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잘 뽑으면 나라가 크게 발전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제 도입 이후 선출된 모든 대통령에게 국민은 매번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매번 실망했습니다. 대통령들이 국민의 로망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떨까요? 우리 국민이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바로 그때 거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국회의원이 됐고 민주당 대표가 됐습니다. 윤석열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잡아넣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아남았습니다. 2024년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자폭’했을 때 이재명 대표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둘째, 우리 국민의 로망에 부합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년공이었습니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고 변호사가 됐습니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에 투신해 성남시장, 경기지사가 됐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바닥에서 정상까지 오른 것입니다. 국민이 이런 사람에게 대통령을 맡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취임 뒤 1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정치인들을 내각에 대거 기용하고 중도실용주의 노선으로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국무회의 생중계로 행정부에 긴장감과 역동성을 불어 넣었습니다. 때마침 반도체 특수로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했습니다.
‘화양연화’는 길게 가지 못했습니다. 취임 1년 만에 치러진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패배가 전환점이었습니다. 중도, 수도권, 청년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며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정청래, 유시민, 김어준 등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사람들이 이재명 대통령에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취임 초 인기를 끌었던 국무회의 생중계는 참석자들과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공소청장, 중대범죄수사청장 국무회의 배석으로 불필요한 논란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짜증과 무분별한 에스엔에스(SNS)로 대응했습니다. 대통령 의제로 적절하지 않은데도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정을 언급하며 혐오와 배제 정서를 자극했습니다.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중도 확장 전략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중도와 보수를 끌어안아야 개혁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할 수 있다”며 ‘구조적 다수론’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강성 지지층과 극우 세력 사이에서 길을 잃고 갈팡질팡 헤매는 것 같습니다.
비전코리아가 11월2일 이재명 대통령 에스엔에스 활용에 대한 여론조사(10월31일~11월1일, 전화 자동응답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긍정적이다 36.2%, 부정적이다 58.8%였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이 정도면 에스엔에스를 좀 줄이고 차분하게 시스템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에스엔에스와 국무회의 생중계를 줄이지 않고 있습니다. ‘누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고 고집을 부리는 모양새입니다. 대통령의 고집불통 이미지가 지지율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고집을 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조작기소 특검법과 성남 라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입니다.
11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작기소 특검법의 정확한 이름은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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