당제 속에서 다양한 정치적 지향이 공존하면서 연합하고 경쟁하며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을 뛰어넘는 능력으로 대중의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치 세력이 등장해서 민주당을 발전적으로 대체할 미래의 가능성을 남겨놓기 위해서도 승자독식 속에서 유지되는 양당 구조가 아니라 그러한 구조가 더 낫다. 대립과 갈등을 피하면서 그런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