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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수사, 법과 대통령 어느쪽이 더 셀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11/28 11:11
  • 수정일
    2013/11/28 11: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대통령의 강력한 가이드라인, 검찰 수사 ‘빛의 속도’
 
육근성 | 2013-11-28 09:18: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국정원 트위터 글 121만 개가 새롭게 공소장에 추가되며 궁지에 몰린 청와대는 천주교 신부의 강론을 문제 삼는다.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 검찰은 박창신 신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대통령의 강력한 가이드라인, 검찰 수사 '빛의 속도'

대통령이 ‘용납하지 않겠다’ ‘묵과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였으니 검찰은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신부를 반드시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검찰에게 주어진 것이다.

공안정국이 조성되며 유신독재의 회귀가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검찰은 더더욱 최고권력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보수단체가 박 신부를 고발하며 적시한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선동죄. 내란선동 혐의 적용은 불가능할 테고, 검찰이 박 신부를 기소한다면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를 적용할 게 분명해 보인다.

박 신부 강론 주제는 ‘부정선거’, 연평 사건은 단 한 줄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등)

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박 신부가 시국미사 강론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는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아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밝혀내야 할 책임은 검찰에게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문제 삼은 박 신부의 발언을 살펴보자. 그날 강론의 취지는 부정선거였다. 12.19대선에 국가기관이 개입해 헌정질서를 훼손했다는 게 박 신부의 주장이었다. 논란이 된 NLL 관련 발언은 한 단락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부정선거 부분은 쏙 빼고 단지 연평도 발언 한 줄만 문제 삼는다. 찌질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NLL, 문제있는 땅에서 한미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지. 이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다. 그래 놓고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 가지고 지금까지 이 난리를 치르고 선거에 이용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이 아니다.”

연평도 포격사건 발언과 국가보안법

박 신부의 발언 취지는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에 우리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은데 모두 북한 탓으로 돌리며 남북 긴장국면을 조성해 이를 정치와 선거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박 신부의 이 같은 발언이 국가보안법 제7조에 해당되는 것일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국보법을 적용하려면 박 신부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 혹은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아 연평도 발언을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종북 마녀사냥에 나선 보수단체>

박 신부의 발언만으로 이적동조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보안법 마저 제7조를 적용함에 있어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며 확대해석이나 남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1조

②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보수성향 법조인조차 “국보법 적용 어렵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제7조 적용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제7조 1항에 나오는 ‘동조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동조행위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동조행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북한의 주장과 일치한다고 해서 죄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처벌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거반이 감옥에 가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이 과반을 넘기 때문이다. 국보법 폐지는 북한의 주장이기도 하다.

박 신부가 북한정권이나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그런 강론을 한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없다. 박 신부가 개인적 견해를 강론을 통해 피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까지 문제 삼는다면 대한민국 국민 거의 전부가 매일같이 검찰에 불려가야 할 것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법조인들 조차 “박 신부의 발언에 문제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찬양·고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사법처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보수단체의 고발장이 접수된 당일 수사에 착수했다. 빛의 속도다. 새누리당과 보수단체들은 박 신부를 ‘종북신부’로 규정하고 심지어는 북한의 ‘대선불복 지령’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서슴치 않는다.

법과 대통령, 어느 쪽이 더 셀까?

검찰은 법과 증거에 따라 혐의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법리적으로는 박 신부에게 국가보안법 적용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최고권력자인 박 대통령이 ‘용납도 묵과도 하지 않겠다’며 박 신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암시하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검찰의 고심이 클 것이다. 법적 양심과 권력자의 지침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이 대통령의 권력보다 위라면 박 신부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혐의를 씌우기 어려울 것이지만, 대통령의 권력이 법보다 위에 있는 상태라면 박 신부는 비이성적인 마녀사냥의 희생물이 돼 옥고를 치르게 될 것이다.

법과 대통령의 권력, 어느 쪽이 더 셀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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