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이스라엘 제외한 모든 국가 통행 보장”
외교 접촉으로 해협 통과…인도·튀르키예 사례
트럼프 ‘호르무즈 연합’ 압박…각국은 ‘신중’
우리 정부도 ‘신중’… 명분 없는 전쟁에 누가 나서겠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자며 다국적 연합 전력 구성을 몰아붙이고 나섰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제3국 선박의 통행은 안전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군사적 대결을 부추기는 미국과 외교적 해법을 찾는 각국의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다.

이란 “미국·이스라엘 제외한 모든 국가 통행 보장”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잘라 말하며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는 휴전이나 협상을 제안한 적이 없다”며 “이 전쟁은 미국이 선택한 것이고, 우리는 끝까지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을 때까지 방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개방돼 있다”며 제3국 선박의 안전한 항행은 보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협이 봉쇄된 것은 아니며 선박들이 통과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군사행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외교 접촉으로 해협 통과…인도·튀르키예 사례

실제로 일부 국가들은 이란과의 외교 접촉을 통해 해협 통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란과 협의를 통해 자국 가스 운반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대화가 실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정부도 이란과 협의를 통해 자국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교통인프라부는 자국 선박 15척 가운데 1척이 이란의 허가를 받아 통과했으며, 나머지 선박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도 외교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에너지 수송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호르무즈 연합’ 압박…각국은 ‘신중’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호르무즈 연합’ 구상과 충돌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15일에는 추가로 2개국을 더해 총 7개국에 참여를 요청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 명단은 공개하지 않은 채 “누가 참여했는지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동맹국을 향한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원유 수입의 1% 미만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일본은 95%, 중국은 90%, 한국은 35%를 이 해협을 통해 수입한다”며 “이들 국가가 나서서 해협 문제 해결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어떤 나라에는 4만5천명의 미군이 주둔하며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사실상 한국과 일본의 미군 주둔을 거론하며 노골적인 참여 압박에 나섰다.

각국 반응은 대체로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분위기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란 전쟁과 관련해 “우리는 더 넓은 전쟁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프랑스 외교부는 자국 해군의 중동 파병 보도를 부인하며 “프랑스 군은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 안정을 위해 동지중해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장관은 나토의 해상 작전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효과가 의문스럽다”며 참여 필요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호주 정부 역시 군함 파견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미국의 연합 구상 자체를 비판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평가를 인용해 “미국이 더 많은 국가를 분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긴장의 근본 원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신중’… 명분 없는 전쟁에 누가 나서겠나

일본은 오는 19일 미국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을 요청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미국으로부터 공식 요청은 없었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일본 정부로서 필요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역시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 전력을 꾸려 동맹국들을 전쟁터로 내몰려 하지만 실제 파병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당사자로 뛰어들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제 나라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선택에 박수를 보낼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